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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법과 생활 > 법률이야기/법조인이야기
· ISBN : 9791197325090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21-01-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응답하라, 슈퍼히어러
1장. 뉴욕에서 검사로 산다는 것: 기회와 위기, 욕심과 양심의 공존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착각한 남자
밑바닥에서 시작한 자수성가의 신화 | 6년간 25억 원의 임금을 착취하다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정의의 온도
할머니의 로맨스를 둘러싼 욕망의 민낯 | 무너진 초심과 ‘그 잘난’ 정의
잊혀서는 안 될 이름들
내가 검사실을 지키고 싶은 이유
시간도, 돈도, 힘도 없는 미국의 검사들 |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장. 불완전한 정의, 완전한 불의: 검사실에서 마주한 법전 너머의 현실 세상
혐오중독 사회의 민낯
‘좀비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증오범죄 | 편견에 대한 ‘참견’, 그리고 ‘발견’
5000달러짜리 아메리칸드림의 유혹
불굴의 리웨이 씨에게 찾아온 두 번의 위기 | “저는 구제불능의 죄인이 되어버린 걸까요?”
우리는 무엇을 들 것인가
“검사님, 저 대신 그 사람을 용서하지 말아주세요”
자신의 존재 자체가 잘못됐다고 믿다 | 언제나 오래 참고, 언제나 온유하게
‘기회’라는 이름의 위기
거짓말 같은 기회가 찾아오다 | 곤두박질친 면허증의 가치 | 그녀를 기소하지 않은 이유
‘약의 제국’인가, ‘악의 제국’인가
매일 200명의 미국인이 죽고 있다 | 그래 봤자 사람, 그래도 사람
3장. 우리는 무슨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 정의의 빈틈, 인간의 과제
공정의 두 얼굴: 사회정의란 무엇인가
‘결과’의 평등 vs. ‘기회’의 평등 | 공정한 사회로 가는 길의 걸림돌
사회정의부가 돌아갈 수 있는 힘
소송의 나라: 법은 어떤 얼굴을 해야 하는가
법정 드라마에는 나오지 않는 것 | ‘비밀의 장막’ 뒤 | 인생은 짧고, 불신은 길다
타인의 삶: 정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엄벌주의 국가의 대표주자 | ‘정의’가 ‘칼’이 될 때
소통의 대가: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날, 로스쿨 졸업식에서 벌어진 일 | ‘나는 정중하게 반대한다’라는 말
인간적 과제: 무엇을 봐야 하는가
호크니와 고메즈, 전태일과 조영래
4장. 내가 법을 공부하는 이유: 법과 현실 사이에서 사람의 길을 묻다
나는 어쩌다 법을 공부하게 된 걸까? ①
『슬램덩크』와 안경 선배 | 유유히 흐르는 물처럼, 왕 교수님의 가르침
나는 어쩌다 법을 공부하게 된 걸까? ②
관물대 안의 『블랙법률사전』 | 거칠게 몰아치는 물처럼, 법 공부의 각오
‘평등’과 ‘자유’ 사이
시티즌스 유나이티드가 쏘아 올린 작은 공 | 자유는 어디까지 확대되어야 하는가
사과와 오렌지의 관계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
사형제 논쟁의 핵심 | 영화 '그린 마일'과 확신의 함정
에필로그.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그 무언가
참고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하지만 돈이라는 욕망에 무너진 로버트슨 씨의 삶과, 사건들을 처리하며 점점 실적이나 성과라는 욕망에 집착하게 되는 스스로를 보며, 이 다짐이 얼마나 지키기 힘든 것인지 절실히 깨닫게 된다. 주관적인 욕심을 끊임없이 경계하지 않는다면, 나도 얼마 지나지 않아 뉴욕 시내의 인파 속에서 한 가지 목표만 맹목적으로 좇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여태껏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너무나도 힘차게 고동치는 욕망의 맥박을 온몸으로 느끼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다 결국에는 로버트슨 씨가 그랬던 것처럼, 받아들이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비로소 나도 뉴욕이라는 이 거대한 욕망 덩어리의 일부가 되었음을.
-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착각한 남자> 중에서
뉴욕은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각양각색의 이야기들로 늘 웅성거리는 도시다. 이곳엔 과욕을 부리다 양심을 잃어버린 사업가도, 대박을 좇다가 추락해버린 젊은 부부도, 더 나은 삶을 찾다가 오히려 더 불행한 삶을 살게 된 이주 노동자들도 있다. 욕망과 몸부림 들이 한데 뒤엉켜 있기 때문에 개개인의 사연들은 그 거대한 웅성거림 속에 묻혀버려 명료하게 들리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그 목소리들이 전해야 할 중요하고도 소중한 이야기들이 마치 필터 몇 장은 걸친 것처럼 가려지곤 한다.
그런데 검사실에 앉아 있으면 우리 사회가,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너무 바삐 앞만 보고 달려가느라 놓치고 지나쳐버리는, 일상 곳곳에 존재하지만 가려진 이 이야기들을 매일 마주하게 된다. 무심결에 흘려버릴 수도 있는 사람들과 그들이 처한 사정에 대해 알게 되는 것, 그리고 법이 마련한 틀 안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는 것, 그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요지경과도 같은 이 세상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 어쩌면 이러한 것들이 터무니없는 월세를 내고 나면 아무것도 안 남는 월급을 받으면서도 내가 뉴욕에 아직 남아 있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늘 부족한 생활비에 허덕이고 과도한 업무량에 허우적거리면서도 내가 검사실에 계속 남고 싶은 이유일 것이다
- <내가 검사실을 지키고 싶은 이유> 중에서
실제로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희망을 품기 힘든 세상에 살고 있다. 로버트슨 씨와 같은 고용주가 직원들의 땀과 노력을 훔쳐가는 세상이고, 인간의 가장 숭고하고도 취약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짓밟는 마커스 같은 사람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가난은 가난으로 대물림되며, 그 죄는 결국 더 큰 죄로 되돌아와 리웨이 씨와 같은 사람들의 시간과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리처드 씨와 같은 혐오주의자들이 사회적 약자들의 약점을 파고들고, 새클러 가문과 같이 모든 걸 넘치게 가진 사람들이 더 베풀기는커녕 조금이라도 더 갖기 위해 수십만의 생명을 농락하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선 우리 모두 부러지고 꺾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크게 낙담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죽음’이라는 인생의 스포일러를 알면서도 계속 인생을 살아간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완전한 정의’는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곳에 더 가까이 다다르기 위해 노력하고 실험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를 위로할 수 있다.
(중략) ‘그래 봤자 바둑, 그래도 바둑’이라는 조치훈 9단의 말처럼, 그래 봤자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시도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 봤자 나약하고 부족한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사람을 위로하고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사람밖에 없다. 이 자명한 윤리를, 이 단순 명료한 진실을, 전쟁 같은 세상 속에서 잊지 않고 살아가려면 끊임없이 외치는 수밖에 없다. 세상의 중심인 우리 모두가 말이다.
그래 봤자 사람이지만, 그래도 사람이라고.
- <‘약의 제국’인가, ‘악의 제국’인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