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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7546501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21-08-10
목차
백스물세 개의 솔직함 10page
솔직해서 비밀이 많은 인터뷰 257page
저자소개
책속에서
머리말
"당신은 너무 솔직해서 비밀이 많군요?"
노란색 종이에 꼬박 1년을 기록한 일기가 이렇게 또 세상 에 나옵니다. 제가 살면서 마주한 솔직한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감정을 배반하는 일이 없었지 요. 애써 감정을 숨기는 일도 없었고, 감정 앞에 시간을 훌쩍 미뤄 버리는 일도 없더군요. 그래서 스스로를 속이는 법이 없는 그들을 동경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도망을 다닙니다. 왜 네 자신을 항상 마지막에 두냐 는 친구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어요. 제 기분이 나쁜 것은 가 장 나중에 처리할 일이고, 당장 눈앞에 있는 상대방을 헤아리지 않으면 우리 관계에 금이 갈까 언제나 노심초사했으니까요. 어디에도 저는 없었습니다.
사라진 나, 가장 마지막에 놓인 내가 갈 곳 잃어 헤매고 있을 때 그 소리를 아무런 대꾸 없이 다 들어준 것이 바로 종이였습니다.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종이 앞에서야 그들처럼 솔직해질 수 있었지요. 종이 위에서 한참을 울기도 하고, 그 앞에 좌절하며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따금씩 쓰는 행위만으로도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솔직한 나'를 담은 글을 다시 하나하나 소리 내어 읽어봅니다.
아니, 저는 정말 이 종이 위에서 솔직했을까요? 솔직해지려 노력한 만큼 비밀이 더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닐까요. 이 책 은 감정과 사고의 단상을 그대로 옮겨 적은 글입니다. 하지만 그 안의 진짜 마음은 여전히 드러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 까 의구심이 듭니다.
그렇다면 제가 동경해 마지않았던, 솔직함이 무기인 그들 역시 어쩌면 너무나 솔직해서 비밀이 많은 사람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마다 비밀은 하나쯤 가지고 사니까요. 비밀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오히려 솔직함을 가장하여 살아가는 것 아닐까요.
저는 오늘도 가장하며 씁니다. 비밀을 가장한 솔직함으로 글을 씁니다. 저의 솔직함을 읽으시는 여러분에게 한 번쯤 제 비밀이 탄로 나면 좋겠습니다. 제 비밀을 누군가 꺼내 들고 이 야기해주면 좋겠습니다. 너 이만큼씩이나 비밀을 안고 사느라 많이 버거웠겠다고요. 단 한 사람에게라도 서로의 비밀을 안아 주는 솔직한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1. 08. 손현녕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너에게 곧 끝이 보일 거라는 말로 위안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 어차피 그 터널을 나오면 멀지 않아 또 다른 터널의 암흑 속에 던져질테니까. 하지만 너는 알게 될 거야. 터널을 여러 개 지나 다보면 곧 목적지에 가까워 있다는 걸. 출발 할 때 정해둔 목적지와 다소 다를 수 있겠지. 그래도 너와 나, 우리는 알고 있어. 중요한 건 목적지보다 그 여정 속의 성장, 성숙이란 걸.
글을 쓰는 나에게, 무엇이든 결과가 중요하니 당장 안정 적인 돈을 벌어오라는 주변의 압박이 목을 죄어왔어. 넌 기 억하니. 잘 하고 있으니 지금처럼만 하라고 날 다독였던 너의 말. 너와 나, 우리는 모두 각자의 터널을 지나는 것뿐인데 의미는 무엇이며 결과는 다 무엇일까. 다만 내가 잠시 터널을 빠져나와 햇살을 맞을 때 터널 속 너에게 나의 여유 조금과 따스함 그리고 시간을 내어 줄게. 같이 걷자 우리."
갓난아기가 제대로 걸음마를 하기까지 몇 번의 엉덩방아를 찧는지 아는가? 대략 이천 번 이상 넘어져야 세상을 딛고 첫걸음을 뗄 수 있다. 태어난 지 십이 개월 밖에 안 된 나는 이 천 번의 실패를 딛고 두 발로 걷기에 성공했다. 자그마치 이천 번이다. 한 살만도 못한 서른의 삶을 산다. 이천 번의 용기는 어디로 갔을까. 이제는 한 두 번의 실패에도 지레 겁을 먹고 도전을 두려워한다. 한 살 쟁이 아기는 넘어지는 게 아프지 않아서 다시 걸음마를 뗄 수 있었을까. 생각이 많으면 고달프고 상상력이 풍부하면 괴로운 법이다.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몸 을 내던지고 싶다. 될 때까지 넘어지고 실패해도 또 다시 일어 설 용기가 자라면 좋겠다. 몸만 자라버린 어린이 같아서, 또는 아직 엄마 뱃속을 유영하는 늙은 태아 같아서 스스로를 원망 한다. 이천 번의 실패도 이겨낸 '나'라는 걸 잊지 말자. 한 살 보다 튼튼한 몸과 마음의 근육을 가지고 있으니 다시 넘어지고 찧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