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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7682063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4-11-07
책 소개
목차
│1 부│
이부자리 009
텔레비전 019
목욕 029
번데기 039
아이스크림 047
태피스트리 054
물고기 060
담배 067
│2 부│
개천 075
풍경 081
버스 090
아파트 103
자전거 109
상상 115
스카우트 121
꽃과 사람 127
│3 부│
카펜터스 137
운전 144
커피 자판기 153
목소리 161
전자오락실 166
동지를 위하여 174
거제도 179
영어 공부 189
│4 부│
설 199
이름 206
주일 213
책 파는 사람 220
말과 뜻 227
선생님 댁 234
사촌 누나 245
시골 252
추천의 글 259
작가의 말 262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수도원 숙소에는 라디오도 텔레비전도 인터넷도 없었다. 작은 침대, 책꽂이, 서랍 없는 책상, 나무로 짠 의자가 다였다. 책상 위에는 성경 한 권이 놓여 있었다.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펼쳐 보기는 했지만, 읽지는 않았다. 책이라기보다는 거룩함의 징표로 여겨졌다. 다른 읽을거리는 없었다. 생활이 단순해지자 생각이 단순해졌고 생각이 줄자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이부자리」에서
동국 전파사라는 전파사는 원래는 ‘동국’이라는 아들을 둔 아저씨가 하던 가게였다. 전파사 아저씨도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 지금은 다른 사람이 상호를 바꾸지 않고 전파사를 운영한다. 동국 전파사지만 동국이네 가게는 아니다. 그나마 전파사 이름이 바뀌지 않아서 좋다. 모든 게 바뀔 때 하나라도 바뀌지 않아서 다행이다. 새 주인이 전파사 앞에 앉아 있으면 마치 동국 전파사 옛 사장님이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풍경」에서
도시 구석구석에 여전히 커피 자판기가 남아 있다. 하지만 호주머니에는 조촐한 동전이 없다. 무엇보다 작은 것에 기뻐하는 소박한 취향을 잃어버렸다. 이제는 인스타 감성이 물씬 풍기는 카페에 가야 할 것만 같다. 스타벅스는 기본이고 케냐, 에티오피아, 파나마 게이샤 같은 풍미 넘치는 원두를 바리스타가 직접 손으로 내려 주는 집에 가야 뭔가 제대로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되어 버렸다. 커피 자판기 앞에 하염없이 서서 아무렇지도 않게 무슨 이야기든 나눌 수 있는 옛사람들이 그리운 밤이다.
―「커피 자판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