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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7786136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5-07-08
책 소개
목차
1부
작가의 말 5
삶이 간지러울 때가 있다 12
수영은 시와 같다 20
물에 빠져 죽으면 어떡하지? 28
예쁜 수영복 36
같이 하는 혼자만의 싸움, 수영 44
수영을 하기 전, 경건한 의식 50
나의 무례한 사람들 58
좋아하는 걸 계속 하는 힘 66
2부
버터플라이로 날아오르다 72
생존본능과 경쟁본능 80
멀리 점프하는 개구리가 되자 84
지혜로운 헤엄 92
플립턴 96
가장 못하는 걸 꾸준히 하기 100
고뇌와 우울은 수용성 106
지구력 기르기 110
습관의 확장 114
삶의 폭죽 116
저자소개
책속에서
깍지 낀 손을 머리 위로 쭈-욱 늘리고 있으면
하늘색 타일 카펫을 깔고
사람을 기다리는 맑은 물이 눈에 비친다.
머리 위로 쭈-욱 늘린 팔을
언제든 삼켜낼 수 있다며 보란 듯이.
맞닿기 직전의 우리는
울림이 일어나기 전 우리는
파도치기 일보 직전 우리는
숨을 마음대로 쉴 수 없기 전
물을 기분 좋게 만나기 직전
물과의 보이지 않는 대치에 긴장을 꿀꺽 삼키고
보란 듯이 풍덩 뛰어들면 이는 물보라
'무서워봤자 물이지' '좋아져봤자 삶이지'
'작가의 말' 중에서
며칠 전, '시 쓰기' 강의를 하면서
문득 '수영은 시와 같다'라는 생각을 했다.
마인드맵을 통해 떠올린 단어를 시로 엮는 수업으로, 시의 맛은 '운율'에서 비롯된다고 목 아프게 외치던 중이었다. 시가 잘 읽히려면 운율이 있어야 한다고, 리드미컬하게 읽힐 때 독자는 그 시를 기억하게 된다고. 운율 없는 시가 있을 수는 있으나, 운율이 있는 시는 재미를 불러일으킨다고. 그 말을 하면서 수영이라는 단어가 떠오른 건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인과였을까? 수영은 그야말로 리듬의 운동이다. 운율을 몸으로 표현한 운동. 리듬으로 몸의 파동을 느끼는 운동.수영이 재미있게 느껴졌던 순간은 물과 내가 한 몸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였다. 물의 파동과 심장이 두근거리는 속도가 비슷해졌을 때, 발을 차고 팔을 내젓는 순간 물의 저항을 비껴가며 웨이브를 탈 때, 이 모든 몸의 놀림이 음악처럼 들릴 때, 수영에 푹푹 빠졌다. 한 번 느끼고 나면 절대 그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되고, 그 느낌을 다시 한번, 또다시 한번 몸에 익히려고 물에 계속해서 뛰어들고야 만다.
반복된 리듬은 몸에 기억되고, 잊히지 않는 춤이 된다.
'수영은 시와 같다' 중에서
# 물에 빠져 죽으면 어떡하지?
이것이 서른을 넘겨서야 수영을 배우게 된 이유다. 친구들과 워터파크를 가서도 물이 무서워 물가에서 사진만 찍었다. 물이 무릎 위로 올라오기만 해도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까지 일었다. 수면이 얼굴에 닿으면 반드시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나는 고집스럽게도 물 공포증을 극복하고 말리라는 생각도 계속 해왔다. 쉽게 죽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수영을 배우며 깨달았다. 고집 어린 상상은 공포를 부풀린다는걸. 사람은 쉽게 죽지 않는다. 죽기 위해서는 숨을 못 쉬는 고통이 아주 오래 지속되어야 한다. 죽는 건 어려운 일이다.
'물에 빠져 죽으면 어떡하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