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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7808760
· 쪽수 : 170쪽
· 출판일 : 2022-08-3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5
몽중인(夢中人) 강상준 • 12
슬펐던 14살 강상준 • 26
장소는 카페로 하겠습니다. 근데 이제 잡생각을 곁들인 강상준 • 36
명진빌라 단톡방 강점숙 • 46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 강점숙 • 54
우당탕탕 설희씨 강점숙 • 62
어떤 진심 권혁인 • 70
인풋 아웃풋 권혁인 • 76
실로 반짝이는 한 시절이, 시작되다 김민섭 • 82
10억이 사라지게 되면 남는 것 이동석 • 90
코로나를 뚫고 온 사나이 이동석 • 98
비밀스런 ‘오징어 게임’ 장윤정 • 106
솔직한 한마디의 힘 장윤정 • 116
한밤의 고뇌 장윤정 • 126
반지 팔던 날 최윤석 • 134
사랑은 머리 아프고 이별은 가슴 아파 최윤석 • 144
천안행 1호선 전철 최윤석 • 154
저자소개
책속에서
실오라기를 채 썬 듯한 가냘프기 짝이 없는 눈먼지 날리는 해변에 혼자 서 있었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사람은 없고 텅 빈 백사장엔 뜻밖에 눈이 쌓이고 있었다.
이런 하찮은 눈먼지 따위도 쌓이고 쌓이니까 모래를 덮는구나.
쌓이는 김에 저 잔잔한 바다에도 눈이 쌓였으면 좋겠다.
만나기로 한 시간이 2시였나 3시였나.
약속을 정했던 10년 전엔 백 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는데 겨우 10년 지났다고 약속 시간을 잊어 버리고 말았다.
한참을 서 있다가 쪼그리고 앉았다가 그냥 철푸덕 주저 앉고는 멍하게 겨울 바다를 바라본다.
-<사랑은 머리 아프고 이별은 가슴 아파>
그녀와 함께 봤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내 인생 영화가 되었다. 영화 자체도 재미있는 영화였지만, 그 영화를 같이 본 날 오던 비,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같이 들어갔던 극장, 극장에서 앉았던 좌석, 영화 끝나고 같이 먹었던 햄버거가 아직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살짝 오래된 영화관에 장마 기간이어서 살짝 습기 먹은 내음이 코에 가득했고, 영화는 사실 나중에 따로 집에서 보면서 내용을 파악했을 정도로 영화는 제대로 보지 못했다. 내 신경은 온통 내 오른쪽에 가 있었다. 영화관에서 나는 지
금도 전혀 입에 대지 않는 팝콘과 콜라를 그녀를 위해 샀고, 나는 거의 입에 대지도 못했다. 물론 그녀도 거의 먹지 않았는데 아마 자리가 많이 불편했던 것 같다. 참 신기한 게 음식 남기거나 버리면 죄받는다고 해서 수능 날도 도시락 다 까먹다가 식곤증 때문에 영어 듣기 7문제를 듣지 못했던 내가 그날은 팝콘과 음료가 남았다고 불편해하지 않고 먹지 않은 그녀의 컨디션을 걱정했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은 부모님의 가정교육 영향이 컸는데 어떻게 보면 처음으로 부모님의 말씀을 거역하게 만든 그녀였다.
-<몽중인>
내가 살고 있는 명진빌라는 아주 낡고 오래된, 열두 가구가 살고 있는 작은 빌라인데 내가 이곳에 이사 와서 그나마 인사를 주고받는 주민은 두 분의 어르신이 전부. 직장생활을 하는 관계로 이른 아침 출근하고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오다 보니, 빌라 이웃들을 마주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나마 안면이 있는 이웃은 나와 같은 층에 살고 있는 어르신과 내가 이사 왔을 때 주차장 이용 규칙을 알려주신 4층 어르신이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계단에서 무언가 진지하게 의논하고 있는 두 분의 어르신과 마주쳤다
-<명진빌라 단톡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