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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7864308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22-05-3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지난겨울은 마음이 유난히 더 추웠다 4
서문 · 잃어버린 시간의 미학_金宇鐘(창작산맥 발행인) 6
1부 ‖ 시간은 어디로
길에서 진통 21
가을 색깔에 울다 25
과일의 품격 29
내 삶의 OST 33
봄날은 간다 37
부탁이라는 소소한 얼굴들 41
시간은 어디로 45
죽음을 통과하지 않는 삶은 없다 49
무엇을 먹을까 53
메아리를 찾습니다 58
멈춰버린 지상의 시간 62
누군가의 저녁이 되고 싶다 67
나무늘보처럼 72
2부 ‖ 길을 묻고 싶은 날
만금이 78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83
삭정이의 시간 87
선생님, 아카시아 꽃 91
섬을 떠나고 내가 섬이 되었다 95
클릭하는 생선국수 99
풍경을 잃었다 104
할머니, 아가씨 109
길을 묻고 싶은 날 114
어쩌란 말이냐 118
3부 ‖ 솔직해지면 보이고 들리는 것들
꽃잎은 지는 때를 거스르지 않는다 126
해당화, 붉은 향기에 취하다 130
망둥이 도시락 134
바퀴가 많은 자동차 140
생명 145
솔직해지면 보이고 들리는 것들 150
아버지의 방에 핀 수국 155
어머니 향기 158
삐딱이, 그 맛 163
해바라기 정거장 168
가을역 171
어머니 그림자 175
흰 눈 검은 눈 179
한밤의 전화 소리는 183
4부 ‖ 봄은 그늘도 향기롭다
로토루아에서 189
봄은 그늘도 향기롭다 194
손을 잡은 허공의 바람 198
숨을 쉬고 싶다 203
압록강 철교에서 208
야생의 어둠 212
바이러스와 힘겨루기 218
하루가 함부로 사라지지 않게 222
등대
5부 ‖ 사람과 사람 사이에 부는 바람
꽃을 기다리며 234
눈물의 맛 239
도돌이표 245
마음의 소리 250
사람과 사람 사이에 부는 바람 254
순간을 잡다 259
아버지의 친구 262
은근한 끈기 267
있음과 없음의 차이 272
특별한 울림이 있는 연탄 277
저자소개
책속에서
자동차가 시속 120km로 달리다 속도를 줄인다. 시시포스처럼 돌을 메고 산에 올라가야 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자주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는 것은 나의 숙명일까. 돌의 무게를 못 견디는 날이면 쫓기듯 찾아가는 또 다른 자아의 세계는 닫혀있는 문이다.
철새들은 계절을 잊지 않고 찾아와 겨울 바다의 쓸쓸함을 걷어내고 있다. 일몰이 겹치는 아슴아슴한 바다를 보면 엄마의 품인 듯 아늑하다. 이곳에 와서 어떤 결심을 하면 익숙한 것을 내려놓게 된다.
시화호를 지나는데 철새들이 군무를 추며 나를 반겨주는 듯하다. 창문을 열자 비릿한 바람이 차 안으로 들어와 코끝을 간질인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그리움이 물안개처럼 피어오른다. 하얀 무명 앞치마를 두르고 굴국을 끓이던 어머니가 맨발로 달려나올 것 같아 옛집 앞을 기웃거려 본다.
인생은 애달픈 꽃길을 밟고 지나가는 것이리라. 옛 추억을 더듬으며 차를 몰고 마을 길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눈에 익은 것은 소나무 숲뿐이었다. 소나무들은 꿋꿋하게 세월을 잘 견디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를 품어서 키워준 소나무 숲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넓은 모래위에 텐트를 치고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딱딱하게 굳지 않은 시간이 여전히 내 안에서 숨 쉬고 있다.
고향을 찾아왔지만 나는 이방인이었다. 공기에 부딪혀 곱게 부서지는 햇살의 입자들 사이로 홀로 밭을 일구던 어머니의 하루가 지나간다. 꽉 막힌 듯한 현실 앞에서 숨통이 터진다. 삶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리라. 고려 시대 길재의 시조를 읊어 보았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을 간 곳이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오십 년 세월이 지났는데도 바다와 산은 그대로인데 사람들만 간 곳이 없다.
_‘길을 묻고 싶은 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