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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7937095
· 쪽수 : 215쪽
· 출판일 : 2025-10-18
책 소개
목차
책을 내면서
그리고 다시 쓰는 이유(2025) ………………… 6
프롤로그
『체온을 듣는 법(2025)』 ………………… 14
1부 열의 시작
10월 20일, 복도 ………………… 24
할매 축하 보쌈 파티 ………………… 30
마라톤 통화 ………………… 34
몸이 아무것도 하기 싫단다 ………………… 38
내 마음이 놀이공원
롤러코스터도 아니고 ………………… 42
금요일의 문 ………………… 46
오늘의 핑계는 날씨다 ………………… 50
2부 몸의 지도
“완경=끝”
오해를 걷어내며 ………………… 56
1+1의 생리대 ………………… 62
비행기 모드 그리고 새우깡 ………………… 66
한밤중에 우두커니 ………………… 70
김이 나는 머리 ………………… 76
내 머릿속의 딱따구리 ………………… 80
물 에서 깬 밤 ………………… 83
저울과 달력 사이 ………………… 86
살이 찌는 데는
이유가 있다 ………………… 90
가슴이 아프고 방귀가
나오고 몸이 붓는다 ………………… 93
리모콘의 동면 ………………… 96
냉장고에서 식는 안경 ………………… 100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 ………………… 102
꿈이 시작한 치유 ………………… 106
석류즙의 오해 ………………… 110
현명함과 체력의 엇박자 ………………… 113
Enter를 누르는 법 ………………… 116
3부 느려짐의 기술
50년 동거 ………………… 122
제주와 서울 어디쯤 ………………… 126
점검표와 숨 ………………… 130
씨앗상자 ………………… 134
운동의 사용법 ………………… 138
화의 사용법, 걷기의 속도 ………………… 143
물속의 숨, 명상의 숨 ………………… 147
엣헴, 신이나 ………………… 150
4부 다시 숨의 자리에서
다시 체온을 듣다 ………………… 158
조금 천천히 오지 ………………… 164
상자 속의 신호 ………………… 170
할매 축하 보쌈 파티 그 이후 ………………… 174
일립티컬을 탄다 ………………… 180
함께 걷는 시간 ………………… 184
에필로그
『작은 약속』 ………………… 188
부록
완경에 이르는 과정 ………………… 194
갱년기, 우리가 나눈 이야기(2019) ………………… 200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난자 수치가… 없습니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아주 얇은 공백이 흘렀다. 그 틈으로 ‘삐?’ 하는 가는 소리가 길게 스며들었다.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단어들이 내 앞을 지나가는데 내게 닿지는 않았다. 의자의 바퀴가 바닥을 스치는 소리, 냉난방기의 일정한 숨, 형광등의 낮은 울림. 소리 는 분명 있었지만, 그날의 나에겐 자막 없는 화면처럼 멀기만 했다.
“할매 된 걸 축하해.”
10월 20일 밤, 우리는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김이 오르는 보쌈 위로 신랑은 잔을 들어 올렸고, 나는 웃다가 금세 울컥했다. 그날 케이크는 없었다. 대신 얇은 상추와 기름기 도는 고기 그리고 소 주 한 잔, 그날 이후 나의 별명은 ‘할매’가 되었다. 농담이었지만, 몸은 곧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손톱은 안경을 벗고 깎고, 발톱은 쓰고 깎는다. 이 간단한 행위 하나에도 벗었다 썼다를 반복하다 보면 정말 불편하다. 언젠가는 내 안경이 냉장고에서 나오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라벨을 읽으려고 선반 위에 잠깐 올려두고 재료만 꺼낸 뒤 문을 닫아버리면, 내 안경은 차갑게 식어 갈 것이다. 웃픈 상상이지만, 지금 내 일상은 충분히 그럴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