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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7981067
· 쪽수 : 148쪽
· 출판일 : 2023-10-16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경로 이탈
1장 영원한 퇴사
너의 계획은
서사의 주인
표정, 표정들
2장 새로운 시나리오
예언
계획
고도
기도
3장 중간 정산
삽질
창당
운명
창업
‘찍먹’
역행자
외통수
4장 총체적 가설 실패
맥락
나쁜 피
무신경
붕괴
제 자리
에필로그 | 가장 보통의 존재
펺집자 코멘터리 | 기자 이후, 사람 이면
저자소개
책속에서
“왜 이직을 안 하는데?”라고 묻는다면, “이력서 쓰기 싫어서”다. 한마디로 질려 버렸다. 20대에는 인생이 증명이라고 생각했다. 증명하느라 서른 중반도 넘겼다. 막상 증명이 좀 되었다 싶으니 머리를 딱 얻어맞은 기분이다. 아, 이 증명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구나. 알아 버렸다. 증명 매트릭스는 누가 면접관으로 앉아 있느냐, 경쟁자는 무슨 이력을 지녔느냐에 따라 매번 달리 짜였다. 그래, 이 증명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뿐 아니라, 진짜조차 아니다.
더 이상 증명할 것도, 초조할 것도 없다. 나는 이 시험을 치를 필요가 없다. 남이 목에 걸어 주는 합격 목걸이는 필요 없다. 나중에 장물아비도 안 쳐줄 가짜다. 남이 차려 놓은 시험장은 영원히 퇴장이다.
- “너의 계획은” 중에서
이후 나를 포함한 기자 세 명은 증권부로 발령이 났다. 좌천이었다. 한 명은 곧바로 퇴사했다. 또 다른 한 명은 증권부 출입을 며칠 못 채우고 출근 준비를 하다 돌연사했다. 그날 이후 나는 간단한 시황 기사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매일을 처참하게 보냈다. 증권부 입장에서도 이런 애물단지는 필요가 없었다. 나 또한 회사에 일말의 애정도 남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를 못 견디고 국회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회사를 나왔다.
- “계획” 중에서
지금 내가 감히 겨뤄 보고 있는 건 ‘계획’이라는 신이다. 오늘까지 무신론자인 나로서는 신의 계획이 나를 이끌고 있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다. 사실 그저 되는 대로 흘러온 기분도 든다. 계획하지 않은 적은 없으나, 계획대로 된 것도 딱히 없으니까. 그저 보고 싶다. 내가 갈 길을 분명하게. 이정표가 아예 바닥에 떡 하니 찍히면 좋겠다. 그걸 밟고 나아가기만 하면 되게. 그 이정표를 알아볼 눈. 제3의 눈. 나의 근원이 나에게 명징하게 제시하고 있는 그 사인을 알아보고 싶다. 그게 신이라면 믿어 보고도 싶고.
- “기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