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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정신분석학
· ISBN : 9791198070654
· 쪽수 : 660쪽
책 소개
목차
개정판 서문
서문 | 정신분석적 신화 해석의 경이로움
I부 신화 해석을 위한 정신분석의 기초
1. 신화 속에서 역동하는 힘들의 의미
2. 신화를 해석하는 정신분석의 관점들
3. 신화를 창조한 무의식의 유형들
4. 원시 인류의 신화적 사고
5. 정신분석의 눈으로 읽는 영웅신화
II부 신화와 정신분석
1장 수메르 신화
1. 길가메시 _오만한 자가 현자로 변모하는 과정
2장 한국 신화
1. 창세신화 _태초 인류의 두려움과 소망
2. 환인, 환웅, 웅녀, 단군 _한민족 최초의 이상화 대상들
3. 주몽 _어머니 애착으로 고뇌한 건국 영웅
4. 바리데기 _버림받은 영혼이 치유자로 변환되는 과정
3장 중국 신화
1. 반고 _천지 사이에 우뚝 선 중국 민족의 자아도취감
2. 예 _끝내 행복해지지 못한 우울 자리 영웅의 인생
3. 순 _거짓자기가 참자기로 바뀌기 위한 조건
4장 일본 신화
1. 이자나기와 이자나미 _갈등과 대립에서 균형과 안정으로
2. 스사노오 _반사회적 성격이 창조적 에너지로 바뀌는 과정
3. 오오쿠니누시 _민중의 좌절된 욕망을 보충해주는 이상화 대상
5장 이집트 신화
1. 오시리스, 이시스, 호루스 _죽음에서 부활에 이르는 길
6장 그리스 신화
1. 창세신화 _지배자와 도전자의 끊임없는 투쟁
2. 오이디푸스 _억압된 인간 욕망의 진실
3. 페르세우스 _어머니의 영향에서 벗어나 주체가 되기 위한 조건
4. 테세우스 _미궁 탈출과 반복되는 파국의 정체
5. 헤라클레스 _박탈당한 모성성이 만들어낸 고통과 광기
6. 에로스와 프시케 _감각적 쾌락과 정신적 기쁨이 공존하는 삶의 환희
7. 나르키소스와 에코 _자기애 환상의 굴레에 갇힌 자의 비극
7장 북유럽 신화
1. 발드르 _빛의 신이 죽었다가 살아나야 하는 이유
III부 신화와 민족무의식
1. 원시 인류의 정신성과 ‘왕 살해’ 모티프
2. 창세신화와 동서양 세계관의 차이
3. 영웅신화와 민족무의식의 콤플렉스들
맺는말
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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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신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각 민족의 옛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차원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라는 독특한 문화와 생활환경에 적응하며 사는 우리가 오늘날의 사유 체계(과학적 합리성)와 전혀 다른 체계에 접속하여 인생의 본질과 목적, 현실의 곤경과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 등의 주제를 거시적으로 음미하는 작업이다.
불교-유교-기독교 문화 속에서 살아온 한국인이 지난 수천 년간 지녀온 세계관은 수억 년의 생명체 진화사와 수백만 년 인류사의 거시적 틀과 비교한다면 매우 짧은 시기에 해당하는 특수 관점에 불과하다. 그러나 개인의 자아의식(지성)은 자신을 형성시킨 그 오래된 배경들의 정체와 힘을 결코 있는 그대로 의식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우리는 단지 원시 인류가 남긴 유전자와 문화유산들을 통해 우리 자신의 뿌리와 소통하려 노력할 수 있을 뿐이다. 신화는 그것에 이르는 핵심 매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정신분석학의 관점 및 개념으로 그동안 명료하게 표현하지 못했던 신화의 무의식적 의미를 드러내려 시도했다. 인류와 개인 내부의 초시간적 무의식을 ‘지금 여기’에서 집중적으로 탐구해온 정신분석학적 사고는 원시 인류의 신화적 사고와 신기할 정도로 잘 공명한다.
정신분석 작업을 통해 신화 속에 투사되고 반영된 각 민족의 무의식, 즉 억압된 소망, 분열된 정신 요소, 불안과 방어 유형, 무의식적 환상, 대상관계 양태, 자기 상태를 생생히 지각하고 밝혀낼 수 있다. 신화의 주제 및 서술 관점이 어떻게 반복되고 변화되어왔는지 인류사의 거시적 차원에서 이해하게 되면 현재 우리가 지녀온 ‘신 관념’과 ‘인간 이해’가 어떠한 시대적-사회적 특수성과 한계를 반영하고 인류 차원의 공통성을 재현하는 것인지 조망할 수 있게 된다.
신화에 대한 정신분석적 이해는 꿈에 대한 이해와 대부분 동일하다. 가령 꿈해석 지식을 습득한 독자는 신화의 발생 구조를 고려하면서 표면 내용으로부터 신화의 발생 과정을 역으로 추적하여 그것의 이면적 의미에 접속할 수 있다. 거기에는 오래 외면해온 그림자와 콤플렉스를 대면하여 현재 정신의 균형을 이루고픈 욕구도 있고, 오랜 세월 억압해온 무의식의 금지된 소망을 초자아 불안 없이 충족하려는 욕망도 있다.
신화는 개인의 사적인 꿈이 아닌, 민족과 인류가 꾸는 꿈이다. 금지-억압된 소망을 간접적으로나마 충족하고자 무의식이 의식과 타협하여 창조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신화와 꿈은 동일한 발생 구조와 원리를 지닌다. 단지 개인이 지각하는 꿈보다 집단이 기억하는 신화에 의식 활동의 반영 비율이 더 높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게다가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각 시대 권력 주체와 신화 전달자들에 의한 의도적 내용 검열과 변형이 다중으로 이루어졌을 것임을 감안해야 한다. 꿈에서 변형을 많이 거쳐 괴상하고 모호하며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한 느낌을 주는 요소일수록 무의식의 단서를 많이 내포한다. 신화 내용 역시 꿈에서처럼 압축, 전치, 상징화, 2차 가공, 반대로 대체, 모순의 병존, 동일시, 검열 등을 거쳐 형성된다. 정신분석가는 의식의 검열을 거친 결과물 속에서 아주 사소한 단서를 찾아내어 무의식의 본래 의미를 추적해가는 전문가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 과정을 고고학적 복원 작업에 비유한다. 정신분석이 130여 년간 축적해온 ‘원상태 복원’ 비법을 신화 해석에 활용한다면 황당하고 유치해 보이는 신화 속에서 각 민족의 깊은 심리적 현실을 밝혀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