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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심리치료
· ISBN : 9791198180377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23-10-17
책 소개
목차
서문 | 불완전함을 향한 즐거움
첫 번째 이야기 •• 자식이란 무엇인가
경계에 선 딸 | 포획의 역사 | 죄짓지 않은 자의 죄책감 | 꽉 찬 공허 | 예정된 연인 | 잘못 소개된 남자 | 아버지, 그 소년
두 번째 이야기 •• 구원받기를 원하는 여자
단 한 번의 공감 | 구원받기를 원하는 여자 | 교활한 자의 치부 | 존재의 확인 | 우울, 자신을 향한 분노 | 사랑의 촉감 | 소각되지 않은 화 | 그녀는 죽었고, 부활했다
세 번째 이야기 •• 레슬러의 사랑
처음 3분, 분석의 블랙홀 | 거인의 밥 | 신혼의 종료 | 치료관계의 경계 속으로 | 공생관계를 요구하며 | 관계의 공간 만들기 | 존엄한 밥상
네 번째 이야기 •• 누락된 자의 슬픔
9월 31일_떠맡은 분노 | 10월 7일_꿈의 해석 | 10월 14일_무의식에 묻다 | 10월 21일_첫사랑의 기억 | 10월 28일_다시, 고통의 뿌리를 찾아서 | 11월 4일_어린 시절의 공포 | 11월 11일_전이의 메시지 | 11월 18일_누락된 존재 | 11월 25일_몸살을 앓다 | 12월 2일_나를 받아 주는 품 | 12월 9일_깊은 공감
다섯 번째 이야기 •• 스스로를 없앤 청년
한국인, 내 안의 못난 인종 | 상담 따위를 받는다는 것 | 내 안의 차별, 내 안의 저항 | 비존재, 실재하지만 실존하지 않는 | 애도, 원래 없었던 것과 나중에 잃은 것 | 좌절을 견디는 힘 | 변화보다 중요한 결행
여섯 번째 이야기 •• 마음이 가난한 자
부모의 다른 이름, 신 | 소년이 남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 | 내 안의 또 다른 나, 그림자 | 그림자의 얼굴들 | 오랫동안 삼켜 온 아픔 | 곳곳에 산재한 폭압적 권위 | 우리가 사랑한 오직 한 명의 여인 | 환속, 재출가 | 마음의 가난, 천국과 지옥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죄를 지었다는 의식, 그로 인해 자신을 책망하는 감정, 이런 것들이 발생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다. 그중 과도한 죄의식, 또는 죄책감을 갖는 이유는 무엇보다 과도한 책임감 때문이다. 우리 유년의 시절로 돌아가 찾아보면 자신이 지지 않아도 될 과도한 책임감을 지기로 한 기억들을 대부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나는 이미 일곱 살이나 열 살 때 엄마를 책임지거나 보호하거나 가족을 감당하거나, 심지어 집안을 일으키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내담자들이나 주변의 지인들을 수도 없이 만났다. 그 후로 항상 그들은 자신의 결심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끝없이 검열하고 나태한 자신, 부족한 능력을 자책했다고 한다. 자신으로 인해 겪는 모나 부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경감시켜 주고자 끝없이 자신을 재촉하며 살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까닭 모를 분노와 무기력, 의심과 허망함이 차오르고 그것을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 되면 그제야 분석가를 찾는다. 지하 씨도 그랬다.
지하 씨의 죄책감의 근원이 되는 ‘엄마를 구원하겠다.’는 그 사명감은 본질적으로 아이에게 지워져서는 안 될 것이었다.
첫 번째 이야기_자식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그녀는 자신의 삶을 구원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어려서 부모님이 싸울 때, 사실은 일방적으로 아버지가 엄마를 때리는 것이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부부싸움이라고 불렀고, 그럴 때 그 싸움을 멈춰 줄 누군가가 와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 공포로부터 구원해 줄 누군가가 나타나길 바란 것처럼 이 지긋지긋한 밥벌이로부터 자신을 빼내 줄 누군가를 간절히 원했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밥벌이로부터의 구원일 뿐만 아니라, 가족으로부터의 완벽하고도 합법적인 해방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중략)…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혼은 어떤 경우에도 구원이 아니다. 한 사람은 구원받고 상대방은 그저 구원자의 역할만 한다면 그것은 어느 쪽을 위해서도 진정한 구원이 될 수 없다. 결혼은 존엄한 두 인간이 사랑과 존중으로 같이 성장해 나가기로 약속하고 실천해 나가는 노력의 과정이다. 자기 삶을 더 기름지게 만들기 위해 고
통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결혼을 택하고 그에 걸맞은 대상을 물색해 같이 살게 된다면, 언젠가는 그 구원이 지옥이라는 엄정한 사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_구원받기를 원하는 여자 중에서
제니스가 100퍼센트를 주는 대가로 상대방에게 무엇을 요구할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분명 그로부터 100퍼센트 다 받기를 원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나는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100퍼센트를 다 주면 상대로부터는 무엇을 바라나요?”
그녀의 대답은 놀라웠다.
“저도 제가 바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상대방도 제게 100퍼센트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하지만 최근 로나와의 일을 겪고 나서 어젯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완전히 받아들여져 본 적이 있던가, 누군가 내게 100퍼센트를 주는 경험은 고사하고 아무런 사심 없이, 편견 없이, 의도 없이 온전하게 나를 받아들여 준 사람이 있던가, 결국 나는 누군가의 목적에 의해서만 받아들여졌구나, 하는 생각이요. 그러니 제겐 100퍼센트를 줄 기회도 없었던 거예요. 어려서부터 저는 항상 그냥 보여지는 대상이기만 했던 것 같아요.”
세 번째 이야기_레슬러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