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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8278289
· 쪽수 : 412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상처가 만들어낸 아름다움
기도 ― 신의 가호만 기다리던 아이
공백 ― 부서지던 내가 부서진 이를 고치는 의사가 되기까지
무고 ― 이름도 묻지 못한 아기의 죽음
책임 ― 가해자도 치료해주어야 할까
윤리 ― 몸을 강압할 권리가 의사에게 있는가
신념 ― 삶의 마지막에 받아안는 결과물
용서 ― 가해자를 용서해야 하는 유일한 이유
수용 ― 죽음 앞에서 의료를 거부한 두 남자
인정 ― 부서진 마음을 마주한다는 것
회복 ― 치유라는 기적을 맞이하고 싶다면
죽음 ― 몸에는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
[나가며] 치유는 치유를 부른다
[감사의 말]
[참고문헌]
리뷰
책속에서
내게는 특별한 능력이 없다. 죽음을 다루는 방법도 다른 사람들만큼이나 모른다. 그저 아수라장인 병원 응급실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노예가 됐다가 구원자가 됐다가 이따금 저승사자가 된다. 나는 대개 죽음을 막기 위해 일한다. 성공한다면 환자를 다시 세상으로 내보내지만, 실패하면 환자가 세상을 뜰 때 그 옆을 지킨다. 나만 이런 종류의 일을 할 수 있노라고, 그래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노라고 생각할 만큼 망상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결정이 내 손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환자와 그의 가족, 친구, 의사까지 포함해 누가 어떤 계획을 세우든 죽음을 직면하는 순간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때 내 역할은 목격자다. 그래서 마지막 숨이 빠져나가는 환자의 육신을 저세상으로 인도하고, 마치 밤의 파수꾼처럼 사망 시각을 소리 내어 알림으로써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음을 선고한다. 누구나 그렇듯 나도 이 세상에 잠시 머물 뿐이다.
_<들어가며>
혼돈이 지배하는 한복판에서 평정심을 품을 수 있다면, 이러한 폭력의 너머에서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면, 겹겹이 쌓인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면, 나는 응급실의 의사가 될 수 있을 거였다. 그 미래는 세상과 나 자신에게 보내는 선물인 셈이었다. 응급실이라는 공간에 설 수 있다면, 나는 전쟁통 같던 유년기와는 달리 내 삶의 주인으로서 도와달라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을 치유해주거나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 거였다. 나는 내 힘으로 책임지고 지키는 피난소를 생각해보았다. 여러 해 전 나를 찾았던 수호천사가 나 자신의 목소리만큼이나 분명한 음성으로 삶의 비밀을 알려준 적이 있다. 믿는 대로 이루어지리라.
_<기도 ─ 신의 가호만 기다리던 아이>
인간의 본성은 사람이든, 사건이든, 물건이든, 꿈이든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늘 함께하기를 바란다. 그 소중한 일부가 자신의 곁에서 영원하고 안전하게 머물러 있기를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원을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허황된지 깨달을 수밖에 없을 때, 우리의 마음은 닳아 너덜너덜해지고 부서지기 마련이다. 지금 여기,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껴안고, 어루만지고, 배우고, 느껴야 하는 대상이자, 우리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다. 운이 따른다면 우리가 이런 ‘현재’를 살아가는 순간, 그 경험은 우리의 삶을 빛내고 살아 숨 쉬도록 넓게 확장시킨다. 우리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여기서 배우지 못하면 우리는 ‘왜’인지 아는 선물조차 영영 받지 못할지 모른다. (…)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극복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이 부서짐은 치유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그릇이 비어야 은혜로 채울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우리는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 서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야 했다. 일어나서 다시 시작해야 했다.
_<무고 ─ 이름도 묻지 못한 아기의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