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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8380494
· 쪽수 : 109쪽
· 출판일 : 2024-06-28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작가의 말
시詩
작가의 매듭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변덕쟁이>
어디까지 내 분노의 불이 가득 차 있는지
알 수
없 다
내 슬픔의 바다가 얼마나 잠겨 있는지
알고 싶 지
않다 가늠할 수 없다는 막연함을 간직한 채
지금처럼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기어코 탐험해야 하는
그곳에 손을 뻗어
진맥을 짚어야 하는,
날아오는 당위에
난 진맥을 짚는다
당위를 던진 자들을
난 혐오한다
당위를 던진 자들을
난 사랑한다
위안을 구하면서
위안을 걷어내고 싶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변덕쟁이.
「깊은 상실을 겪는다는 건 ‘변덕쟁이’가 된다는 것」
<다시 길목에 섰다>
벚꽃이 왔다
봄
여름
경계선에서
엄마가 갔다
개나리도 왔다
딸이 외친다
아빠 개나리가 폈어
응 정말 개나리가 폈네
커피를 마신다
밖은 봄이다
난 다시 꺼내서
쓰고 있다
사람들이 웃는다
난 한없이 차분하다
젖소 한마리가
벽에 걸려있다
촌스러운 조명이
주렁주렁 쏟아진다
봄
여름
다시 길목에 섰다.
「매년, 그 길목에 서야 하는 순간이 있다」
<슬픔을 배려하는 슬픔>
추석 연휴가 간신히 흐려질
때쯔음
두껍고 차분해 보이는
위태위태한 답답함이 들어선 목소리가
날아왔다.
아들 한 명이 또 다른 아들 한 명과
아버지 한 분과 어머니 한 분을 두고
생을 벗어던졌다는 이야기.
고개 들어 푸른 나무를 본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그들은 양팔을 힘차게 휘젓는다.
앞만 보고 걸어간다
오직
앞만 있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계속 듣는다.
또 다른 아들 한 명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빼앗겨버린
생의 에너지를 슬퍼한다.
왜,
그는 그를 슬퍼하지 않는 것일까.
그가 그를 슬퍼해야 함을
넌지시 알려준다.
그러나
슬픔을 배려하는 슬픔.
난 이것이야말로
아름답다 여기기로 했다.
「슬픔을 배려하는 슬픔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