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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8387592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3-08-25
책 소개
목차
저자의 말
프롤로그
나를 살린 철학 / 철학과 과학은 친구다 / 철학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 삶의 위안이 되는 철학자들의 언어
1장 치유: 인식론_마음을 위로하는 철학
불안아, 그냥 나랑 같이 살자 / 쾌락의 블랙홀에서 탈출하는 법 / 나만 빼고 다 행복한가 봐 / 욕망이라는 이름의 소비 / 당신과 나를 지배하는 기호는 무엇인가
2장 회복: 존재론_자존감을 높여주는 철학
빨강머리 앤이 행복을 느끼는 방법 / 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 / 페르소나와 그림자 / 운명에 반항하라 / 당신의 불행에는 이유가 없다 / 너의 이름은 / 생각하는 대로 말할까, 말하는 대로 생각할까 /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3장 성장: 지성론_지혜를 더해주는 철학
내가 아는 것은 오직 ‘모른다’는 것뿐 / 존재를 성장시키는 건 경험의 다발이다 / 당신의 신념에 돌을 던져라 / 나는 깊이 성찰한다, 고로 존재한다
4장 실천: 윤리론_공동체를 지켜주는 철학
응답하라 1988 / 단 한 사람의 고통도 외면하지 않으려면 / 오늘 눈물 흘리는 당신은 훌륭하다 /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 구분하기 / 평범한 악은 용서해야 할까 / 공정함이란 무엇인가 / 모든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에필로그
철학을 통해 생각의 자유를 얻다 / 더 깊은 사유 안으로 / 세상이 먼저일까, 내가 먼저일까? / 당신이 특별한 이유 / 삶은 오묘하다 / 철학하기로 유연함 기르기 / 참 재미있는 철학 / 철학은 삶의 나침반이다
인용출처 및 주 / 참고문헌 / Photo credits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철학자들의 언어는 무척 함축적이지만, 짧은 문장 하나하나에도 다양한 정신이 들어있습니다. 저는 그런 문장들을 마음속 깊이 새겨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 봅니다. 깊이 생각하면서 사유합니다. 덕분에 저는 삶의 여러 고민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언어는 인간의 사고 활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이자 사유하는 주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본질이기도 합니다. 언어는 또한 개념을 만들어냅니다. 나와 너, 철수와 영희, 책상과 의자, 이 모든 것은 ‘그렇게’ 호명됨으로써 비로소 타자와 구별되고 존재하게 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구처럼요. 그런데 철학자들의 언어에는 개념을 알려주는 것 외에 또 다른 본질적인 힘이 있습니다. 우리의 뇌를 끊임없이 자극하여 사유하고 또 사유하게 함으로써 사유의 범위를 확장하게 해줍니다. 이를테면 18세기 프랑스의 작가이자 철학자였던 볼테르가 말한 “파렴치를 분쇄하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파렴치를 분쇄하라니, 대체 무슨 뜻일까요? 그 진의를 알려면 우리는 18세기 프랑스로 뛰어들어야 합니다. (중략) 그는 광신과 권력이 영합하여 불러온 끔찍한 사태 앞에서 행동하는 지식인이 되고자 마음먹고는 이 사건에 대한 전말을 서술하여 인쇄한 뒤 친구들에게 돌리면서 도움을 요청합니다. 볼테르는 이때 친구들에게 쓰는 모든 편지의 마지막을 “파렴치를 분쇄하라!”라는 말로 끝맺습니다. 이후 ‘파렴치’란 단어는 비단 신앙뿐 아니라 지적이거나 정치적인 면에서의 모든 광적 압제를 상징하게 됩니다. 저는 바로 이런 철학자들의 문장에서 새로운 사고의 물꼬를 트게 되었습니다. 특히 삶에서 어려움과 고단함이 느껴질 때 철학자들의 문장을 되새기면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그전에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통찰을 얻으면서요._<삶의 위안이 되는 철학자들의 언어> 중에서
제가 자주 타는 출퇴근 광역버스에서 종종 뵙는 기사님이 한 분 있어요. 그런데 이분은 늘 화가 차 있습니다. 차선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을 보면 나가서 싸우고, 앞차가 조금이라도 느리게 가거나 멈추어 서면 경적을 울려대고, 상대방이 뭐라 하면 또 나가서 싸우고, 다른 차가 경적을 울렸다고 또 나가서 싸웁니다. 운전하는 시간보다 싸우는 시간이 더 많아 보일 정도입니다. 늘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는 모습이 꼭 싸우기 위해 운전하시는 것 같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볼 문제가 하나 있어요. 세계적인 작가이자 칼럼리스트인 에릭 와이너(Eric Weiner, 1963~)는 차가 꽉 막히면 우리는 “차가 왜 이렇게 막히나?” 불평해대지만 나 또한 차에 타고 있다는 사실, 문제의 일부라는 사실을 종종 무시한다고 지적해요. 맞는 말이죠? 만일 나에게만 유독 모든 것이 삐뚤게 보인다면 그것은 내 마음이 삐뚤어졌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앞에 펼쳐진 현상과 세계는 그저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 속성은 규칙과 불규칙성이 혼재되어 있는데 전체적인 순환 구조가 균일하고 질서 있다면 큰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주 작은 문제까지도 매번 눈에 걸리고 괴롭다면 그것은 세상에 장애물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내 안에 장애물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 장애물의 정체를 파악하고 없앨 때까지는 어쩌면 나에게 펼쳐진 세상은 늘 지옥일지도 모릅니다. 현명한 사람은 순간에 붙잡히지 않습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은 우리의 정신이 재해석한 세상일 뿐입니다. 나를 화나게 하는 일들은 많은 부분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지 우리를 일부러 괴롭히기 위해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그냥 지나칠 줄도 알아야 합니다. 덤덤하게, 여유롭게, 그렇게 살아가도 됩니다. 작은 돌멩이 하나가 발치에 걸린다고 해서 그곳에 서서 이 돌멩이를 어떻게 처리할까, 하며 오랜 시간을 보내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길을 걷다 보면 모난 돌멩이만 있는 게 아니에요. 풀도 있고 나무도 있고 때로 꽃도 있습니다. 그러니 돌멩이의 존재 따위 잠시 접어둔 채 내게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꽃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어떨까요?_<쾌락의 블랙홀에서 탈출하는 법> 중에서
인간은 종종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한계상황에 직면합니다. 죽음, 전쟁, 질환 등이 이에 속하는데요. 야스퍼스는 그런 한계상황에 처할 때 인간에겐 진정한 내면이 열리고, 실존적 자각에 이르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가 나치 치하의 경험을 통해 철학적 통찰을 얻었듯 말입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동물은 외부세계를 살지만, 인간은 내면세계를 산다는 점입니다. 눈에 보이는 현상을 자신 내면 안에서 재해석한 세계를 사는 것입니다. 이때 인간 특유의 가치판단이 들어가는데요, 어떤 가치를 수렴하느냐에 따라 현상의 본질은 달라집니다. 실존하는 인간은 그러므로 객관적 사태에 지배받지 않습니다. 야스퍼스처럼 말입니다. 현실 세상은 우리 스스로가 어찌해볼 수 없는 한계상황으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그런 한계상황에 기꺼이 자신을 던지는 존재입니다. 또 다른 실존철학자인 사르트르의 말대로 현재를 초월하여 미래로 자기를 내던지는 ‘기투(企投)’하는 존재죠. 오직 인간만이 그렇습니다. 사르트르도 그래서 이렇게 우리에게 권고하고 있어요. “언제나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매 순간 나의 생생한 실존과 마주하라”고요. 한계상황을 자각하지만, 그것에 지배받기보다는 극복해나갑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삶이란 아름다운 거야”라고 이야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스스로 아름답게 살아가라고 말해줄 것입니다._<운명에 반항하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