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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8557711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24-06-16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한 달 째 정신과 약을 끊고 규칙적인 일상을 유지하며 내 생활을 해내고 있었다. 그러나 엄마를 제외한 가족 모두는 내가 약을 계속해 먹기를 바랐다. 약을 먹어야만 내가 발작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었다. 내가 힘든 상태에 빠지는 어떤 이유를 약이 알아서 처치해 주기를, 그런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소망했던 걸까. 내가 고통을 겪느냐 마느냐는 약을 먹느냐 마느냐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을 나는 알겠는데. 애초에 내가 겪는 아픔이 무엇인지 몰랐던 것처럼, 나의 아픔과 약물은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도대체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궁금했다.
_4. 상담실에서 만난 아이 엄마 김지영
가끔씩 창문 너머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상상해 본다. 제각각 다른 이유로 행복해하고, 서로 다른 아픔 때문에 불행해할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중 한둘은 어쩌면 밤을 새하얗게 지새우는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고통을 야음 속에서 혼자 삭히고 있을 그들 곁에는 두툼한 약 봉투만 가득할지도 모른다. 나의 아픔이 무엇에서 비롯되었는지 스스로 보지 못했던 그때 나의 책상 서랍처럼.
5년 전에는 꿈조차 꿀 수 없던, 기적 같은 오늘을 나는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남들에게 나는 별것 아닌 일에도 감정이 북받치고 내 잘못인 것만 같아서 불안해하는,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게 섬세하고 예민한 김지영이다. 그럼에도 나 자신은 어딘가가 고장 난 기계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창문 너머에 살고 있는 당신에게도 내가 만들어 가는 삶에 대해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마음을 몇 개의 단어와 몇 줄의 문장으로 적어 또박또박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형벌처럼 느껴지던 아픔이 때로는 나답게 살아가는 삶의 열쇠가 되기도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모두가 자신을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도. 짙은 어둠에 가리워진 당신에게 나의 이야기가 가닿기를, 그리고 그곳에서 당신의 이야기가 시작되기를 바라본다._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