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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코 여자

하얀 코 여자

고노 다에코 (지은이), 부윤아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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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코 여자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하얀 코 여자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8575449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24-08-01

책 소개

어린 시절부터 모두의 이목을 끌고 세간의 소문에 오르내리며 살아간 여인, 엘레나.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항구 도시에서 시작한 신혼 생활에는 사랑과 낭만 대신 그녀를 향한 남편의 집착과 광기가 함께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분노와 의심으로 자신을 옭아매는 남편이 저지른 살인 사건과 그에 따른 사형 소식으로 인해 그녀의 삶은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한다.

목차

제1부 소문
제2부 상처
제3부 불꽃

해설
옮긴이의 말

저자소개

고노 다에코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26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1950년 〈문학자文学者〉 동인을 통해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하며 1962년 《유아 사냥幼児狩り》으로 신초샤 동인잡지상을, 1963년 《게蟹》로 일본 문학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라 평가되는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도 소설 《뜻밖의 목소리不意の声》와 평론 〈타니자키 문학과 긍정의 욕망谷崎文学と肯定の欲望〉으로 요미우리 문학상, 《미라 채집 엽기담みいら採り猟奇譚》으로 노마 문예상, 《하얀 코 여자》로는 마이니치 예술상과 이토세이 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일본 전후시대에 활동한 여성 소설가로서 자신만의 입지를 다지며 1986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아쿠타가와상 심사위원이 되어 20년간 활동했고, 2014년 일본 문화 훈장을 수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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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윤아 (옮긴이)    정보 더보기
다른 사람의 책장 구경을 좋아한다. 출판번역에이전시 글로하나에서 일본어 기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일본어에 이어 중국어 등 다양한 외국어를 배우면서 언어란 그 나라의 문화를 담아낸다는 것을 깊이 이해하고 단순히 텍스트가 아닌 문화를 전달하는 번역가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그렇게 중년이 된다》, 《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 《말 잘하는 사람은 잡담부터 합니다》, 《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 《코지마 히데오의 창작하는 유전자》, 《철학을 잊은 리더에게》, 《사랑에 이르는 병》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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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엘레나의 키가 자라자 양초 가게 엘레나라고 말하며 그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부류도 변해갔다. 엘레나가 어렸을 적에 가장 말이 많았던 아주머니들은 엘레나에 대해 별로 언급하지 않게 되었다. 그 대신 젊은 남자들 사이에서 양초 가게 엘레나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바로 그 엘레나의 암묵적인 의미도 변했다.
그들은 혼자 있을 때나 여럿이 있을 때나, 부모와 함께 있는 엘레나는 모른 척했다. 그러면서도 눈길이 맞으면 한쪽 눈을 찡긋해 보이거나 휘파람을 부는 정도의 일은 때때로 있었다. 엘레나는 슬쩍 웃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부모에게는 아무래도 그 모습이 아직 어린아이처럼 보일지도 몰랐지만, 엘레나는 전부 꿰뚫어 보고 있는 듯했다.


“……전부 알고 있어. 네가 스스로 한 말을 분명하게 떠올리라고 네 입으로 직접 말하라는 거야. 빨리 말해봐.”
엘레나는 어쩔 수 없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러브레터 따위 하나같이 장황하고 허풍스럽고 자신에게 취해 있어서, 지극히 시시한 사람이라고 해도 러브레터랑 비교하면 훨씬 나아. 멋진 러브레터는 딱 한 번밖에 보지 못했어. 커다란 글씨로 ‘이쪽으로 와요’라고만 적혀 있었는데 그 사람은 얄궂게도 러브레터 쪽이 훨씬 나았어.”
“아아, 아아, 아아.”
프란체스카는 소리를 내어 한숨을 쉬었다.
“우쭐해져서는 잘도 그런 경솔한 말을 했구나. ……러브레터를 받는 건 상관없어. 괜찮은 일이야. 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 러브레터에 잔뜩 빠져있는 여자처럼, 그렇고 그런 여자처럼 여겨질 거야.”


“길에서 두 사람을 만났어요. 자코모가 성당에 감사 기도를 드리러 가서 양초를 100개나 켰다고 하더군요. 엘레나도 함께 있었습니다. 자코모는 상당히 감격한 것처럼 보였고, 내 손을 잡고는 ‘형님, 엘레나는 순결했습니다’라더군요…….”
곁에서 프란체스카가 “그래”라며 표정을 풀었다.
“자코모는 엘레나가 설마…….”
프란체스카도 걱정했던 부분이기는 했지만 루도비코가 무슨 말을 하려 하자 프란체스카가 바로 끊었다.
“무슨 말이니? 엘레나는 경솔한 부분은 있지만, 누가 뭐래도 바로 내 딸이야.”
프란체스카가 가슴을 두드렸다. 루도비코는 쓴웃음을 지으며 한쪽 뺨을 긁었다.
“음, 감격을 잘하는 사람 중에 나쁜 남자는 없는 법이지.”
나르디 씨는 이렇게 말하고는 덧붙였다.
“엘레나에게는 모든 것이 아주 잘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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