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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8637512
· 쪽수 : 182쪽
· 출판일 : 2024-10-31
책 소개
목차
1부 1
비일상과 이방인 45
2부 46
저자소개
책속에서
요즘에는 정말 꿈을 자주 꾼다. 상상력이 부족한지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고양이 가족과 이야기를 하지는 못하고, 매번 자주 다니는 장소에 서 있거나, 주변을 걸어 다니거나, 하던 일을 하는 꿈이다. 꿈보다는 잠든 이후의 생활이 있는 느낌이다.
다만 어제는 그 사람과 한참을 걸어 다니는 꿈을 꿨고, 일어나자마자 오늘 날짜의 메모장에 ‘가장 꿈 같은 꿈을 꿨다’고 적었다.
오늘의 첫 일과는 빵을 굽는 것이었다. 조가비 모양의 작고 포슬포슬한 빵들. 언젠가 갖고 싶어했던 빵 만드는 책을 누군가 선물해주었고, 오전에는 밀가루와 부침가루가 무슨 차이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내내 반죽을 하고, 틀에 버터를 바르고, 오븐 안을 들여다보며 제발 타지 말아달라고 빌었다.
사실 혼자 먹을 생각이었다면 조금 덜 떨었을 텐데, 책을 준 이에게 빵을 돌려줘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더니 냄비를 태워먹거나 속이 덜 익거나 하는 일들이 잔뜩 있었다. 핑계 같지만 누군가를 생각하며 하는 일들은 그렇다. 괜히 손끝을 떨어 손을 데이거나 다 구운 빵을 떨어뜨리게 되거나 하는 것이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찾은 첨성대는 (당연히) 어젯밤의 생각보다는 컸고, 그래서 기뻤다. 첨성대를 생각했던 처음의 마음이 가늠했던 정도, 딱 그 정도의 크기였기 때문이다. 정말 적당한 크기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고.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네모난 돌들. 적당히 따듯한 갈색의 잔디밭과 낙엽 진 숲. 주변을 산책하는 동안도 첨성대는 내내 그곳에 있었다. 그 당연한 일이 그렇게 안심이 되어서 발바닥이 아파질 때까지 주변의 산책로를 빙글빙글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