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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에세이/시
· ISBN : 9791198890559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5-04-11
책 소개
목차
1부 숨기고 싶지는 않지만 숨기고 싶은
별
다 문화가정이잖아요
탈북자 철수
수학여행
스무 살이 되기 전에
달맞이꽃
추위에 얼어 죽는 사람이 없다는 엄마 고향
첫 장학금 받은 날
고속 기차
엄마를 위해 밥을 할 계획이다
문학 수업 시간
당연한 것들에 대한 질문
절벽 위 소나무같이
고전읽기 수업 시간에
내가 야자를 하는 이유
2부 피부색이 다르면 사람 마음도 다를까요
감자꽃
봄, 밤
감자 열매처럼
휴업일
등하교 길
단추
봉평 장날
혼자 가는 먼 집
눈 오는 날
반딧불이
감자, 옥수수, 지하철, 인터넷
피자가 오긴 와요
3부 바람과 햇빛과 달빛과 비와 구름 속에서
내가 모르는 사이에
봄밤
개구리
나는 자연인
비 오는 날
7월
옥수수
노란 해당화 핀 집
모두의원
명자꽃
무꽃
감나무가 없는 우리 동네
은행나무
4부 이제 학교를 떠날 때
목련
빵꽃
첫사랑
야속하고 야속한 국어 샘
난 간호과를 갈 거예요
매미가 운다
고래
일탈하라고요, 나보고요?
법과정치 수업 시간에
고라니가 우는 이유
사요나라 일본어 샘
고3
졸업
시인의 산문
나와 다른 존재를 생각하는 시간
독서활동지
저자소개
책속에서
진로 캠프에서 만난 서울 친구는
내가 강원도 산골 산다는 말을 듣고
감자 옥수수 많이 먹겠다
웰빙이네, 건강하겠다 하고
신기한 듯 나를 본다
피자도 치킨도 먹어요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도
급식에 나오거든요
감자 먹은 지 오래됐고요
옥수수는 미백만 먹어요
지하철 없으면 어떻게 다녀
인터넷 쇼핑은, 인스타는
우리 동네도 도시의 마을버스처럼
시내버스 다녀요
와이파이 되고요
인스타에 사진도 올려요
수능특강도 인터넷으로 사요
아직도 서울 사람들은 우리 동네 사람들이
감자 옥수수만 먹으며 연명하고
피자나 치킨은 명절 때나 먹을 수 있고
물물교환으로 닭고기나 삼겹살을 구하는 줄 안다
수렵 채취 생활을 하는 줄 안다
한 시간 이내 거리는
걷다가 쉬다가 걷다가 하면서
19세기 백성들처럼 사는 줄 안다
자식이 보낸 1등급 한우도 함께 굽고
칠순 기념 효도 여행 해외로 가면서
독거노인 친구 선물도 챙기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마을회관에서 스마트폰 활용법도 배우는
우리 마을은 그렇지 않다
―「감자, 옥수수, 지하철, 인터넷」 전문
아빠는 솜씨 좋은 셰프였어요
손만 대면 최고의 간짜장과 해물짬뽕이 탄생하고
바삭바삭하고 촉촉한 찹쌀 탕수육을
달콤한 소스와 함께
비밀의 문을 열 듯이
신비한 맛의 세계를 열던
가겟세를 올려달라는 집주인 이야기에 속상했던 아빠는
음주운전으로 집에 돌아오다 사고가 났어요
죽음을 피한 아빠가 보조기에 기대 겨우 마당을 산책하기 시작한 건
오 년 전쯤
엄마는 농협 마트 계산원으로 막국수 집 주방으로
저녁엔 신음 소리와 함께 잠자고
아침엔 파스 냄새와 함께 출근하는데
난 국문과나 문화인류학과를 가고 싶어요
근사한 시나 소설을 읽으면서 그 아름다운 말들에서
시베리아나 남미의 벌판과 밀림을 보거나
그곳에 오래 산 사람들의 페인팅이나 장신구들을 보면서
인간의 기원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죠
그것이 안 된다면 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었죠
내가 사는 이런 시골에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아이들과 함께하는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었어요
난 간호과를 갈 거예요
빨리 돈 벌어서
아빠 보조기를 새 걸로 바꿔드리고
엄마 몸에서 나는 파스 냄새와 이별하려고요
간호사가 된 후 국문학자나 인류학자처럼
좀 고급스럽게 사는 방법은
나중에 찾아보려고요
그러려구요
―「난 간호과를 갈 거예요」 전문
담임 샘이 나를 교무실로 불렀다
다문화 가정이냐고 물었다
난 누구나 다 문화가정 자녀라고 생각한다
다 문화를 가진 가정에서 자랐으니까
이제는 외할아버지 얼굴도 잊은 것처럼
엄마는
저녁 마당가에서 울지 않는다
마을 부녀회 총무를 맡은 날
엄마는 내가 국어를 90점 맞았을 때보다
더 기쁘게 울었다
난 우리 집이 다문화 가정이 아니라고 말하고
교실로 돌아와 단톡방에 들어갔다
‘쌀국수 먹으러 갈 사람
쟈린 아줌마네 식당으로’
―「다 문화가정이잖아요」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