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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8947727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25-08-18
책 소개
한 줄의 문장을 위해 몰입하는 시간, 한 편의 글에 담아내는 내면의 소리
‘빼앗긴 일터’ 이후 40년, 한 여성 노동자의 배움과 쓰기의 힘줄
호주 벌리그리핀 호수와 제주 검멀레해변을 잇는 노을빛 산책
원풍모방 노동자 출신 작가에게 찾아온 호주국립대학교 8주간의 초청.
디저리두, 코카투, 캥거루, 박제된 원주민, 캔버라의 호수, 노을 산책…
호주의 역사와 자연, 사람 이야기 속에 작가의 경험과 사색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열여섯 신정야학,
공장의 불빛, 빼앗긴 일터, 되찾은 공부, 노동의 문장, ANU 초청…
낯선 땅에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삶의 목소리가 생동한다.
❙《빼앗긴 일터》 작가 장남수의 노을빛 산책 에세이
공장의 불빛에서 빼앗긴 일터의 경험, 되찾은 공부에서 노동의 문장까지……. 호주국립대학교(ANU) 초청으로 8주간의 호주 체험에서 길어 올린 원풍모방 노동자 출신 작가의 노을빛 산책 에세이. 제주의 검멀레해변과 호주 벌리그리핀 호수, 과거와 현재를 파노라마처럼 넘나들며 한 노동자가 배움의 열정으로 야학에서 검정고시, 성공회대를 거쳐 만학의 꽃을 피운 이야기가 흑백의 사진 이미지와 더불어 잔잔한 울림과 공명으로 전한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존재로서 여성 노동자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신산하다. 나만의 방에서 내 안의 이야기를 쓰고픈 저자의 굳은 심지는 오늘도 자판에 한 자 한 자 입력된다. 글쓰기의 힘을 믿기에.
❙ 낯선 땅에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여공문학》을 통해 한국 여성 노동자 문학을 분석한 호주의 루스 배러클러프 교수와 인천대학교 국문학과 노지승 교수의 추천으로 호주국립대 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초청된 작가. 디저리두, 코카투, 캥거루, 박제된 원주민, 벌리그리핀 호수, 노을 산책……. 작가는 호주의 역사, 자연, 사람과의 만남 속에서 열여섯 신정야학, 공장의 불빛, 빼앗긴 일터, 되찾은 공부, 노동의 문장까지 차오르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내가 호주의 대학교에 초청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명확했다. 노동! 문학! 노동의 시간이 문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_<노동의 문장이 맺어준 인연> 중에서 (32쪽)
❙ 그늘, 그림자, 뒤에 있는, 그래서 없는 것 같으나
“평화로워 보이는 호주 사회도 폭력으로 시작한 원죄는 상흔과 갈등으로 남아 ‘불일치한’ 가운데 원주민 예술의 가치가 부여되고, (중략) 하층계급의 문화를 구색처럼 배치하는 어떤 것들에 모멸감을 느낀 기억이 슬며시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빼앗긴 일터’의 나는 ‘빼앗은 역사’가 존재하는 땅의, 빼앗은 집단 후손으로부터 초청받아 뺏고 빼앗긴 이국의 역사를 ‘관람’하고 ‘견학’하고 있다.”
_<‘불일치’한 호주의 국경일에> 중에서 (90~91쪽)
소년공 대통령과 철도 기관사 노동부 장관. 달라진 시대를 상징하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수많은 노동의 숭고함과 각고의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원풍모방 출신 작가의 위대한 성취도 주목할 지점이다. 10대 여공의 설움, 배움에 대한 끝없는 열망, 빼앗긴 일터에서 만학의 공부, 긴 노동의 시간을 돌아보는 눈에는 한 노동자가 걸어온 성숙의 시간이 담겼다. 그 속에는 그늘, 그림자, 뒤에 있는, 그래서 없는 것 같으나 사실은 사회를 받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깔려 있다. 작가는 문장으로 증언하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화가 쉽게 무너지고 무시되는 사회지만 연약한 풀포기들이 바람을 이기고 땅을 살리는 선한 연대를 통해, 삶은 존엄하고 가치 있음을…….” 빼앗긴 노동이 되찾은 문장이 되기까지 한 여성 노동자의 서사가 갖는 깊은 울림 속으로 들어가 보자.
❙ 캔버라의 노을에 담아낸 노동 그리고 배움과 쓰기
‘여공’이나 ‘공순이’로 불리던 1970~80년대 여성 노동자들. 그 많던 여성 노동자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희미해지는 지난 추억 속의 그 길을 이젠 다시 걸어볼 수 없다 하여도 이내 가슴에 지워버릴 수 없는 그때 그 모든 기억들~” <추억 속의 그대> 노래 가사처럼 잊혀간 여성 노동자들의 뜨거웠던 삶은 그때나 지금에나 계속된다.
“호주의 노동자들과 근무 환경을 보며, 공사 단축을 재촉하는 압박도 연장근무도 없는 여유로운 노동, 몸 쓰는 노동자의 임금이 높아 결혼 배우자 앞 순위를 차지한다는 노동, 나는 그게 부러워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_<호주 노동자와 어린 아들> 중에서 (131쪽)
과거와 현재, 여성 노동자의 만남을 통해 우린 어디에나 있었지만 지워진 존재처럼 여겨지던 여성 노동자의 삶을 마주하게 된다. 한 여성 노동자의 한 땀 한 땀 글쓰기를 따라가다 보면 거기에는 과거를 팔아 현재를 사는 사람들, 남들 위에 군림하고 보상받으려는 군상에게 던지는 삶의 질타가 있다. 고단하고 지난했던 여성 노동자의 삶을 솔직히 드러내며 삶의 자양분으로 삼는 사람. 하루하루 쓰는 사람으로 살고픈 한결같은 마음과 마주할 수 있다.
❙ 쓰는 사람, 돌아보고 성장하는 과정
작가는 어떤 환경에서도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중심에 두고, 오늘도 ‘쓰는 사람’이고자 한다. 작가에게 매일의 글쓰기는 단지 작품 창작만이 아니라, 일상을 돌아보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과정이다. 작가는 희망한다. “글을 통한 진심이 사람들에게 닿기를,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연대의 손들과 이어지기를.”
“혀끝에 남은 추억을 따라 가족과 고향, 사람을 살린 수많은 수고로움을 생각하니 새록새록 고마움도 차오른다. 칠십 년 또는 팔십 년, 평생을 부엌에서 음식을 만든 엄마들, 그래서 살 수 있었고 살아갈 사람들. 천하에 내 잘난 듯 사는 사람도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는데 대개는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 노동을.”_<한인 마트에서> 중에서 (101~102쪽)
제도교육에서 소외되었던 작가가 외국의 대학교에서 경험한 성찰은 독자로 하여금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이해와 연대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또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하며 자기 삶을 기록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공감과 위로를 전달한다.
❙ 이 세계 절반의 사람 ‘여성 노동자’
가난한 시골 마을, 단칸방 더부살이, 공장의 기계 앞에서 보낸 어린 시절, 공장의 단체 기숙사, 감방의 칼잠, 계엄사의 연행과 강제 해고 등등. 꾹꾹 눌러 켜켜이 쌓인 설움과 열망은 여성이라서, 공순이라서 견뎌야 할 천형으로 각인되었다. 만학의 배움과 쓰기의 세월 따라 단단해진 저자의 글 속에는 사물과 현상을 보는 노동의 시각과 따뜻한 감성이 녹아 있다. 그리고 고단한 과거를 녹인 돌봄의 현재가 있다. 오래도록 채워지지 않았고, 편안하지 못했던 자유롭고 온전한 내 방에 대한 욕구는 책상 하나에도 황감함이 찾아온다.
“지금 비행기를 열한 시간이나 타고 온 먼 나라 호주의 국립대학교 안 아늑한 방 안에 앉아 있다. 넓은 침대, 하얀 침구, 붙박이 옷장, 조리도구를 갖춘 주방, 거실에 책상이 있고 차탁이 놓인 발코니 옆에 키 큰 나무가 푸른 잎을 흔드는, 새들이 새벽 인사를 하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온전하고 안전한 방.
마실 가듯 숙소 왼쪽으로 걸어가면 그림 같은 호수가 있고, 오른쪽 길로 가면 잘 가꾸어진 캠퍼스가 있다. 나는 물 한 병과 운동화만 신고 나서면 된다. 두 달의 호주 여행은 이것만으로도 축복이다.”_<혼자만의 방> 중에서 (138~139쪽)
❙ 노동의 문장이 맺어준 인연 그리고 우정
《여공문학》의 루스 배러클러프, 노지승 교수
《노동의 시간이 문장이 되었기에》를 집어 드는 순간, 호주로 떠나는 잊지 못할 여행이 시작됩니다. 호주의 여름, 캔버라의 대학교에서 레지던시 작가로 초청받은 멋진 노동문학 작가 장남수는 이 따뜻하고도 뭉클한 책을 남겼습니다. 섬세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마음을 찡하게 울리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호주 대학생들이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던 것처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나이 들어 떠나는 여행, 희생과 인정, 한국과 호주, 그리고 여행이라는 긴 여정에 대하여. 이 책을 여행길의 동반자로 삼아보세요. 장남수 작가가 여러분의 ‘길 위의 벗’이 되어줄 것입니다.
(*추신: 장 작가님, 저는 이 책을 정말 사랑합니다. 그 마음이 이 추천사 속에 잘 담겨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독자들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여행 중에도 일상 속에서도 마음을 열고 오래 남을 이야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바로 작가님의 독자입니다.)
_루스 배러클러프(전 호주국립대학교 교수, 현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교수)
우리는 장남수의 《빼앗긴 일터》를 기억하고 있다. 빼어난 노동문학인 이 책은 한국문학사와 한국현대사의 중요한 자산이다. 《빼앗긴 일터》의 장남수만을 생각하면 캔버라의(《노동의 시간이 문장이 되었기에》) 장남수가 낯설어지리라.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장남수의 삶이요 문학이다. 장남수의 삶과 문학은 계속 진행 중이며 그 진행의 여정은 우리를 여전히 설레게 한다.
_노지승(인천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 나의 스승, ‘뒷것’ 김민기와 〈공장의 불빛〉
신정야학 1기 졸업생인 장남수 작가. 체벌이나 비난의 언어가 없는 교실, 서로의 온기로 따스하던 천막 교실 그곳에서 저자는 ‘뒷것’ 김민기와 스승과 제자 사이로 만났다. 호주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뒤, 신정야학 그리고 김민기와의 인연을 SBS스페셜 방송〈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에 출연하여 담아낸 이야기를 책 속에 녹여냈다.
방송에 띄워진 신정동 풍경과 야학 친구들 사진, 선생님들의 회고를 보면서 74년도의 천막 교실이 그립기도 하다. 그리고 새삼 깨닫는다. 어쩌면 그 시절 나의 야학 친구들은 가난해서 힘겹고 슬프긴 했지만, 그 나이 때의 다른 아이들이 경험할 수 없는 아늑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 것임을. 김민기 선생님을 비롯하여 쟁쟁한 실력을 갖춘 선생님들이 포진해서 최고의 교육을 했으며 학생들에게 이보다 더 친절하고 따뜻할 수는 없었을 것임을.
_<나의 스승, ‘뒷것’ 김민기와 ‘공장의 불빛’> 중에서 (266쪽)
목차
시작하는 글
1 인연
초청
노동의 문장이 맺어준 인연
다정함이 버거운 사람들
2 캔버라의 노을
8515+280 하늘을 날아
ANU의 사람들
영어 소통? 소동?
호주 국회의사당에서 떠올리는 ‘치타 여사’들
‘불일치’한 호주의 국경일에
방송 인터뷰 요청
한인 마트에서
걷는 길
우아한 달력
호주 노동자와 어린 아들
혼자만의 방
블랙마운틴
일본 교수의 ‘한국 노동사’ 발표
‘오빠 생각’ 그리고 ‘고향의 봄’
삼 개국 여자들의 여성 이야기
시드니 나들이
캔버라 다문화 축제
소소한 문단 인연
친절
대학 연구실의 내 이름표
자존감
날지 못하는 새 ‘에뮤’
학생들과 마주한 시간
민주주의 박물관
외국인 교수의 집
안녕, 캔버라
3 다시, 고요한 문장의 시간으로
비 오는 인사동에서
나의 스승, ‘뒷것’ 김민기와 <공장의 불빛>
글 쓰는 힘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날들에도 글쓰기를 멈추지는 않았다. 삐뚤빼뚤 쓴 산문이 교실 뒤편 게시판에 붙은 열 살 무렵부터 열여섯의 천막 교실에서, 불 꺼진 기숙사의 옥상 달빛 아래서나 일터에서 쫓겨난 거리에서 일기나 편지를 썼다. 덕분에 공장과 배움, 분노와 슬픔을 담은 글을 《빼앗긴 일터》라는 제목으로 스물다섯 살 성탄절 날에 출간할 수 있었다. ‘글 쓰는 노동자’로 문학의 언저리에 한 발짝 내디딘 순간이었다.
(중략) 생활이 속고 속여 슬퍼하고 노여워하는 사이 젊음은 흘렀으나 꿈은 시들지 않았다. 가져보지 못한 ‘여중생’ ‘여고생’의 여한을 끌어모아 도전한 학업은 쉰 살에 대학교 교정으로 이르게 해주었고 좀 더 새로운 문장을 꿈꾸게도 했다.
_<시작하는 글> 중에서
호주의 장터에서 본 디저리두는 원주민들의 전통악기라는 정보가 없이 처음 보고 들었을 때도 깊은 동굴에서 울리는 것 같은 소리가 서럽기도 한데 신비로우면서 힘이 있었다. 원주민의 후예로 보이는 사람이 불고 있어서 더 그랬을까, 그들의 역사를 응축한 느낌이었다.
_<8515+280 하늘을 날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