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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8949622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5-10-30
책 소개
목차
시작하며 - 9
Prologue 작은 텃밭과 함께한 어느 한 해의 이야기 - 13
6월
완벽했던 내 삶이 어느 여름날
느닷없이 무너져 버렸다 - 31
7월
작고 네모난 채소밭으로
탈출하다 - 48
8월
해야 할 일은 하나뿐,
정해진 루틴이 주는 위안 - 79
9월
혼자 있으면서도 외롭지 않은
유일한 피난처 - 98
10월
끝없는 선택의 폭격을 피해
단순함으로 무장하기 - 122
11월
내 삶의 작은 부분만큼은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 140
12월
다시 시작된 연결 - 154
1월
완벽하지 않아도,
실패해도 괜찮아 - 181
2월
그냥 존재하기 - 198
3월
실패에 무심해지자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 212
4월
처음 느낀 순수하고
온전한 충만 - 236
5월
자연이 가르쳐준
내게 맞는 삶 - 256
Epilogue 내가 땅으로부터 배운 것들 - 269
감사의 말 - 283
책속에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자연은 참으로 놀랍다. 지극히 평범해 보일 때조차도. 이를테면, 채소의 삶을 생각해 보자. 3월의 어느 날 아침, 무생물 같은 시시한 씨앗 한 줌을 채소밭에 뿌린다. 늦어도 7월쯤엔, 보잘것없던 씨앗 몇 톨이 밀림으로 자라나 있다. 말 그대로 밀림이다. 괴물같이 거대한 식물들이 작은 밭에서 서로 엉켜 아우성을 쳐댄다. 제 몸에 달린 열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축 늘어진다. 누르스름한 씨앗 한 움큼이 풍성한 생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때, 우리는 깨닫는다. 눈앞에서 마법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잭과 콩나무’ 이야기는 과장이 아니다. 정말 눈부신 광경이다. 11년째 채소를 키우고 있지만, 나는 매번 이 경이로움에 탄성이 터져 나온다. 씨앗 하나가 저녁 식사거리로 변하는 과정은 정말이지 마법 같다. 그 시간 동안 나는 회복되고 치료된다. 먹거리를 손수 길러 먹는 일은, 창턱에 놓인 허브 화분 하나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몸에도 마음에도 좋은 일이다.
_ 프롤로그 중에서
이제 와 돌이켜보면, 번아웃은 너무나도 예상된 결과였다. 나는 10년 넘게 스트레스를 받아왔으며, 마지막 해에는 한 해 내내 시차에 시달렸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많은 사람처럼, 내 육체와 뇌는 몇 주에 걸쳐 서서히 멈춰갔다. 그러면서 정신도 조금씩, 그러나 가차 없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극적인 순간이 찾아오거나,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백히 드러내는 확실한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대신 천천히, 교묘하게 절망과 공포와 기능장애가 나를 슬금슬금 덮쳤다.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