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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99051300
· 쪽수 : 492쪽
· 출판일 : 2025-04-11
책 소개
목차
1장. 첫 번째 이별 파이 레시피
2장. 두 번째 이별 파이 레시피
3장. 마지막 이별 파이 레시피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저 멀리 골목 안에서 고소한 버터 향기가 피어오른다. 종로의 허름한 뒷골목에는 어울리지 않는 고급진 냄새다. 회색빛 골목에 갑자기 끼얹어진 노란 물감 같다고 할까. 낯설어서 더 신비롭고 매력적인 향기다.
부드러운 버터 향을 따라가다 보면 골목 초입에 있는 약국을 지나치게 된다. 거기서 열 보만 더 걸으면 꽃집이 나오는데, 꽃집에서부터는 볶은 호두 냄새가 진하게 코끝을 스친다.
오늘은 무슨 빵일까. 새뜻한 튤립 송이들을 매만지는 꽃집 주인은 구수한 냄새가 썩 싫진 않은가 보다. 향기를 따라가던 사람들은 마침내 어느 가게 앞에 우뚝 멈추게 된다. 그늘 아래에서 보면 체리색 같기도 하고 햇살 아래에서 보면 언뜻 다홍색 같은, 빛바랜 종이 질감이 나는 바게트 빛깔의 벽돌로 마감한 입구와 나무를 깎아 만든 문과 창틀은 유럽의 어느 노천카페처럼 고사리 문양의 기둥과 앤티크한 아치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인아저씨가 레시피 공책을 넘길 때마다 무슨 생각이 스쳤는지 은이의 입꼬리가 파리하게 떨렸다. 아저씨가 손끝을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눈동자도 그 손길을 따라 도르르 굴렀다. 아저씨는 은이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무언가 쏟아질 것만 같은 그녀의 눈에서, 코에서, 입에서 그녀가 간신히 버티
고 있음을 느꼈다.
"많이 사랑하셨나 봐요."
주인아저씨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툭 하고 참았던 미련 한 방울이 볼을 타고 계산대 위로 떨어졌다. 단단히 동여매도 소용이 없었나 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사랑 앞에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