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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9149502
· 쪽수 : 140쪽
· 출판일 : 2025-03-08
목차
시인의 말
1 열 아홉개 섬과 암초들을 부르는 시
열아홉 개 섬과 암초들을 부르는 시
겨울 저녁의 시
돌담길
막차 타러 가며
엄마
낡은 배
서리
스크류 1
스크류 2
돌
저녁 별 아래 망아지가
먼 곳
시인학교
돌미나리
연두의 날
봉함엽서
2 사헬란트로프스 차덴시스
사헬란트로프스 차덴시스
당신들은 까마득히 잊고 살지만
순다랜드
천둥 번개 덧쌓인 바윗길에서
미토콘드리아
실라캔스
스트로마톨라이트
3 한탄강 지질공원에서
한탄강 지질공원에서
갈라파고스 육지 거북
석탄
6500만 년 전 빗방울 화석
핀타 거북은 죽고 없다
내가 버린 섬
찰스 다윈의 핀치새
4. 해변의 첼리스트
해변의 첼리스트
가을 여자
연두빛 첼리스트
명기名器 1
명기名器 2
진부령 단풍 벼랑에 전라全裸의 첼리스트
첫봄의 흰새
풍매화
족제비 한 마리 내 집에
아우내 장터에서
풀치
서호西湖를 생각하다
가슴에 뼈에 새긴 반구대암각화 사랑
5. 질경이풀 자라던 길
질경이풀 자라던 길
큰오색딱따구리
까치 그리는 사람
산호
메아리
은어낚시하던 사람
골배마실 성지에서
땅끝마을에서
6 칙술루브, 5번째 지구 대멸종의 날
칙술루브, 5번째 지구 대멸종의 날
데본기 바위 위의 새
대후두공大喉頭孔
부산 가덕도에 살았던 남방계인들
걷는다
중국, 5.4 광장에 핀 제비꽃
편지
지구를 향해 손짓하는 것들
먼 사람에게
탁번
수빈이
반구대암각화 앞에서
반구대암각화여, 위대한 힘이시여
■ 시인의 말
38억년 초기 지질시대부터 외계우주 미래시대의 시 | 이건청
저자소개
책속에서
사헬란트로프스 차덴시스*
침팬지 마을을 버리고
침팬지 꼬리를 버리고
두 다리로 서기 시작한
유인원 있었다네
두 다리로 서고
나머지 두 다리로
능금나무 가지의 능금을 따던,
지평선 밖을 향해
첫 발을 떼기 시작한
유인원 있었다네
앞발을 들어올려
이마에 대고
지평선 너머로 발길을 옮기기 시작한
유인원 있었다네
700만 년 전쯤
침팬지 숲에서 ㅤㅉㅗㅈ겨난
이족직립보행二足直立步行.
어지러운 첫발을 떼어놓기 시작한
최초의 유인원 있었다네.
700만 년 저쪽,
우리들의 700만 년 저쪽.
* 사헬란트롭프스 차덴시스Sahelanthropustchadensis: 700여만 년 전, 침팬지류로부터 분리되어 나온 것으로 추측되는 최초의 고인류 화석, 작아진 송곳니, 이족직립보행을 한 것으로 추측됨.
실라캔스
돌 속에 화석만 남기고,
육지 척추동물 때의 이빨과
앞다리 뼈와
태아 출산의 흔적만 돌 속에 남기고
멸종된, 멸종되어 있는,
6천5백만 년 전,
다섯 번째 지구 대멸종 때,
멸종된 것으로 된,
3억 6천만 년에서 6천5백만 년의
지구 지질지층에서 발견되는 화석물고기
실라캔스
1938년 남아프리카 연안.
실라캔스 한 마리 그물에 잡혀 올라오니,
6천5백만 년 전 멸종되었다는 것이
살아있는 물고기로 잡히다니
6천5백만 년 전, 화석물고기 모습 그대로
이빨도, 등뼈도 태아분만 흔적도 그대로,
그대로 잡히다니, 어부의 그물 속에서 푸득이다니
6천5백만 년을 물 속에 살았으면서도
물고기로 진화되지 않은
육지 척추동물 그대로였다니,
실라캔스, 네 자존의 의지 앞에서
나, 옷깃 여민다. 무릎 꿇는다.
6천5백만 년 물속에 살면서도
육지 척추동물을 지켰다니
실라캔스, 물고기 한 마리의
자존의지 앞에
무릎 꿇는다.
우러른 밤 하늘 영원을 스쳐가는
유성 하나.
당신들은 까마득히 잊고 살지만
그 섬은 500만 년 전쯤 바다 속에서
솟아올랐다 한다.
어쩌다 파도에 밀려 흘러든
바다거북이나 이구아나
바람에 밀려 길 잃은 미조迷鳥들이
발붙이고 살 뿐,
사람 드나들지 않고
외래 식물도 오가지 않아
터 잡은 것들끼리만
아슴아슴 모여 살고 있다고 한다.
세상 없는 것이 된 이곳에서
육지이구아나와 바다이구아나,
육지거북과 바다큰코뿔새와
갈라파고스 펭귄같은
목숨들이 목숨들끼리만 살면서
까마득 긴 시간 흘렀으리.
사람들아, 당신들은 잊고 살지만
그대들 기억 속의 갈라파고스는 안녕하시다.
망망대해 해무海霧에 씻기면서
1000km쯤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
당신들이 버리고 간, 잊고 간 날들이
버려지고 잊혀진 것들이
오순도순 살고 있다.
당신들은 까마득히 잊고
떠나 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