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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9537804
· 쪽수 : 104쪽
· 출판일 : 2025-11-30
책 소개
목차
1부
침묵의 시간/ 피렌체 골목에서 1/ 피렌체의 밤/ 피렌체 골목에서 2/ 피렌체 광장에서/ 단테의 생가 앞에서/ 큰 그림 하나/ 물의 도시/ 카페에서/ 산 마르코 광장/ 산타 루치아/ 물 위에서 사는 법/ 밀라노 대성당 가까운 돌계단에 앉아서/ 광장에서/ 밀라노에서의 산책
2부
로마 시편/ 로마의 비 1/ 로마의 비 2/ 로마에 와서/ 로마를 떠나며/ 슬로 시티/ 이탈리아 A1 고속도로/ 뭇 소리의 향연/ 꽃 한 송이/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읽던 밤에
3부
길 위의 나무들을 위하여/ 인도 여자/ 저 평원을 가진 자/ 어느 타이피스트의 꿈/ 체르마트에서 인터라켄 가는 길/ 폭우/ 융프라우/ 취리히 리마트 강변을 걷다/ 취리히의 밤/ 기내식 메뉴판 여백에 시를 끄적이다
[작가 인터뷰] 보이는 것보다 생각하는 것
저자소개
책속에서
1.
저녁 일곱 시 취리히 반호프 거리 저 골목 어귀 모 카페, 옛 동독 출신 여류 시인과 몽골족의 후예라고 소개하던 헝가리 청년 시인과 취리히 주재 미국 시인과 동아시아에서 날아온 모 시인과 취리히 제1 권역 남녀 시인들과 북 치고 장구 치며 가끔 탁자도 치면서 시 낭독을 한다 번역기가 중간에 몇 번 끊겼지만 크게 동요하진 않았다 관객은 낮에 린덴호프 언덕에서 섭외한 여성 독자 한 명뿐이다 뒤풀이는 실내 포차 비슷한 곳에 들어가 홍합과 훈제 연어를 곁들인 이탈리아 와인이었다 중간에 스위스 중앙은행 고위직 인사가 합석하며 맘 놓고 마시라고 한다.
2.
오미자차(茶) 색 같은 양주를 권하던 미국 시인이 물었다 사우스 코리아 비상계엄 끝났냐? 하룻밤에 끝났다 하자 동독 출신과 헝가리 청년은 크게 웃었다 나는 웃지 않았다. (45년 전 일이지만 계엄의 계, 자(字)만 들어도 가슴 한복판이 복잡하다. 거울 앞에만 가면 조금 더 서 있게 된다.) 다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어깨동무하고 둘이서 셋이서 셀카를 찍었다 한국을 한번 방문하면 좋겠다는 말을 하며 패키지 일정 때문에 일어난다고 하자 내 숙소에 가서 한잔 더 하자고 미국 시인이 제안한다 숙소 방바닥에 앉아 취리히 1권역 시인 둘이서 나를 위하여 원샷! 큰 컵을 높이 들었다 (망했다!) 국내 시인들은 2차도 원샷도 다 끊었는데 해외에선 성황리에 진행 중이었다 어둠에 휩싸인 창밖의 나무가 성큼 다가섰다 누군가 술집이 인류의 발명품 중 최상품에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시인들은 왜 시인들을 만나면 오랜 도반(道伴) 같을까? 이런 것도 취리히의 밤을 기억하는 방식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