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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K592835876
· 쪽수 : 812쪽
· 출판일 : 2021-10-29
책 소개
목차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
저자소개
책속에서
민주는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다. 그는 창에 한쪽 팔을 기대고 목을 양옆으로 움직였다. 민주의 사랑. 그것을 누가 믿는단 말인가. 민주는 보이는 모든 걸 사랑하는 종족이다. 우울증과 경계선 인격장애, 공황장애. 수많은 질병을 짊어진 채 만나는 생물들에게 잡아먹을 듯 덤벼든다. 지성은 상대에게 제 인생을 확 끼얹어버리는 듯한 민주가 부담스럽고 불길했다. 사랑한다니. 그런 얼굴로, 귀족처럼 꼿꼿이 앉아 만인 앞에서 명령하듯 제 감정을 공표하다니. 대체 어쩌란 말인가. 손을 내밀면 확 끌어당겨 순간을 만끽한 뒤 곧바로 헌신짝처럼 내팽개칠 것을 아는데 어찌 그 손을 잡는단 말인가.
_《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잘 봐. 한계에 갇혀 있는 건 형이야. 형이 학문에 갇혀 있는 거지. 내가 진짜로 살고 있는 거고. 형이야말로 그 함정에서 빠져나와. 말, 글, 그런 게 뭐가 중요해? 지금 숨 쉬고, 말하고, 움직이는 몸, 그게 형이잖아? 그게 형이 그토록 좋아하는 실존이라고. 형한테 시뻘겋게 마음을 드러내는 이 여자!”
민주가 한 손으로 제 가슴을 탕탕 치며 소리를 높였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렇게 진심을 토해내는 이 여자가 더 살아 있는 거라고!”
_《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천천히.”
채리의 입에서 나온 말과 함께 그의 손동작이 느려졌다. 눈을 감은 채 그의 손길을 음미하던 채리의 손이 일순간 그의 허리께를 향했고, 준비 없이 허를 찔린 그가 비명을 질렀다.
“아, 뭐 해.”
“뭐 하는 건지 알잖아.”
날아갈 듯 말하며 환하게 웃는 채리. 그 표정과 채리가 하고 있는 행동의 부조화가 만들어내는 아찔함에 취해 그의 의식이 혼곤해졌다. 꼭 술에 취한 것 같구나, 생각하면서 그는 채리의 머리를 거칠게 젖혔다.
_《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