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법칙 (영적리더십 9, 대화편)
여재창 | 부크크(bookk)
34,500원 | 20250702 | 9791112016904
“깨어진 시대는, 깨어진 사람으로부터”
우리는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터를 지나고 있습니다. 총칼은 없지만 마음은 무너지고, 피는 흐르지 않지만 영혼은 메말라갑니다. 말은 가볍고, 진실은 무겁고, 관계는 깨어지기 쉬운 유리처럼 위태롭습니다. 상처 주는 말이 일상이 되고, 불안은 공기처럼 번져 가며, 말의 화살이 진실보다 먼저 달리는 이 시대, 사람들은 더 많이 가지려 하지만, 더 깊은 고독 속으로 침잠해 갑니다.
누구나 말하지만,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지만, 각자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고립 속에 있습니다. 소통은 넘치지만, 진심은 닿지 않고, 정보는 빠르지만 위로는 없습니다. 우리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무너짐의 방향조차 말해줄 리더는 더 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그때 우리는 묻습니다. “이 어둠을 누가 이길 수 있는가?” “이 침묵을 누가 찢을 수 있는가?” “이 고립의 세계에서, 누가 사람을 살릴 수 있는가?” 그 해답은 기술이 아닙니다. 정치도, 경영도 아닙니다. 시대를 다시 살릴 단 하나의 해답은 바로 “영적 리더십”입니다. 그것은 이론이나 전략이 아니라, 존재의 방향입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위기는 구조의 실패가 아니라 본질의 붕괴입니다. 더 이상 조직도를 재정비하거나, 언어를 세련되게 꾸미는 것으로는 사람이 다시 살아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수많은 이해와 관점, 상처와 이익이 얽혀 있는 복잡계(Complex System)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리더십은 명령하는 자리가 아니라, 질서를 창조하는 용기이며, 깨어 있는 존재로 서는 실존적 결단입니다.
이 책은 단지 리더를 위한 책이 아닙니다. 사람을 살리고자 결단한 모든 이들을 위한 책입니다. 야망을 품고 길을 찾는 청년, 무게를 견디며 조직을 이끄는 경영자, 공동체를 품고 눈물로 헌신하는 목회자와 교사, 그리고 무너져 가는 시대 속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살리고 싶은 간절함을 품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우리는 이제 묻지 말고, 먼저 울어야 합니다. 지도자는 더 이상 위에서 말하는 자가 아니라, 눈물의 자리에서 무너진 자의 곁에 서는 자여야 합니다. 그가 들고 있어야 할 것은 전략이 아니라 섬김의 근력이며, 그가 바라보아야 할 것은 조직이 아니라 하나님의 시선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 가지 길을 따라 걸어가려 합니다. 공감, 경청, 그리고 소통, 이 세 길은 단순한 말의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다시 연결하는 생명의 길입니다. 무너진 시대의 언어를 다시 일으키는 리더십의 근육이며, 말이 닿지 않는 시대 속에서 다시 마음이 닿도록 만드는 깊은 태도입니다. 이 길 위에서 우리는 다시, 사람을 살릴 수 있습니다.
공감은 마음에 닿는 연결의 시작입니다. 눈빛으로 먼저 말을 걸고, 감정의 온도를 맞추며, 상처의 결을 읽는 자리입니다. 자신의 말을 비우고, 말보다 먼저 도착하는 손길로 다가가는 태도입니다.
경청은 마음을 여는 영혼 듣기입니다. 귀가 아니라 심장으로 듣고, 말이 아닌 침묵으로 반응하며, 판단을 유보하고 질문으로 문을 여는 용기입니다. 자신의 중심을 내려놓고, 외로움 속으로 들어가는 깊은 사랑입니다.
소통은 마음이 오가는 길을 다시 여는 것입니다. 말의 무게를 알고, 말을 덜어내며, 따뜻한 온도로 진실을 전하고, 공동의 언어로 마음을 엮으며, 말이 씨앗이 되어 자라나기까지 기다리는 긴 호흡입니다.
이 책은 결국, 단지 생각이 아닌 존재의 변화를 위한 여정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가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약속, 파루시아(Parousia)를 예비하는 영혼의 목자들을 일으키는 작은 불씨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시스템이 깨어지기 전에, 사람이 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깨어진 사람으로부터, 시대는 다시 시작됩니다.
“깨어진 시대는, 깨어진 사람으로부터 다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깨어짐은 곧, 부르심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