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알몸이라고 누가 일러주더냐? (판단과 죄의식, 벌받는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
존 제이콥 라우브 | 성서와함께
14,400원 | 20220627 | 9788976354020
하느님은 결코 벌주는 분이 아니십니다
알몸인 우리를,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무조건 사랑하십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알몸인 상태를 부끄러워할 것입니다. 이런 사실은 창세기의 아담과 하와 이야기까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둘은 에덴동산 한가운데에 있는 나무 열매, 이른바 선악과를 따 먹고 눈이 열려 자기들이 알몸인 것을 알게 됩니다. “너 어디 있느냐?”라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제가 알몸이기 때문에 두려워 숨었습니다” 하고 대답하지요. 그러자 하느님께서 물으십니다. “네가 알몸이라고 누가 일러주더냐?” 바로 이 책의 제목입니다.
저자는 먼저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의 명령을 어기고, 접근이 금지된 나무 열매를 따서 먹은 이유를 들여다봅니다. “너는 무엇이 좋은지(선)와 무엇이 나쁜지(악)를 아는 신들처럼 될 거야.” ‘신들’처럼 되고 싶었던 아담과 하와였습니다. 우리 역시 완전하고, 올바르고, 강한 존재이기를 바랄 때가 있습니다. ‘신들’이라는 우상을 닮기를 바라고, 우상이 상징하는 성공이라는 이상理想을 추구하는 모습은 아담과 하와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합니다.
우리는 ‘마땅히 되어야 하는 사람’이라는 기준에 따라, 내가 그 기준에 미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끊임없이 판단합니다. 그런데 ‘마땅히 되어야 하는 나(거짓 나)’에 비해 ‘있는 그대로의 나(참나)’는 열등해 보입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자기단죄라는 ‘유죄’ 판결을 내립니다. 이 죄의식이 자신을 ‘벌받아 마땅하다’고 여기게 하고 두려움을 만들어냅니다.
“네가 알몸이라고 누가 일러주더냐?” 사실, 아무도 그렇게 일러주지 않았습니다. 인간 스스로 알몸이라고 인식하게 되었고, 알몸이라는 인간성·피조물성에 판단을 내려 죄의식을 갖게 되었고, 결국 처벌의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깨달음을 전하기 위해 저자는, ‘서막’에서 자기처벌에 대한 가장 좋은 예로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를 살펴봅니다. ‘제1부’에서는 우리의 세계, 곧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판단, 죄책감,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어떻게 자기처벌로 이어지는지 설명합니다. ‘제2부’에서는 우리가 속해야 할 하느님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해줍니다. ‘제3부’에서는 하느님은 세상을 우리식으로, 이원론적으로 분열되게 창조하지 않으셨으며, 벌주시는 분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제4부’에서는 원죄, 판단하지 않으시는 빛이신 그리스도, 우리의 참나true self를 살펴봄으로써 우리의 알몸은 죄의식을 느껴야 할 무엇이 아니라 기뻐할 수 있는 무엇임을 강조합니다. ‘제5부’에서는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과 화해를 이루어, 그분의 자녀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부록’의 마지막에서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글로 책을 마무리합니다.
저자는 자신의 묵상을 쉽게, 또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중간중간 복음 말씀을 설명합니다. 독자가 오해할 만한 성경 말씀을 올바로 알아듣게 설명해주기도 합니다. 또 성인들의 이야기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예로 들어주어, 저자의 묵상이 독자의 마음에 한층 더 와닿게 해줍니다.
창세기의 아담과 하와는 알몸인 것을 알았을 때, 무화과나무 잎으로 두렁이를 만들어 입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알몸을 가리기 위해 무엇을 입으려 합니까? 돈, 지위, 명예 등으로 참나를 감싸 숨김으로써 마땅히 되어야 할 모델이라고 여기는 ‘훌륭하고 강한 모습의 나’, 소위 ‘잘나가는 모습의 나’라는 옷만을 입으려 하지는 않나요? 그러한 것들을 얻지 못했을 때 자신을 자책하고 스스로 벌주고 있지는 않은가요?
저자는 우리의 아버지이신 하느님은 결코 벌주시는 분이 아니시며, 알몸인 우리,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사랑하신다고 일러줍니다. 저자의 묵상을 찬찬히 곱씹으며 따라가보시기를 권합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고”(창세 1,27), “사람과 그 아내는 둘 다 알몸이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창세 2,25)라는 사실, 그리고 우리는 “그리스도를 입고”(갈라 3,27), “사랑을 입어”(콜로 3,14) 살아가야 함을 되새기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과의 일치를 부정하고 죄의식과 처벌의 두려움에 휩싸이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만든 환상입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가 이러한 환상을 떨쳐버리고,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자유와 기쁨의 삶을 누리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