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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학 > 사회학 일반
· ISBN : 9788952775122
· 쪽수 : 224쪽
책 소개
목차
서문 007
1장 집단죄? 011
2장 법치국가와 혁명적 정의 039
3장 참을 수 없는 과거? 061
4장 법에 의한 과거 청산 091
5장 과거의 현존 125
6장 국법학의 무능을 애도해야 하는가? 139
7장 1970년 여름, 작은 과거의 작은 청산 159
8장 용서와 화해 193
역자 후기 215
리뷰
책속에서
법적으로 정확하게 다음과 같은 산술적 예측이 나온다. 현존하는 독일인들 중 1945년 5월 9일 당시 14세 이상의 독일인들만이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고, 그들의 수는 2000년 전체 독일인의 약 15퍼센트였으며, 2010년에는 전체 독일인 중 약 7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2025년에는 1945년 이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살아 있는 독일인은 없다.
다음 세대 구성원들은 나치 범죄의 정범도 공범도 아니고, 맞서 저항하고 반대하지 않은 데에 대한 책임 또한 없을 수 있다. 그럼에도 그들 중 많은 이들이 경악과 난처함, 고통과 수치심을 느낀다. 범죄의 흔적과 직면할 때 경악하고, 희생자들과 개인적으로 만날 때 난처해한다. 책임과 수치심을 버리고 독선과 자기만족에 빠져 의기양양해하는 사람의 모습을 마주할 때, 혹은 자기 자신이 그런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는 부류로 생각될 때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런 예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하필이면 독일 링케당이 이스라엘의 정치적 사건들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때 나는 늘 부끄러웠고, 이스라엘을 방문한 헬무트 콜 연방수상이 독일의 다음 세대는 죄로부터 자연적으로 자유로워질 것이고 이는 축복할 일이라고 했을 때 나는 창피했고, 고통의 흔적을 안고 사는 유대인 친구의 아버지를 만날 때면 나는 늘 난처했다. 그러나 이런 감정과 이에 부합하는 기대가 미치는 범위는 예의상 가능한 범위이지 법이 미치는 범위는 아니다. (1장 집단죄?)
법치국가와 법치국가에 적합하고 내재된 법개념과 법치국가적 일반성 및 기본법 제103조 제2항의 소급효금지 원칙이 공산주의 과거의 형법적 청산에 대치된다면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법의 일반성과 평등 하에서 사회관계의 형성을 요구하는 것이 정의와 동일시된다면 이는 문제가 된다. 그러면 정의의 이름으로 불법행위를 규정하고 범죄자를 처벌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문제가 되지 않겠는가? “우리는 정의를 원했는데 법치국가를 얻었다.” 베르벨 보레이가 말한 것으로 추측되는 실망스런 이 말이 더욱더 실현될 것인가? 공산주의 과거의 형법적 청산에서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정의에 관한 작업이 법치국가적으로 수용조차 안 되고 있는데 말이다. (2장 법치국가와 혁명적 정의)
제3제국과 홀로코스트의 과거가 우리 대부분에게 각인되어 있다. 그런 과거는 우리가 부모들과 논쟁하고 그들과 관계를 끊는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그런 과거의 그늘 속에서 우리 독일 역사의 모습이 드러났다. 외국에서 우리는 독일인으로 그런 과거에 관해 질문 받으며 독일인인 우리 자신을 알게 되었다. 과거가 우리의 활동 범위 안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하든 하지 않든 과거를 다루는 것은 자아인식과 정체성 확립의 필수조건이 되었다.
[……] 스탈린과 폴 포트의 킬링필드와는 달리 홀로코스트와 제3제국은 시민 문화의 왜곡이다. 게다가 이는 시민 문화의 보편적인 내용과 구조를 왜곡된 형태로 제공한다. 그리하여 홀로코스트와 제3제국에 대한 서적, 영화, 희곡과 행사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데, 독일뿐 아니라 그 외 세계 다른 나라에서도 이러한 홍수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서 다루어지는 과거는 보편적이다. 홀로코스트와 전쟁은 이런 저런 식으로 모두가-독일인과 유대인, 동유럽과 서유럽, 아메리카와 심지어 아시아와 아프리카도-참여한 역사적인 마지막 사건으로, 우리 모두의 역사이다. 그러므로 과거는 사라져버리지 않는다. (5장 과거의 현존)
자신이 저지른 악행을 잊어버렸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는 망각할 권리가 없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확언도 어떤 설명도 소용이 없다. 어떻게 자신이 저지른 악행을 잊어버릴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주장에 나는 어이가 없고 화가 난다. 용서 받는 것처럼 범죄자가 악행을 잊어버린다고 죄가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죄를 좀 덜 수는 있다. 그러나 범죄자는 자기 스스로 가볍게 악행을 잊어버리는 짓을 하면 안 된다. 망각과 판결은 다른 사람들의 권리이자 권한이고 피해자를 비롯한 일반대중의 권리이자 권한이다. (8장 용서와 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