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  | 부크크(bookk)

15,000원  | 20210610  | 9791137247604

"2019년 여름, 블라디보스톡으로 홀로 여행을 떠났다. 가보고 싶은 곳 몇 군데를 알아보고, 지금 아니면 또 언제 갈 수 있을지 몰라, 그냥 가보자, 라는 식으로 떠났던 여행이었다. 그때 찍었던 사진이 책표지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블라디보스톡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해양공원과 놀이공원. 자리를 잡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저마다의 시간 속에 흐르고 있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지금에서야 그 사람들은 사실 모두 연결되어 있었다는 게 새삼 느껴진다. 이름을 몰라도, 국적을 몰라도, 그때는 모두가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오래 고민하며 준비한 첫 산문집 는 사실 불확실한 나의 미래에 대한 글을 끄적거린 것이 시작이었다. 내가 경험한 모든 것들, 성취하거나 실패하거나, 누군가를 만나거나 떠나보내거나, 기억되거나 잊히거나 하는 것들로부터 날 정의하는 것이 두 번째였고, 나라는 사람이 내 주변 누군가에게 혹은 이 사회, 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혹은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나의 삶의 목표는 무엇이며 지금은 어디쯤 와있는지 얼마나 더 가야 하며, 지금 난 어디로 향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며 적어나갔다. 삶에 대해 꽤 냉소적이었던 나는 생각을 조금씩 바꿔나갔고, 삶에 대해선 희망적으로, 사회에 대해선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글을 쓰고자 했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찾아온 바이러스로 세상이 큰 혼란을 겪을 때 내 삶뿐만 아닌 타인의 삶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전에는 모든 것들이 내 위주였다면 이제는 그 어떤, 또다른 어려움 속에서 힘겹게 살아내는 사람들의 삶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아주 거창한 박애주의자 같은 인간은 되지 못한다. 나 또한 누군가를 미워하고, 욕하기도 하며, 내 이익에 반하는 일이 있으면 누구보다 열과 성을 다해 반박하려들 인간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쓸 때면 인간이라면 당연히 타인을 동정할 줄 알아야 하고, 연민할 줄 알아야 하며,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고,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더 너그러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세상 평화주의자처럼 행세를 한다. 그 과정에서 나의 위선적인 자아와 부딪히곤 하는데 그 시간 또한 나의 정직함을 성찰하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