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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37427152
· 쪽수 : 192쪽
책 소개
목차
새처럼 자유롭게 11
영원히 새로운 종이 위에 12
오징어 먹물 물감 15
끝없는 붓질 16
무기력 17
저녁 기도 18
남은 것 21
달팽이 편지 22
마음속 소음 24
혼잣말 26
긴 호흡으로 28
내겐 힘이 없어 29
알 속에서 살기 32
애초에 무엇이 먼저였던가 33
남은 이[齒]들과의 이별 34
심연 위에서 35
마지막 이 37
자화상 38
따로따로 그리고 마녀들처럼 원을 이루고 있는 것 42
정주민이 된 어느 여행자의 비탄 43
내장들 44
한땐 그랬지 45
화폐 유통에 대하여 48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서 49
일상적인 것 50
소유 51
어떤 새가 여기서 알을 품는가? 51
차례
편지들 54
사랑하는 리부셰 왕비 55
그의 유머가 달아나 버린 곳 56
롤벤첼라이에서 57
한밤의 손님 58
끝없는 고통 후에 62
그러고 나서 크사베르가 왔다 63
일기 예보에 의하면 64
정물(靜物) 65
여운을 남기는 뒷맛 68
게브란트 만델 69
내 후각과 미각이 사라졌을 때 72
육체와의 이별 73
쌓아 놓은 판자 79
이방인 혐오 80
우리가 들어가 눕게 될 그것 83
심심파적 97
이것들이 내가 그린 거라고? 99
다시 불러 보는 이름, 프란츠 비테 99
터널 끝의 빛 104
무티 105
향수 107
법률에 따라 109
사실이란 무엇인가 110
너무 늦기 전에 111
보험 들어 놓은 손실 112
너무 온화한 겨울 115
부엉이의 눈 115
구름에 대해서 116
천상의 망상에 빠져 117
글 쓰기에 대하여 120
할아버지의 애인 121
그대의 그리고 나의 122
욕망이 열정과 짝을 이룰 때 125
상실의 불안 127
그는 가 버렸어 129
온실 속에서는 130
다시 3월이 오면 131
가르칠 수 없는 것 134
종말 135
나의 바위 136
해변의 산책자가 발견한 것 139
마지막 희망 140
지금 141
그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도록 142
못과 밧줄 142
기념품으로 선물할 수 있는 것 144
밧줄 꼬기 147
초상화 그리기 148
꿰뚫어 보다 149
첫 번째 일요일에 151
뒤쪽 의자에 앉아 153
미신 154
그가 세 번 울었다 155
친애하는 슈누레 씨 156
도난품 157
발견된 오브제 160
구시가에 남은 것들 안에는 161
죽음의 무도(舞蹈) 164
똑바로 응시하기 165
발자국 읽기 166
사냥 시즌 168
사냥 허가 기간 169
종결선 긋기 170
결산 171
8월 172
그 여름에 분기탱천하여 173
쿠르브윤 씨의 질문 176
유한함에 관하여 177
옮긴이의 말 179
책속에서
드론의 눈은 나를 지켜본다,
깜박이지도 않고 결코 잠드는 일도 없이
모든 것을 저장하고 아무것도 잊지 않으면서.
어느새 나는 아이가 되어
더듬더듬 기도를 읊으며
은총과 용서를 간청한다.
한때 나의 입술이 잠자리에 들기 전
모든 타락에 대해 용서를 빌었던 것처럼.
고해소에서 나는 내 속삭임을 듣는다.
오, 친애하는 드론이여,
나를 경건하게 해 주소서,
내가 당신 천국에 들 수 있도록. _「저녁 기도」
이제 완전히 홀로 남은 이는 튼튼함을 증명하고 싶어 해.
문드러진 뿌리로부터 떨어져 나온 세 동료들이 한때 그랬듯
그도 황금빛으로 뻐기긴 하지만, 내가 밤에 익숙한 손놀림으로
나의 세 번째 이, 즉 틀니를 물을 가득 채운 잔에 넣고는
발포 알약으로 세척할 때면 쓸쓸해 보여.
단 하나 남은 마지막 이, 그것은 내 어린 손주들을 놀래키는 데만 쓸모 있어.
나는 입을 한껏 벌리고 지옥의 웃음을 흉내 내거나 우물거리면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안데르센의 용감한 외다리 주석 병사처럼,
하나 남은 내 이가 떠나는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들을. _「남은 이[齒]들과의 이별」
어쨌거나 우리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나뭇잎 위에 눕고
나뭇잎으로 덮일 예정이다.
(…)
덧붙여 아내는 수의를 포기하지 않으려 했고, 그것도 ‘손수 지은’
수의가 좋다고 했다.
그 정도면 준비는 충분했다. 더 이상 우리의 것이 아닐 시간이 지나가면
모든 것은 허물어질 것이다.
(…)
우리는 어떤 생명체도 될 수 있다. 나는 전능한
자연의 도움으로 낯선 둥지에서도 대접받는 뻐꾸기로
다시 태어나기를 언제나 소망해 왔다. 연년세세 요란하게 소리치는
약속들이 있었다. 하느님과 그분의 약속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지라도
우리의 관들에 어울리지 않는 이런저런 상념들이 남는다.
(…)
손님이 오지 않은 바로 다음 날인 일요일에 우리는 관을 쌌던
포장지를 벗기고, 느슨하게 덮인 뚜껑들을 열고,
신발을 벗고, 관 속에 드러누웠다. 관들은 우리 키와
어깨너비에 꼭 맞았다. 논평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입관식 리허설을 멋지게 해냈다.
서로의 숨소리를 듣는 게 얼마나 기이한 일이던지.
관에서 나오면서 나는 아내의 도움을 받았다. 관 뚜껑을
다시 덮은 후 우리는 우리의 마지막 거주지 위에 포장지를 펼쳤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생각이 자유롭게 떠돌았지만
말로는 드러내지 않았다. 조금 후 아내는
내가 관 속에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했고,
다음 기회엔 카메라를 꼭 준비하겠노라고 다짐했다.
“아주 만족스러워 보이던데요.” 하고 그녀가 말했다.
우리가 창고 방문이라고 부른, 시험 삼아 관에 누워 보기를
한 직후에도 우리의 삶은 계속되었다. _「우리가 들어가 눕게 될 그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