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넘어지고, 싸우고, 울었다 (한 지식인의 생생한 사회 현장 체험기)
사이토 고헤이 | 오월의봄
15,300원 | 20250519 | 9791168731431
전 세계가 주목하는 마르크스주의 사상가 사이토 고헤이의 르포 에세이
자본주의는 평범한 행복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나는 약자와 연대하고 싶다”
내 안에 갇히지 않고 다시 배우기 위해
우리는 현장으로 가야 한다!
저자는 “아직 없는 것을 바라기보다는 있는 것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진다. 우리는 서로 연루되어 있고, 대안은 여기 있으며, 미래는 이미 도래해 있다. 이 책은 그렇게 도래한 미래 중 하나다. -조형근(동네 사회학자)
마르크스주의 사상가 사이토 고헤이의 르포 에세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마르크스주의 사상가 사이토 고헤이의 르포 에세이 《나는 넘어지고, 싸우고, 울었다》가 출간되었다. 한국에도 많은 독자가 있는 사이토 고헤이는 전작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를 통해 일본에 마르크스주의 공부 열풍을 일으켰고, 세계적으로 뛰어난 진보적 저술에 주어지는 도이처 기념상을 역대 최연소로 수상하기도 했다.
사이토 고헤이의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탈성장 코뮤니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로지 성장을 향해서만 달리는 자본주의는 세상을 종말로 치닫게 할 뿐이다. 즉 지금 지구를 위기로 내몰고 있는 원인은 바로 자본주의 시스템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이런 자본주의의 성장 중심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본주의가 제거한 ‘커먼(공통의 부)’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모두가 이를 공유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커먼’에 기초한 사회가 바로 ‘코뮤니즘’인 것이다. “민주적으로 공정한 부의 관리를 실행하는 것, 그것이 ‘커먼’형 사회로서 ‘코뮤니즘’이 지향하는 바이다.” “그래서 ‘커먼’에는 더욱 포괄적인 평등에 대한 관점이 요구된다. 그리고 그러한 공정한 사회는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는 실현될 수 없다.”(214쪽)
이 책 《나는 넘어지고, 싸우고, 울었다》에는 사이토 고헤이의 ‘탈성장 코뮤니즘’ 사상이 응축되어 있다. 이론 중심인 이전 책과 다른 점은 본인이 직접 현장에 가서 넘어지고, 싸우고, 운다는 것이다. 즉 이 책은 사이토 고헤이가 2년 동안 일본 곳곳을 돌아다니며 일본 사회의 구조와 모순점을 파헤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깊이 있게 기록한 르포이자 에세이다. 저자의 기록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일본의 노동환경, 자연과 인간의 관계, 기후변화 현장과 환경 문제, 그리고 지역 사회의 변화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전체적으로 명료하고 읽기 쉬우며 간결한 문장 덕분에 저자의 ‘탈성장 코뮤니즘’에 대한 사고방식이나 세계관 등을 아주 쉽게 배우고, 이해할 수 있다.
그가 찾은 현장은 ‘성장 중심 자본주의’가 악영향을 끼치는 곳이기도 하고, ‘탈성장 코뮤니즘’의 정신이 반영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는 이곳에서 사람들과 직접 만나며 넘어지고, 함께 싸우고, 울기도 한다. 우버이츠 배달, 플라스틱 프리 운동을 직접 해보거나 원전 사고가 난 후쿠시마 지역, 한신대지진 피해자들이 사는 아파트 단지, 미나마타병의 발원지인 미나마타 지역을 방문하기도 한다. ‘유해동물’로 지정된 동물 사냥 현장, 아이누인에 대한 차별 현장에도 가고 외국인노동자, 노숙인, 부락민, 기후 부정의에 맞서는 학생들을 만나기도 한다. 또 지역의 자원 공유를 하는 대안 운동 현장을 방문하는 등 그가 찾아가는 곳은 참으로 다양하다.
이렇게 저자는 일본 곳곳에서 직접 체험하며 일본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개인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깊이 고찰한다. 성장 중심의 자본주의의 패악, 배달노동자의 열악한 현실, 자연과의 공존 문제, 산업화가 남긴 환경 재앙까지, 저자는 자신의 몸으로 부딪치며 얻은 경험을 통해 현대사회의 복합적인 문제들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그 메시지들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들이어서 더욱 현실감 있고 설득력 있다. 일본 사회의 문제를 기록한 책이지만, 이 문제들은 한국사회도 맞닥뜨리고 있는 것들이어서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