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과 세계유산 화성 이야기 (도시전문가 김충영의)
김충영 | 글을읽다
34,200원 | 20240704 | 9788993587340
경기도 도청소재지인 수원(水原)은 화성(華城)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문화도시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크게 파괴됐던 화성은 1996년 축성 2백주년을 맞아 그 역사성이 재조명되면서 무너진 성곽과 헐린 화성행궁을 다시 복원하자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고, 그 이듬해인 1997년에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복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화성 복원의 중심인물은 수원문화원장 출신인 수원시장 심재덕이었고 심재덕의 의지를 실무에서 구현해낸 이가 이 책의 저자다. 수원시 공무원으로 사회의 첫발을 디딘 저자는 화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수원시 구내방송을 듣는 순간, 화성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라고 느꼈다. 그다음 날 화성을 한 바퀴 답사하면서 관리상태가 엉망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저자는 화성을 복원하려면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뜻있는 이들을 모아 답사 모임 ‘화성연구회’를 만들었다. 저자는 1998년부터 2009년까지 11년간 화성 업무를 담당해 오늘날 화성이 만들어지는 기초를 닦았다. 저자가 맡았던 화성 업무는 화성행궁 광장 조성, 화성열차 제작, 여민각 재건, 성신사 복원, 화서공원 조성, 끊어졌던 장안문 성곽잇기 등이다. 복원사업을 하면서 원작자인 정조 임금의 작품 의도를 해치면 안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다.
꼼꼼한 성격으로 수많은 사진과 업무수첩을 간직하고 있던 저자는 2021년 1월부터 매주 1회씩 인터넷 신문 『수원일보』에 ‘수원현미경’이란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해 2024년 6월 현재 140회를 넘겼다. 그중 100여 편을 묶은 것이 이 책이다. 1장 수원과의 인연, 2장 수원이 기억해야 할 사람들, 3장 효원의 도시, 수원, 4장 수원의 길, 5장 수원의 도시계획, 6장 나와 화성사업, 7장 수원화성의 숨은 이야기, 8장 수원의 시구청사와 박물관 · 아트센터 이야기, 9장 근현대 수원의 변화, 10장 남기고 싶은 이야기, 11장 수원화성을 만든 사람들까지 모두 11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에는 화성 복원뿐 아니라 저자가 1970년대 후반부터 수원시청의 도시계획을 담당하면서 알게 된 수원의 도시발전과 변화가 상세히 기록돼 있다. 논밭에 삼성전자가 들어서고 구시가지에 있던 주요건물이 옮겨가 행정중심지로 변화해가는 동수원 모습부터 서수원과 북수원 개발까지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정조 임금이 사도세자의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원행길 시흥로의 건설과 경수산업도로 확장이 무산된 사연, 서부우회도로 건설은 삼성 이병철로부터 비롯됐다는 비화 등을 소개하고 있으며 수원이 ‘효원의 도시’가 된 사연, 정조 임금이 건설한 신도시 화성과 물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석거, 축만제, 화성 건설을 위해 돌을 캐던 숙지산, 정조 임금 때 심은 소나무에서 비롯된 수원시의 시목(市木)도 다루고 있다. 화성 축성 당시 현판을 썼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와 화성을 이해하려면 ‘화성기적비문’을 필히 읽어봐야 한다는 사실, 수원(水原)이란 명칭이 ‘물의 근원지’인지 아니면 ‘물 벌’인지에 대한 내용도 살피고 있다. 화성이 축성되던 시기는 때마침 천주교의 탄압이 극심했던 때여서 화성 안에서도 모두 83명의 신자가 처형당했다.
오늘날 수원을 언급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심재덕 시장이 세계 화장실 문화를 바꾼 이야기다. 이 책에도 심재덕 시장이 수원시 이목동 자신의 집을 똥박물관으로 만들어 화장실 문화 개선에 발 벗고 나선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근현대 수원의 도시계획과 발달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은 유용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