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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01097626
· 쪽수 : 322쪽
· 출판일 : 2009-06-22
책 소개
목차
2001년 7월 서울
앵커 살인사건
머리 잘린 인형
스토커
악마의 도발
따뜻한 손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유명인이 살해당했다.
어느 정도의 유명세를 치렀는지 모르지만 여러 가지 귀찮은 일들이 생길 것이다. 신문이며 방송에서 수십 명의 기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수사 진행상황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을 것이다. 당연히 사건은 공개수사 형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미진하다 싶으면 경찰의 무능을 힐책하는 기사를 써댈 것이고, 경찰이 미처 알아내지 못한 사실들까지 찾아내 뒤통수를 후려치는 일도 생길 것이다. 수많은 억측 기사와 부풀려진 소문들이 수사에 혼선을 빚게 할 가능성도 있다. 수사와는 상관없는 일들로 여러 사람이 휘둘리게 될 게 뻔하다.
강 형사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 채 떠들고 있는 이 형사와 지 검시관이 오히려 부러웠다. - 30~31쪽 중에서
여자의 머리였다.
상자 속 흰 수건에 감싸인 것은 여자의 머리였다. 이십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미인형의 얼굴. 눈은 감겨 있다. 긴 생머리가 피가 빠져나간 창백한 얼굴에 달라붙어 기묘한 느낌을 주었다.
누군지 몰라도 대담한 놈이다.
여자를 죽여 머리를 잘랐다. 그것도 모자라 상자에 담아 택배로 서울시경 형사과로 보냈다. 제정신이 아니다. 자신은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과 경찰에 대한 조롱이 도를 넘었다.
느긋하게 농담을 주고받던 분위기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 72~73쪽 중에서
그는 수돗물을 틀어 다시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
흐릿했던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경련을 일으키던 눈을 깜빡여 보았다. 속눈썹 끝에 매달린 물방울이 눈앞으로 스며들었다. 뻑뻑하던 안구가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욕조에 뜨거운 물이 채워지면서 수증기들이 유령처럼 다가왔다.
그 유령들은 어느새 거울 속의 남자를 감싸고 있다.
찬물로 정신을 차린 그는 손으로 거울을 문질렀다.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보다 먼저 거울을 문지르고 있는 손이 눈에 들어왔다.
두 손을 들어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그 손 어디에도 끔찍한 살인의 흔적은 없다.
손은 강하고 부드러웠다.
단단한 뼈와 강인한 힘줄이 부드러운 피부에 감싸여 있다. 그의 손은 길고 섬세했다. 그는 거울 속의 남자를 보며 그의 목에 손을 갖다 댔다. - 148쪽 중에서
그런 실험들을 통해 그는 남들과 어울릴 수 있는 얼굴을 찾아내고 자신의 진짜 얼굴을 감췄다. 나이가 들면서 그 방법들은 점점 더 섬세해지고 교묘해져서 그는 이제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사람들과 섞여서 ‘우리’가 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죽은 고양이의 뱃속을 만지는 것은 숨겨야 하지만 꼬리에 불을 달고 어두운 강가를 뛰어다니며 죽어가는 쥐새끼는 낄낄거리며 함께 즐길 수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미 죽어있는 것을 만지는 것은 끔찍하게 생각하면서 살아있는 동물을 죽이면서 즐거워한다는 사실이 이상했다. 하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몇 번 해보니 죽어있는 것을 건드리는 것보다 살아있는 것을 잡아 내 손으로 날개를 떼고 다리를 잘라내고 눈알을 도려내는 게 더 재미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제야 알았다. 아, 재미있는 것은 괜찮구나. - 230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