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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01148946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12-07-25
책 소개
목차
1장 우리 이 애를 묻어버립시다: 어느 평범한 어미 아비의 자식 살인미수기
-<손순매아> <헨젤과 그레텔> <장화홍련전>
그들이 없애려던 건 쥐떼가 아니라 자식떼다
효심으로 은폐한 패륜
배 좌수는 왜 장화를 시집보내지 않았을까
귀신이 되어서도 입도 뻥끗하지 마라
2장 어린 누이는 사람 먹는 괴물이 되었다: 간도 쓸개도 다 내준 부모의 비극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여우 누이>
달빛이 집어삼킨 누이의 비밀
자식이 여우로 변하는 순간
부모는 자식을 빙자한다
3장 내 오늘 좋은 꿈을 꾸었단 말이다: 첩이라는 ‘계약직 여종’의 인생
-<홍길동전> <사씨남정기> <춘향전>
홍 판서는 길동의 어머니를 사랑했을까
호부호형에 숨겨진 욕망
사악하고 음탕한 첩들의 항변
춘향은 내일을 보장받고 싶었다
4장 과거를 묻지 마세요: 정절과 포르노그래피를 동시에 꿈꾸는 가부장의 이중생활
-<구운몽> <옥루몽>
기녀들아, 순결을 지켜라
추잡한 독점욕의 징표, 앵혈
탐욕스런 남자와 파렴치한 공모자
5장 저년을 잡아 내려라: 본처의 ‘투기’와 정체성 찾기의 몸부림
-<옥루몽> <홍계월전>
현숙한 본부인, 첩의 목을 베다
누가 그녀를 투기로 내몰았나
네 어떤 더러운 물건이기에
욕망의 대결에 가려진 슬픈 진실
6장 쓸모없는 지아비는 따르지 마라: 무능한 가장들의 비참한 타자화
-<흥부전> <심청전> <변강쇠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새끼 내지르는 일뿐
심 봉사의 무능함은 조작되었다?
가장은 무엇으로 사는가
7장 어찌 과부라고 해서 정욕이 없겠느냐: 과부 재혼 금지와 열녀 만들기 프로젝트
-<열녀함양박씨전>
닳아빠진 엽전에 얽힌 설움
그들의 인생은 날조되었다
어머니, 이제 그만 죽어주세요
8장 쥐뿔도 모르는 게!: 지아비의 빈자리에 스며드는 의심
-<쥐 변신 설화> <옹고집전> <배따라기>
배를 가르니 쥐새끼가 나왔다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지나
옹고집네 식구들이 웃음거리가 된 까닭은
쥐 잡던 날의 비극
9장 너 원한 적 없어: 균열과 전복, 그리고 가족의 재탄생
-<최고운전>
날개 달린 아기장수의 죽음
금돼지의 핏줄이 꿈꾸는 새로운 질서
지금 이후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
자식은 부모를 배반한다
원하지 않아야 행복하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임금은 이렇게 말했다.
“지극한 효자로고!”
물론 죽을 뻔한 어린애를 향한 말이 아니다. 자식을 생매장하려 했던 아버지를 향해 근엄한 목소리로 한 말이다. 이 모두《삼국유사(三國遺事)》 <손순매아(孫順埋兒)>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황당한 아버지의 이름이 바로 ‘손순’이다. <손순매아>는 바로《삼국유사》의 <효선(孝善)> 편에 들어 있다. 그러니까 《삼국유사》를 편찬한 일연은 이 엽기적인 이야기를 효(孝)로 생각했던 것이다. 손순의 매정하고 끔찍한 살인모의와 살인미수는 모두 그의 모친을 향한 효성에서 비롯되었다고 옹호된다. 노모를 향한 뜨거운 효성이 지저분한 모든 진실을 덮은 것이다.
―1장 <우리 이 애를 묻어버립시다> 중
쥐를 가지고 교묘한 계략을 꾸민 것도 허씨고 장화를 연못에 빠뜨려 죽이자고 말한 것도 허씨다. 그리고 그것을 수행한 자는 허씨의 아들 장쇠다. 분명 계모 허씨는 악독한 짓을 모의했고 선동했고 저질렀다. 그 비난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배 좌수는 어떤가. 그 끔찍한 모
의를 추인하고 한밤중에 실행시킨 배 좌수는 어떤 자인가. 허씨는 장화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라 해도 배 좌수는 자신의 친딸이 아닌가. 그는 전처의 유언을 듣고 그대로 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던가. 도대체 배 좌수는 무슨 심정으로, 아니 어떤 연유로 자기 딸을 죽이라고 명령했단 말인가. 도대체 이 아버지는 어떻게 돼먹은 작자란 말인가.
―1장 <우리 이 애를 묻어버립시다> 중
왜 남자들은 여자의 과거까지 소유하려 할까? 대단치도 않은 그깟 첩 자리조차 왜 그리도 엄격하게 검열하고 확인하고 통제하려 들까? 그것은 강남홍과 벽성선은 첩이 되었지만 설중매와 빙빙은 되지 못한 이유에 잘 드러난다.
깨끗함. 남자의 자손을 낳아줄 청정한 몸. 남자들은 그것을 요구한 것이다.
아무리 기녀라 해도 자신의 자식을 낳아줄 여자는 자신에게만 처녀성을 바친 여인, 오직 자기 외에는 없었던 여인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깨끗한’자손을 낳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주 얄밉게 말하면 이렇게 된다.
“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너를 통해 낳을 내 자식이 중요해. 알았니?”
―4장 <과거를 묻지 마세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