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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현대철학 > 현대철학 일반
· ISBN : 9788901166490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14-10-27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 삶의 이정표에 담긴 의미
01 태어남 - 태어난다는 것은 스포츠카를 받은 즉시 열쇠를 잃어버린 것이다
02 걸음마와 옹알이 - 결음으로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말로써 사물에 의미를 부여한다
03 학교 - 처음으로 나 자신을 타자로 느끼는 곳
04 자전거 - 아빠가 자전거를 잡은 손을 놓을 때, 의심과 믿음의 갈림길에 선다
05 시험 - 선생님이라는 버팀목을 치우고 혼자 만나는 최초의 심판
06 첫 키스 - 키스는 침묵이며, 단 두 사람만이 공유하는 비밀이다
07 순결의 상실 - 우리는 순결을 잃을 때 종의 기원으로 되돌아간다
08 운전면허 - 처음 만나는 신선한 자유, 그러나 동시에 통제를 받아들이다
09 첫 투표 - 한 나라가 나를 가장 진지하게 대하는 순간
10 취직 - 제대로 취직하면 일하는 동물에서 일하는 인간이 된다
11 사랑 - 사라질 운명을 인정하면서도 영원을 믿는 고백
12 결혼 - 서로의 운명을 소유하기로 결정하다
13 출산 - 격렬한 낭만적 사랑에서 소중한 현실적 사랑으로
14 이사 - 바로 그날까지 타인이 살던 불확실함 속으로 뛰어들다
15 중년의 위기 - 결국 어디에도 올바른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닫다
16 이혼 - 사악해질 수조차 있는 불행한 관계를 끝내는 정직한 수단
17 은퇴 - 더 이상 젊지 않지만 아직 늙지 않은 모호한 순간
18 늙어감 - 제3의 인생, 스스로를 신선하게 바라보라
19 죽음 - 우리의 사망은 다른 사람을 살게 한다
20 내세 - 죽음 뒤를 상상할 때 현재가 바뀐다
리뷰
책속에서
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는 아마 태어남을 독배라고 말했을 것이다. 태어남은 삶을 주지만 삶에 필요한 의미를 주지는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말하자면 스포츠카를 받고서 곧바로 열쇠를 잃어버린 것과 같다. 우선 태어남은 우리가 전혀 어찌할 수 없다. 삶의 기원일 뿐 우리는 태어남에 관해 아무런 발언권도 없다! -23쪽
어떤 의미에서 학교에서는 우리의 정체성이 분열된다. 알튀세의 동료 철학자인 폴 리쾨르(Paul Ricoeur)의 말을 빌리면, 우리는 타자로서의 자신이 된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우리는 당연히 자신을 분열되지 않은 존재로 경험한다. 이것은 사실 자신을 진정으로 경험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47쪽
아버지가 옆에서 우리의 등에 손을 대고 함께 달리고 있다면(“아빠, 손 놓지 마!”) 우리는 진정으로 자전거를 타고 있는 게 아니다. 조만간 우리는 낯익은 것과 낯선 것 사이의 틈을 뛰어넘어야 한다. - 65쪽
시험은 단순한 테스트가 아니라 다른 버팀목, 예컨대 나를 지지해주는 선생님을 떼어내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시험을 치른 지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도 시험에 관한 꿈을 꾸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시험은 트라우마이고 트라우마는 꿈에 자주 등장하니까. -84쪽
키스는 섹스와도 다르다. 절정도 없고 욕망이 사라지는 종점도 없다. 만약 인간이 잠도 자지 않고 먹지도 않고 목욕하지 않아도 된다면, 연인들은 아마 영원히 키스만 할지도 모른다. - 97쪽
어찌 보면 섹스를 하고자 하고 그 과정에서 순결을 잃고자 하는 욕구는 앞에서 말했던 걸음마의 욕구와 닮은 데가 있다. 순결을 잃지 않은 사람은 대체로 욕구가 아니라 기회가 결핍된 것이다. -117쪽
동물은 오로지 생산성을 위해, 즉 가족을 위한 먹이를 찾기 위해 노동하며, 생존 이상의 결과를 추구하지 않는다. 먹이를 얻으면 일은 끝난다. 그와 반대로 인간의 특징은 일하는 능력 자체에 있다. 일은 노동의 요소를 포함하지만(우리도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으므로) 그것은 단지 인간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한 일의 기반일 뿐이다. -159쪽
구직 신청서 양식은 직업 경력과 관련해서 빈칸들을 메우도록 요구하지만 진짜 알고자 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묻기 어렵다. 즉 바로 내가 누구냐는 물음은 묻지 않는다. -165쪽
사랑은 궁극적으로 삶을 출발할 때처럼 만들어주는 몇 가지 일 가운데 하나다. 국적, 가족, 거주하는 나라가 모두 관계되는데, 실제로 사랑은 이 세 가지를 모두 재정의하는 힘을 가진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운명이 걸린 문제다. -174쪽
집은 많은 사람들이 살았기 때문에, 예전에 거기 살았던 사람들의 삶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잠재적인 섬뜩함을 품고 있다. 집은 자신에게 익숙한 장소지만 가장 낯선 곳일 수도 있다. 전에 거기 살았던 사람들만큼 낯선 존재도 없기 때문이다. -228쪽
중세에는 보통 마흔이면 죽었으므로 중년의 위기라는 호사를 누리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백 살까지 살고 예순 살까지 일한다고 가정할 경우, 정의하기도 어렵고 문화적으로 정해진 형태도 없는 인생이 40퍼센트나 남게 된다. -232쪽
중년은 대개 사적인 결산 보고, 득실의 명세서를 요구하게 마련이다. 자기분석의 훈련을 거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단지 자신을 들여다본다는 사실만으로도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235쪽
우리가 죽으면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에게는 그 고통이 없다. -295쪽
내세는 철학처럼 작용하면서 실시간으로 우리 행동의 넓은 함의를 고찰하도록 한다. 철학은 몽테뉴가 말했듯이 어떻게 죽을 것인지를 배우는 것인 동시에 어떻게 살 것인지를 배우는 것이기도 하다. -3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