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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01213903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16-11-1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6
1부 나의 ‘슈퍼히어로’
네가 오기를 언제나 기다려왔어, 조반니·13
전부 다른 맛이 나는 사탕 상자·46
폭풍우에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서·73
2부 동생을 부끄러워하는 내가 나쁜가요?
4. 새로운 세계, 새로운 질서·105
5. 누구나 비밀은 있다·136
6. 티라노사우루스, 난 널 선택했어!·166
3부 공룡을 쫓아다니는 내 동생, 조반니
7. 리틀 존·191
8. 스팩 프러시 스냅·231
9. 농담이 우리를 지켜 줄 거야·254
10. 더 심플 인터뷰·281
감사의 글·300
옮긴이의 글·303
리뷰
책속에서
어느 날 나는 주방 벽에서 엄마, 아빠, 키아라 누나, 앨리스 그리고 나 이렇게 다섯 명이 찍은 사진 한 장이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너무 밝은 모습이었다.
‘이 사진에서 조반니는 찾아볼 수 없잖아. 만약 걔가 이 사진을 보기라도 한다면 자기 없이도 행복했었구나 하고 생각하겠지?’
그런 생각이 든 나는 사진 액자를 들고 빨간색 매직펜을 찾으러 내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방 안의 탁자에 앉아 왼쪽 빈 공간에 우리와 비슷한 모습의 작은 남자아이를 한 명 그려 넣었다. 동그란 얼굴에 입이 귀에 걸리도록 활짝 웃고 있는 모습으로. - <네가 오기를 언제나 기다려왔어, 조반니> 중에서
“엄마와 아빠는 왜 조반니를 이렇게 만들었어요?”
“‘이렇게’라니?”
“외국인으로요. 아니면 외계인이거나.”
진실을 털어놓으려고 마음을 먹은 듯, 엄마는 다정함이 묻어 있는 굵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생에는 통제할 수 있는 일들이 있는가 하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고 단지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만 하는 일들이 있단다. 그런 일들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삶이란 복잡하고 신비로운 거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변함없이 사랑하는 거란다.”- <전부 다른 맛이 나는 사탕 상자> 중에서
엄마에게서 조가 목이 약하다는 말을 들은 날, 나는 조가 텀블링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는 텀블링을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다.
“조는 왜 목이 약해요?”
“조는 왜 그렇게 태어났어요?”
“그럼 왜?”
나는 내가 했던 모든 텀블링에 대해, 그리고 내가 조와 함께하려고 계획했던 모든 텀블링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내 동생과 함께할 수 없는 일들이 자꾸 늘어났다. 조는 닌텐도 위wii 게임기를 던졌다. 그리고 꼬마 자동차를 입에 넣었다. 결투를 할 수 없었다. 잔디를 무서워했다.
‘내가 아는 모든 슈퍼히어로들은 텀블링을 한다. 그럼, 도대체 조는 어떤 슈퍼히어로란 말인가?’
나는 조가 누구인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조의 특별한 능력들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했다. - <폭풍우에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서> 중에서
비밀. 나에게 조반니가 바로 그랬다. 조는 내가 감추고 싶은 몇 가지 비밀 가운데 하나였다. 존 레논의 포스터 뒤에 숨겨 둔 가슴을 드러낸 젊은 여자의 포스터와 같은…….
엄마는 형제를 사랑하는 일이 사랑하기 위해서 누군가를 선택하는 것과 다르다고 말씀하셨다. 오히려
내 곁에서 선택한 적 없는 누군가를 발견하고 그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하셨다. 그러니까 사랑을 선택했다면 사랑받을 사람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사랑이 필요한 사람, 사랑을 받고 싶은 사람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를 제일 먼저 사랑해 줄 사람들이 내 친구들, 내 급우들이었으면 했다. 나는 친구들이 조를 알게 될까 봐 두려웠다. 친구들의 관심과 평판을 잃는 것이 무서웠다. - <누구나 비밀은 있다> 중에서
‘일어나.’
나는 내 자신에게 말했다.
‘네가 조의 형이라는 것을 보여 줘. 일어나. 조를 선택해. 제기랄. 조를 선택해.’
그때 노란색 조끼를 입은 소년이 말했다.
“내가 가까이 가면 쟤가 날 깨물까?”
또다시 폭소가 터졌다.
온몸이 굳는 것 같았다. 일어나서 조반니를 구하러 가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계속 말했다. 그러나 내 속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깊은 우물에 갇힌 메아리처럼 머릿속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 <티라노사우루스, 난 널 선택했어!>중에서
조는 아침 햇살 같았다. 닫힌 덧문을 통해 새어 들어오는 막을 수 없는 햇살. 조는 액체고 피할 수 없는 존재다. 조는 제어할 수가 없었다. 조는 모든 구멍, 모든 빈틈으로 들어왔다.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우리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누구지? 누가 나와 조반니 사이의 관계를 각색하는 것일까? 나와 조반니와 세상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아무도 아니다. 바로 우리가 작가였다. 나에게는 우리의 이야기를 어떻게 끝낼지 결정할 책임과 권한이 있었다. 내 마음속에 두려움을 불어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내가 그런 두려움을 키웠던 것이다. 나는 놀이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조반니에게, 세상의 모든 것을 장난으로 여기는, 세상을 비스듬하게 기울여서 보는 조반니의 삶에 미소를 지었다. - <리틀 존> 중에서
어느덧 나는 이전까지 결함처럼 느꼈었던 다운 증후군을 가볍고 유쾌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 전까지 금기시되었던 내 동생에 관한 말들을 하나씩 끼워 넣었다. 가령 이런 것들.
내 동생은 수영장에서 나에게 휴대 전화를 던졌다. 나쁜 놈. 내 동생은 내 지갑에서 동전을 훔쳤다. 나쁜 놈. 내 동생은 자기 여자 친구에게 내 농구 실력이 형편없다고 말했다. 나쁜 놈. 그래, 내 동생은 나쁜 놈, 게다가 바보, 교활한 놈이다. 어쩌면 세 가지 다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에게 화가 나는 것도 사랑해야 가능한 일이다. 나는 내 동생을 나쁜 놈이라고 말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자유를 느꼈다. - <농담이 우리를 지켜 줄 거야> 중에서
“나는 다운 증후군이야. 넌?”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여기에 온 건…….”
그러고 조반니를 가리키려는데 다비데가 나를 가로막았다.
“아무것도? 그건 불가능해. 어서 말해 봐. 모든 사람은 장애가 있어. 너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네가 할 줄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 거야.”
나는 잠시 생각한 다음에 말했다.
“나는 다림질을 할 줄 몰라.”
“아! 그래.”
다비데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저런, 다림질 증후군이구나.” - <리틀 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