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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25539829
· 쪽수 : 363쪽
· 출판일 : 2010-08-23
책 소개
목차
푸른 공책
뭄바이 로열임페리얼 호텔에서의 기록들
평범한 흰 종이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아니다! 난 미치지 않았다! 매일 시중드는 하인과 기름진 음식이 있는 황금빛 방에 누워 있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순간도 없다. 쇠창살이 쳐진 내 방은 화장실만 하다. 그게 바로 내가 사는 곳이다. 남자들이 내 위에서 달콤한 케이크를 만들 때마다, 시트가 너무 얇아서 공책 모서리가 등에 닿는 게 느껴진다. 내가 밥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가슴이 봉긋하게 솟아 있고 엉덩이가 풍만하고 탐스럽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들이 나를 먹여 살리는 것이다.
나는 미치지 않았다. 남자들이 페니스를 내 입안이나 다리 사이에 집어넣는 대가로 백 루피를 내고, 내 항문으로 들어오는 대가로 2백 루피를 지불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는 미치지 않았다. 천장을 올려다보아도 황금은 보이지 않고 방 안에는 향수 냄새도 나지 않는다. 내 방과 침대에 찌든 고약한 냄새에도 이젠 익숙해져서 거의 무감각해졌다.
나는 종종 혼란스럽다. 다른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는데, 왜 낮이 지나면 항상 밤이 온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까.
나는 미치지 않았다. 차라리 미쳤으면 하고 생각하는 날은 수없이 많지만.
경찰이 푸닛의 항문을 찢은 이후에, 나는 그 아이가 일단 회복되면 마침내 도망칠 준비를 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였다. 항문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찢어져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숨죽인 채 푸닛이 도망치기를 기다리지만, 그 아이는 그러지 않는다. 아름다운 소년의 몸이 자신의 방 안에 녹아버렸다. 마치 오래된 가구처럼 그 방의 일부가 되었고, 한순간 오래된 가구가 버려지고 새로운 가구가 들여질 수 있음을 망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 단둘이서 영원히 달콤한 케이크를 굽기 바라는 요리사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환상이 떠오르기도 한다. 누군가가 가죽끈으로 내 목을 묶어 끌고 가서 자신을 섬기게 해주면 좋겠다. 내 펜과 공책을 가져갈 수 있도록 허락해주면 좋겠다. 내가 왜 이 공책에 글을 쓰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아무것도 아닌, 그저 누군가의 소유물이 된 언젠가 이 공책을 펼쳐 읽으며 옛날을 돌이켜 볼 생각을 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구부러진 철을 온전히 똑바로 펼 수는 없다. 단지 덜 구부러지게 할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