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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25554464
· 쪽수 : 294쪽
· 출판일 : 2014-12-01
책 소개
목차
나의 삶, 나의 집
에필로그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나는 이디스에게 앞으로 밸러드에 생길 변화가 몇몇 사람에게 그렇듯 그녀에게도 그렇게 탐탁지 않은 일인지 물었다.
“아니, 상관없어. 변화는 변화야. 자네도 알잖아. 자네가 지으려는 그 건물도 앞으로 20년만 지나면 다시 허물어질걸. 킹덤 구장도 허물어버린 사람들인데, 뭐. 지은 지 25년밖에 안 된 건물을. 그때 진 빚도 아직 2천만 달러나 남았잖아. 그런 게 발전이야, 배리. 원래 그런 거라고.”
“상당히 철학적인데요, 이디스.”
“철학적인 게 아니야. 현실이지. 철학하고 현실은 하늘과 땅 차이야. 세상은 현실이고.”
나는 그녀가 어떤 인생을 살았기에 한편으로는 그렇게 변화를 잘 받아들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가 원하는 것에 그토록 고집스러운 사람이 됐는지 궁금했다.
이디스가 남은 생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떻게 죽고 싶은지에 관해 나한테 한 말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나는 이 세상에 그녀가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단 한 가지도 없다고 늘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면 좋다, 도우면 그만 아닌가.
그해 가을 해가 점점 짧아질 무렵, 나는 이디스와 함께하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 사이에 구분이 있는 척 행동하기를 포기했다. 주말에는 그녀와 같이 있지 않았지만, 평일에는 현장 트레일러에 있는 시간을 제외하면 새벽부터 날이 저물 때까지 이디스의 식사를 준비하고, 온갖 청구서를 처리하고, 잔디를 다듬고, 집안일을 하고, 장을 보고, 빨래를 하고, 거의 하루 종일 그녀 옆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며 그 집에 머물렀다. 텔레비전은 항상 켜져 있었다. 나는 한 번도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지만 이제는 거기에 하도 익숙해져서 집에 들어갔을 때 텔레비전이 꺼져 있으면 오히려 기분이 이상하고 무언가 크게 잘못된 것 같아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이디스는 이제 거의 일층에서만 생활했다. 계단에서 떨어진 뒤로 이 층에 올라갈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내가 소파 옆에 작은 변기를 놓아두었는데 트레일러에 있으면 가끔 전화벨이 울렸다.
“자네한테 작은 선물이 있어.”
이디스가 키득키득 웃음을 삼키며 이렇게 말하면, 나는 스물아홉 발짝을 걸어 — 재미로 한번 세어봤는데 그 숫자가 머릿속에 박혔다 - 그 집에 가서 변기를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