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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비평/칼럼 > 한국사회비평/칼럼
· ISBN : 9788925556949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15-09-04
책 소개
목차
1부 일도 못한다는데 서럽기까지
그래, 나는 일을 못한다 | 출퇴근의 달인 | 아내를 드립니다? | 덜렁이가 살고 있는 세상 | 그건 충고가 아니야, 인격 모독이지 |삼류 똥통 학교 다니는 주제에 | 튜링 테스트의 시간 | 디자이너의 비애 |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래요 | 나는 감정노동의 '일못'입니다 | 당신은 때리지 않았지만 나는 아팠다 | 흡연 여성 잔혹사 |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지 | 인터뷰 ) 전도사 노승훈을 만나다
2부 일 못한다, 일 잘한다 사이의 애매함
성공, 그 허망한 이름이여 | 당신은 '직장의 신'이 아니다 | '미생'이 그런 뜻이 아닌데요 | 겸손은 힘들어 | 사원의 직언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 어려워 보이기만큼 어려운 것도 없더라 | 갑과 을 사이의 줄다리기 | 쓸모와 잉여 | 딴짓하는 사람 | 미루는 습관 가지고 살기 | 그래, 나는 '길치'다! | 인생은 롱 테이크 | 쇼핑 사이트 헤매는 밤 | 기계 장착 시대의 업무 현황 | 나는 천사가 아니야 | 인터뷰) 방송작가 무명씨를 만나다 | 인터뷰) 글로 먹고 사는 H씨를 만나다
3부 내가 일을 못하는 일리 있는 이유
베짜타 연못가에서 한 발짝 물러서면 | 별이 빛나는 밤에 | 유니폼의 위치 | 위아래 따지지 말고 칼퇴근 좀 합시다 | 생리휴가가 어때서요 | '일못'은 휴가도 못 가나요? | 신성한 노동의 맨 앞자리 | 여성은 왜 가정·직장 모두를 지키면 '일못'이 되는가 | 대외비가 없는 세상 | 나는 별일 없이 살고 싶다 | 일 못하는 사람들의 세상 상상하기 | 괴담의 서사 구조 ― 메르스를 중심으로 | 우리는 가족이 아니잖아요 | 걱정은 '노 땡큐' | 당신의 시간이 옳듯, 내 시간도 틀리지 않았다 | 인터뷰) 팝아티스트 김태훈을 만나다 | 인터뷰) 사진작가 박준수를 만나다
4부 우리 모두 행복하면 안 되나요?
우리는 아이가 아니다: 우리 노동을 지배하는 은유들(1) | 신분제는 철폐되지 않았다: 우리 노동을 지배하는 은유들(2) | 숫자 뒤에 삶이 있어요: 우리 노동을 지배하는 은유들(3) |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 노을이 지기 시작하면 우리 함께 차를 마셔요 | 최선을 다하는 일못들을 위로하며 | 돈벌이와 자아실현 사이 | 내가 나를 위해 쓰는 인생계획서 | 우리는 편의점에서 만난다 |액자 저편, 너의 목소리가 들려 | 은혜는 테이프 밖에서 | 막다른 터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빛이 있다 | 인정 투쟁과 일못의 사회학 | 인터뷰) 투쟁중인 봉혜영 씨를 만나다 | 인터뷰) '맥가현'을 만나다 | 필진 인터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일을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한 시대의 일 잘하는 사람이 다음 시대의 부적응자가 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의 '일못함'은 왜 유독 문제가 되는가? 우리 시대, 우리 세대의 '일'이 천편일률적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이상 '산업 역군'이 될 수 없다. 자영업을 시작하자니 위험부담이 크다. 가장 넓은 문은 사무직이 되는 것인데, 사무 노동자는 갖가지 편법으로 인해 파리 목숨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러한 세태가 '자괴감'을 우리 시대 사회 초년생들의 일반적 정서로 만든 것이다. 이것은 사실 수년전 '엄친아'의 유행을 통해 예언된 것인지도 모른다. 부모님들은 자식들의 별 볼일 없는 생활이 불만이고 상사들은 신입사원의 패기 없음이 불만이겠지만 어쩌겠는가. 돌파구가 없는데. _본문 10~11쪽 「그래, 나는 일을 못한다」 중에서
접속한 웹사이트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결국 상담원과 연결하여 원격지원을 받아 약 한 시간 만에 문제를 해결했다. 알고 보니 시스템 문제였고, 나는 결국 야근을 했다. 이런 경우 야근을 하게 된 나는 '일못'인가? 어떤 사람을 '일못'과 '일잘'로 구분하기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촘촘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고, 지극히 복잡한 시스템에 우리 스스로를 맡겨버렸기 때문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페이스북이나 구글에 오류가 발생하면 대한민국의 작은 단체 페이스북 관리자인 누군가는 '대략 난감' 상태가 되어 예정에 없던 야근을 해야 하는 세상이다. 반대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어떤 작은 일이 어느 나라에서는 큰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시스템, 세상 자체가 '일못'인지도 모를 일이고, 그런 세상에서 '일못'은 비정상이 아니라 정상일지도 모른다. _본문 123쪽 「쇼핑 사이트 헤매는 밤」 중에서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은 시점을 전환해주는 커뮤니티다. '일을 잘하는 것'이 능력이고 미덕인 세상에 '일 못하는 게 나쁜 건가요?'라는 질문 자체가 미쳤다는 소리 듣기 딱 알맞다. 우리가 떠든다고 하여 '일못'의 사회학이 주류 사회학으로 받아들여지고 진지하게 논의될 리도 없다. '지속 가능한 일못'을 연구하고 공유하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낄낄거리는 사람들을 향해 누군가는 "일도 못하는 게 무슨 자랑이라고……" 하고 악플을 달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내가 열심히 한 일이 결국 쓸모없는 취급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괜찮다. 다 괜찮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당신이 하지 않으려는 어떤 일을 '누군가'는 하고 있으며 세상은 그 익명의 누군가, 당신이 생각해보지 않은 잉여들에 의해 평균이 유지된다는 사실을. 우리 같은 '일못'이 많아진다고 한들, '멍때리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한들 대한민국이 무너지겠는가. _본문 107쪽 「쓸모와 잉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