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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25559988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16-09-30
책 소개
목차
1. 에덴동산으로 가는 길
2. 전투를 준비하는 몇 가지 방식
3. 행복의 조건
4. 괴로운 아담, 수상한 이브
5. 전설은 준비하기 나름
6. 미치거나 말거나
7. 우린 모두 외로운 싸움을 하지
8. 아담은 왜 방심하는 걸까?
9. 그래도 행진
10. 망가진 브레이크
11. 에덴동산엔 미치광이가 없다
12. 가슴 졸이는 아담
13. 어느 멋진 곳
작품 해설 | 낭만적 사랑과 결혼 제도의 아이러니 -박철화(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이브들을 생각할 때마다 숨이 막혀온다. 그녀들과 인연을 맺은 날부터 나의 인생에서 많은 것들이 떨어져 나갔다. 수컷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 돈, 친구들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거세된 아담이 된 것이다. 이브들은 아담 중심의 사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침팬지의 세계에서 찾을 일이라고 단언한다. 나의 아내인 3번 이브는 더 독종이다. 스스로 훌륭한 수컷이라는 자부심, 성취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집착하는 남자는 수준 이하로 치부한다.
난 3번 이브에게 주눅 들 때마다 나를 향한 나의 물음을 던진다. 내가 세속적 의미의 출세를 했더라면, 무시할까?
"그물을 볼 때마다 현실을 직시하곤 해. 나는 2번 이브가 던진 그물에 걸려들어 수많은 인생을 뜯겼어. 더 이상 그물에 갇혀 살 수는 없어."
난 한편으론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갑판에 쌓여 있는 그물을 보았을 때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브들의 환영이 머릿속에서 되살아난 탓인지도 모르겠다. 2번 아담이 어금니를 앙다물었다.
"난 결심했어. 그물을 다시 던져줄 거야."
"설마 종신 노역을 벗어날 생각은 아니지요? 만약 그런 거라면……."
나의 말에 그가 비장하게 눈알을 부라렸다.
"잘 들어. 만약 그녀들의 귀에 들어간다면, 독방이 아니라 사형선고를 받을 테니까 조심해야 해. 그래도 일단 시도는 해봐야지."
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진정, 어느 멋진 곳을 찾아 떠날 생각입니까?"
그렇다. 사랑이란 공갈빵과 같다. 독한 마음을 먹고 세게 깨물면 깨져버린다. 그 여파로 가족의 붕괴를 맛보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가볍게 물었다간 자칫 당하기에 십상이다. 한편으론 너무 세게 물면 가족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기도 한다. 모든 사랑이 다 그렇지만 말이다. 어쩌면 사랑은 공갈빵 물기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깊이 성찰해보면 사랑이란 서로의 공갈빵을 물고 있는 집합체와도 같다. 너무 아프게 물어서도 안 되고 또한 너무 가볍게 물어서도 안 된다. 사랑이란 단지 달콤함으로 포장되어 있을 뿐이다. 물고 있는 정도까지도 주의해야 하는 공갈빵처럼, 위태롭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