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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27802297
· 쪽수 : 176쪽
책 소개
목차
1부
空
우리가 한 바퀴 온전히 어두워지려면
푸른 호랑이
빈 병
녹슨 자전거와 해바라기와 나
수목장 숲에서
고고학적 아침
검은 구멍이 검다면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살구나무 장롱
유리의 지금
달밤
늪
病
神 5
虎患
2부
飛翔
울음 1
한 생각과 생각 사이
고양이들
시계방
설마…… 간다는 일
새우는 어떻게 새우가 될까
이글루
투겅가와 터헝하 사이
하룻밤
꿈
구룩구룩
푸른 호랑이의 시간
얼음의 찰나
전화
그렇지만!
타박타박
3부
칼
밤, 전철
나무, 사슴
사람아, 사람아,
안
나의 아들의 딸을 이름 짓는 일은
조개산
고생대
팜 스프링스에서, 울다
琉璃
유년
암, 암!
상견례
모서 춘인당 한약방
검은
근대
벚꽃들
모래들
4부
타인들
얼룩
누런 풀이
神 2
神 3
이시가와 신전에서
神들의 도매상
밤산, 밤 산
혜화동
죄
울음 2
먼지 아버지
오늘
사과
봄비
흰 구름 역 3번 출구
點心
해설
이녁의 시학· 황현산
저자소개
책속에서
푸른 호랑이
설렁탕과 곰탕 사이에는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
어떤 생의 무릎과 혓바닥 사이에는
어떤 생의 머리뼈와 어떤 생의 허벅지 살 사이에는
형언할 수 없이 슬픈 눈과 사나운 관능을 가진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
저 높은 굴뚝을 천천히 빠져나가는 푸른 연기와
사라지는 뼈
사라지는 살들 사이에는
낡은 의자에 앉아 곰탕을 먹는 노신사와
그 앞에서 설렁탕을 먹는 시든 달리아 같은 아내 사이에는
그것들의 배경인 더러운 유리창과
산발을 하고 흔들리는 수양버들 사이에는
날개를 빳빳이 펴고 태양 속으로 질주하는 새
반원을 그리며 느리게 불어가는 바람 사이에는, 그래!
미친 듯 포효하는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
아마도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어느 날, 나는 한 거대한 방에서 몇몇의 인간들이 보이지 않는 자신들의 호랑이를 중심으로 일정한 궤도 위를 돌고 있는 것을 보았으리라 그들은 영문 모를 일로 한없이 분주한 것 같았지만 자세히 보면 결국 그 일들은 보이지 않는 자신들의 호랑이를 확인시켜주는 일에 지나지 않았으리라 그 사실을 알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완벽한 갓난아이로 돌아갈 수 있었으리라
언제부턴가 나는 나의 호랑이가 짜놓았을 수세기의 시간표 속에서 같은 궤도 위를 정신없이 돌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나 다른 호랑이들처럼 나의 호랑이 역시 보이지 않았다 셀 수 없는 날들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그 누구도 자신들의 호랑이를 볼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이 거대한 방 안의 공기와 호랑이들의 빛깔이 같기 때문인 것 같았다
―「검은 구멍이 검다면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부분
새우는 어떻게 새우가 될까
한 떼의 여자들 새우 소금구이 집에서 새우를 굽네
등껍질이 시꺼멓고 미끌미끌한 새우들이
소금 화엄에서
수염을 오그라뜨리며
등을 휘며
몸 붉히고 있네
새우의 이녁이 새우의 저쪽이 되는 순간이
비릿하고 고소한 냄새를 풍기네
이쪽이 이쪽인지 모르고
저쪽이 저쪽인지 모르고
파도 속에서
휙휙 날다가
통통 튀다가
不知不識間, 소금의 불 위에 누운 시간이
생면부지의 목젖을 넘고 있네
不知不識間의 붉은 껍질이
양은 쟁반 위에 수북이 쌓이네
不知不識間!
새우의 來生이 된 여자들이
입술에 묻은 새우껍질을 털어내고 립스틱을 바르네
핑크빛 입술의 새우들이 왁자하니 몰려나간 자리
또 한 쌍의 남녀가
킥킥킥
새우가 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