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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현수간

삼현수간

(율곡 우계 구봉의 산촌 편지)

한국고전번역원, 장주식 (지은이)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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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현수간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삼현수간 (율곡 우계 구봉의 산촌 편지)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우리나라 옛글 > 산문
· ISBN : 9788928401659
· 쪽수 : 292쪽
· 출판일 : 2013-02-15

책 소개

율곡 이이, 우계 성혼, 구봉 송익필, 이 세 선비의 우정이 오롯하게 기록된 서간첩.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학문적 논변에 이르기까지 망라된 이 서간첩은 세 사람의 우정담이자 변란과 동서붕당으로 혼란스러웠던 16세기 조선의 작은 역사 기록이기도 하다.

목차

오랜 벗, 오래된 편지를 찾아 떠나다

충청도 당진, 숨은골
열여섯 소년의 성장통
참 스승을 찾아서
성인이 다시 나와도 내 말을 바꿀 수 없다
약사, 우계
벗과 함께 집을 짓고
음식으로 정을 나누다
자유로운 영혼, 율곡
시인, 구봉

바꾸고 고치려고 하였으나
벗과 함께 쓰는 글
하늘의 이치와 사람의 욕망
임금의 마음을 돌릴 수 있겠는가
나아갈 만하면 나아가기를
큰물 가운데에서 노를 잃었으니
벗들은 별처럼 흩어져
삶은 이어지고

저자소개

장주식 (지은이)    정보 더보기
남한강이 흐르는 강촌에 삽니다. 동화 『좀 웃기는 친구 두두』 『말마다 개뻥』 『조아미나 안돼미나』 『전학 간 윤주 전학 온 윤주』 『소가 돌아온다』, 소설 『순간들』 『제로』 『길안』 등 여러 이야기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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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번역원 (지은이)    정보 더보기
고전문헌을 수집·정리·번역함으로써 한국학 연구의 기반을 구축하고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 1965년 서울에서 교육부(당시 문교부) 산하 민족문화추진회로 설립되었으며 2007년 11월 한국고전번역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그동안 국고 문헌부터 개인 문집에 이르기까지 1300여 종의 번역서를 간행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등 중요 국가 기록을 번역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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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구봉이 책상 위의 종이를 들어서 사계에게 건넸다. 사계는 종이를 받으면서 물었다.
“무슨 책입니까?”
“우선 글을 보게.”
사계는 빠르게 글을 읽었다. 글을 읽는 사이, 사계는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귀한 작업을 하셨군요. 몇 편이나 됩니까?”
“아흔여덟 편인가? 그럴 걸세.”
“훌륭합니다. 잃어버리지 않고 어떻게 이 서찰들을 잘 모아 두셨습니다.”
“웬걸. 찢어진 것도 있고 잃어버린 것도 꽤 된다네.”
“그래도 이게 어딥니까. 거의 1백 편이나 되니. 저에겐 금이나 옥보다 귀한 자료가 되겠습니다.”
“어째서 그런가?”
“세 분 다 저의 스승이 아닙니까? 스승님들께서 마음으로 나눈 서찰을 이렇게 읽어 볼 수 있으니, 이보다 더한 기쁨이 있겠습니까? 책 이름은 지으셨습니까?”
“음, ‘현승편玄蠅編’이라고 할까 하네.”
“현승이라, 검은 끈으로 묶다, 뭐 그런 뜻인가요?”
“그렇지.”
“너무 단순하지 않습니까. 저 같으면 ‘삼사서찰三師書札’ ‘삼현수간三賢手簡’ 같은 이름으로 부르고 싶습니다.”
“그게 무슨 뜻인가?”
“‘세 분 스승님의 편지글’, ‘세 어진 이의 편지글’이란 뜻입니다.”
“그도 괜찮군.”
“어쨌든 감사합니다. 이 제자에게 매우 큰 선물을 남기셨습니다.”
●「충청도 당진, 숨은골」 중에서


“도산이라면?”
구봉이 물었고, 우계가 짐작이 간다는 듯 말했다.
“퇴계 선생을 뵈러 가겠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퇴계 선생께 꼭 여쭤 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우리에게 말해 줄 수 있나요?”
구봉이 물었는데, 율곡은 선뜻 답이 없었다. 그러자 우계가 재촉했다.
“궁금합니다. 말을 꺼냈으면 마무리를 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 그러지요. 저는 퇴계 선생의 고매한 학문 세계에 늘 경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의 이기론理氣論에는 의문이 있습니다. 이와 기가 따로 존재한다는 말씀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제가 이해 못 하고 있거나 잘못 생각한 것이 있는지 여쭤 보고 싶습니다.”
“아, 그렇군요. 저도 그 부분에는 퇴계 선생의 말씀에 빈 곳이 있다고 늘 생각했습니다.”
구봉이었다. 율곡이 구봉의 얼굴에 눈을 고정시키고 한참 바라보았다. 구봉도 율곡의 눈길을 마주 받았다. 무언 속에 두 사람의 마음이 오가고 있었다. 구봉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언제쯤 가는지요?”
“다음 달 초에 가렵니다.”
“저도 같이 갈 수 있을까요?”
“길동무가 있으면 더욱 좋지요.”
율곡이 반색을 했고, 잠자코 있던 우계도 같이 가겠다고 나섰다. 의기투합한 세 친구는 함께 도산에 가기로 굳게 약속을 했다.
●「참 스승을 찾아서」 중에서


저는 요즘 오슬오슬 춥고 떨리는가 하면 더운 듯이 땀이 나기를 거듭하며 몸이 점점 쇠약해졌습니다. 어제는 땀을 비 오듯 흘려 옷이 다 젖었습니다. 머리를 겨우 드는 것도 고마워해야 할 정도입니다. 형이 저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믐날에는 이가 아파 낮밤으로 크게 앓았습니다.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운과 호흡이 거의 끊어질 정도였습니다. 병든 사람의 남아 있는 힘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날마다 고생하는 것이 이와 같으니 차라리 죽어서 편하게 되는 것이 낫습니다.

저는 따뜻한 날씨에도 정신과 기운을 차리지 못해 몽롱한 상태로 피곤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자꾸 힘이 빠져 몸을 지탱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갓 마흔 살을 넘긴 나이에 이런 말을 편지마다 빠뜨리지 않고 할 정도였으니, 우계의 건강 상태가 짐작이 된다. 편지에서 우계의 호소를 듣다 보면, 온몸이 다 아픈 사람이 떠오른다. 그런데 우계는 예순세 살까지 살았다. 반면 율곡은 쉰도 넘기지 못하고 삶을 마감한다. 잔병치레를 하는 사람이 오래 산다는 말은 진리인 듯하다. 물론 우계는 골골하면서도 얼른 죽지 않는 자신의 신세를 늘 한탄했다. 그러나 몸은 아팠지만 영혼만은 맑고 주위 사람에게 한없이 다정했다.
●「약사, 우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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