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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우리나라 옛글 > 시가
· ISBN : 9788928404148
· 쪽수 : 182쪽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4
제1장 봄
새해를 맞이하며 12
내 바보 사려 16
다리밟기 20
봄날 시냇가에서 24
봄비 소리 들으며 28
비 갠 아침 32
봄을 찾아 36
봄날 풍경 40
꽃 피는 좋은 시절 흥취는 도도해라 44
술을 벗하며 태평 시절 노래하네 48
소 타는 즐거움 52
매화를 전별하다 56
볼락어 60
내 눈에 걸린 초승달 64
제2장 여름
선녀의 얼굴 70
한가로이 지내며 74
스스로에게 달렸을 뿐 78
초당에서 보내는 하루 82
패랭이꽃 86
비가 와야 할 텐데 90
더위를 피해 94
세검정 98
시원한 샘물 102
전원으로 돌아가리 106
백마강의 안개 110
산사에서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 114
제3장 가을
칠석 120
무지개 124
가을바람 빗소리에 잠 못 이루고 128
서울에서 추석을 맞아 132
변화의 물결 앞에서 136
달구경하는데 모기쯤이야 140
제4장 겨울
첫눈 146
동짓날에 150
한겨울에도 푸르른 소나무 154
눈 내리는 새벽에 우연히 읊다 158
산사의 눈 오는 밤 162
눈 속에 핀 동백꽃 166
초가집 스승의 흥취 170
울지 않는 닭을 잡다 174
도판 자료 제공처 178
저자 소개 180
저자소개
책속에서
1장 봄
버들 옆 시내 찾아 모래 위에 앉았더니 傍柳尋溪坐白沙
아이들은 새 옷 입고 따라와 뛰어노네 小童新試從婆娑
누가 알랴 얼굴 가득 불어오는 봄바람에 誰知滿面東風裏
천만 가지 꽃들이 수놓은 듯 피어날 줄 繡出千芳與萬葩
이황(李滉), 1501~1570, 「봄날 시냇가에서(春日溪上)」, 『퇴계집(退溪集)』
☞ 매서운 북풍한설이 앙상한 가지에 몰아쳐 마음까지 얼어붙는 때에 온 세상에 울긋불긋한 꽃이 만발하리라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혹독한 시련을 겪을 때마다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날이 다시 돌아온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 「봄날 시냇가에서」 중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또 한 걸음 걷다 보니 一步二步三步立
푸른 산 흰 바위 사이사이 꽃이로다 山靑石白間間花
화가 불러 이 경치 그리게 한다면 若使畫工摸此景
저 숲속의 새소리는 어찌 하려나 其於林下鳥聲何
김병연(金炳淵), 1807~1863, 「풍경을 감상하다(賞景)」, 『김립시집(金笠詩集)』
☞ 어느 봄날 뚜벅뚜벅 천천히 산에 오르는데, 따뜻한 기운을 받고 돋아나는 나무의 새순은 초록빛을 토해내고 화사한 햇살에 비치는 바위들은 유난히 하얗게 빛나고 있으며, 꽃망울은 하나 둘씩 터져 겨우내 간직했던 자신만의 색채를 내보이고 있다. 한 폭의 산수화를 걸어 놓은 듯하다. 멋진 그림으로 이 경치를 간직하고 싶지만 솜씨 좋은 화공도 수풀 사이에서 경쾌하게 지저귀는 새소리는 담지 못할 듯하다.……
- 「봄날 풍경」 중에서
2장 여름
봄부터 시작된 가뭄 여름까지 이어지니 自春無雨夏相仍
기승부리는 가뭄 귀신 네가 참 밉구나 女魃憑凌爾可憎
천지는 화로가 되어 불처럼 이글거리고 天地爲爐烘似火
들판엔 초목이 말라 중머리처럼 민둥하네 田原無髮禿如僧
메뚜기 떼가 극성이라 걱정스러운데 螽蝗得勢能爲患
도마뱀도 신통치 않아 의지할 수가 없네 蜥蜴疎才不足憑
어찌하면 두 손으로 은하수를 끌어다가 安得銀潢雙手挽
세상천지 찌는 더위 시원하게 씻어 줄까 人間萬里洗炎蒸
서거정(徐居正), 1420~1488, 「비가 안 와 걱정이네(悶雨)」, 『사가집(四佳集)』
☞ 이렇게 어린아이들이 주문을 외자 큰 비바람이 몰아쳤다고 한다. 도마뱀은 용과 닮았기 때문에 기운이 통할 것이라고 보아 용 대신 도마뱀을 쓴 것이라고 한다. 도마뱀을 써서 기우제를 지내는 풍습은 우리나라에도 들어왔다.……
- 「비가 와야 할 텐데」 중에서
붉은 해 중천이라 새들도 울지 않고 赤日中天鳥不鳴
산사람 말을 타고 천천히 지나는데 山人騎馬作閒行
골짜기 산속 길로 어느덧 접어드니 翛然去入連山路
반갑게 솔바람에 물소리 들려오네 喜得松風澗水聲
정래교(鄭來僑), 1681~1759, 「수운정에서 더위를 피하다(水雲亭避暑)」, 『완암집(浣巖集)』
☞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자리를 옮겨야 하겠지만, 무더위 속에 빨리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최대한 느릿느릿 길을 가지만 아직도 덥다. 걷다 보니 어느덧 깊은 산중에 들어서 있다. 무언가 느낌이 다르다. 숲속에선 솔 내음 가득 실은 솔바람이 불어오고, 길 옆 계곡에선 물소리가 들려온다.……
- 「더위를 피해」 중에서
3장 가을
가을바람에 괴로이 읊나니 秋風惟苦吟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이 적구나 擧世少知音
창 밖에는 삼경에 비가 내리고 窓外三更雨
등불 앞에는 만고의 마음이로다 燈前萬古心
최치원(崔致遠), 857~?, 「가을 밤 빗속에서(秋夜雨中)」, 『고운집(孤雲集)』
☞ 언제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을까? 저녁부터 등불 아래 앉아 회상에 잠기느라 비가 온 줄도 몰랐다. 그러고 보니 통행금지 알리는 종소리를 들은 지도 한참 지나 어느새 삼경(三更 밤11시~새벽1시)에 접어들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 모두 잠이 든 이 시간에 깨어 있는 나의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 빗소리를 들으며 앉아 있다 보니 태곳적 사람들의 순수했던 마음처럼 내 마음이 맑아짐을 느낀다.……
- 「가을바람 빗소리에 잠 못 이루고」 중에서
서울에서 나그네 신세 되고서는 自作漢陽客
일 년 내내 집안 소식 드물었네 一年家信稀
한 점 구름은 가을빛을 머금고서 孤雲有秋色
홀로 먼 산 고향으로 돌아가네 獨向遠山歸
신광수(申光洙), 1712~1775, 「한양에서 추석을 맞이하다(漢陽秋夕)」, 『석북집(石北集)』
☞ 민족의 대명절이라는 추석에는 언제나 어김없이 ‘귀성 대란’, ‘기차표 예매 전쟁’, ‘교통 체증’, ‘선물 고민’, ‘명절 증후군’ 등의 단어들이 오르내린다. 사람들은 즐거워야 할 명절에 이런 이유들로 힘겨워한다. 그러나 이런 힘겨운 행렬에 함께하지 못하여 더욱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도 있다. 이 시는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 「서울에서 추석을 맞아」 중에서
4장 겨울
아이들 첫눈 온다 알려 와 兒童報初雪
늙은이를 놀래키누나 却使老夫驚
한 해가 저무는 줄 알겠으니 歲律知將暮
여생은 얼마나 남았는가 餘生問幾齡
청춘 시절 옛 친구 이제 없는데 靑春無舊伴
머리엔 백발이 새로 자라네 白髮有新莖
문득 앞날의 일 생각해 보니 忽憶前頭事
이제부턴 죽음도 편안하리라 從今歿亦寧
유집(柳楫), 1585~1651, 「첫눈(初雪)」, 『백석유고(白石遺稿)』
☞ 허나 시인이 정작 하고픈 말은 마지막 구절에 표현되어 있다. 청춘의 벗도 사라지고 나의 남은 인생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봄·여름·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듯이 지금 노년의 모습도 자연스럽고 앞으로 있을 또 하나의 일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자연스러운 일을 맞이하는 데 불편할 것이 뭐 있겠는가? 그저 편안히 기다리면 그뿐인 것을……
- 「첫눈」 중에서
얇은 이불 썰렁하고 불등도 캄캄한데 紙被生寒佛燈暗
어린 중은 밤새도록 종도 치지 않는구나 沙彌一夜不鳴鍾
묵어 가는 손이 일찍 문 연다고 성내겠지만 應嗔宿客開門早
암자 앞 눈 쌓인 소나무를 보아야 하겠네 要看庵前雪壓松
이제현(李齊賢), 1287~1367, 「산사의 눈 오는 밤(山中雪夜)」, 『익재난고(益齋亂藁)』
☞ 시인은 아무 말이 없지만 독자의 눈앞에는 벌써 산사의 설경이 펼쳐진다. 방문을 열자마자 달빛보다 더 환한 눈빛에 눈이 부시고 새벽의 매서운 바람은 코끝을 스치며, 밤새 내린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지는 가지의 파열음이 귀를 때린다. 여기는 희로애락의 어떤 감정도 스며들지 못하는 순백의 세계이다. 생가지가 부러지는 처절한 아픔도 무채색의 눈 속에 묻히면서 무디게 느껴진다. 그에 따라 애증도 무뎌진다……
- 「산사의 눈 오는 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