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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16276
· 쪽수 : 140쪽
책 소개
목차
- 시인의 말
꿈속의 생시
설국
물고기 이야기
세상에 없는 책
물의 유목
사라지는 햇살처럼
초가을 장날
부처산
나의 처음
사월의 광시
환기구
기둥
눈길
진공관 앰프를 틀었네
눈바다
지구에서 사라진 생물
감춰진 시간
억새
신허
아, 티벳
풀등
오래된 숲
습성
벤치에 졸던 바람
기억의 그물 밖
바람벽
금도지
옆으로 누운 나무
수암도
사막의 모텔
바다 속의 나무
빗속의 새
북쪽의 끝
부석사 붉은 자두
변신
광장
은하계 NGC4261
들리지 않는 연주
이장
생은 슬쩍 피고 지고
세발자전거
솔개에 대하여
선운사 찻잔
유리 유리
먼 훗날
은행 따는 오후
상춘 휴게소
마른 들꽃 향기
돌 속에 내리는 비
새벽 네 시의 필사
유민
서른다섯번째 경야
슬픈 득도
소요유
배경
북벽 연대기
신사
중원을 떠도는 유랑혼
바람의 사계
- 해설 : 적멸과 불멸 / 박주택
저자소개
책속에서
눈길
그밤 눈이 내렸고
어둠 속에서도 눈은 길을 만들어 행인을 홀렸다
바람조차 공중으로부터 뿌리내리는 설벽을 무너뜨리진 못했다
무엇이 눈을 내리게 하는가
그밤 길을 잘못 들어 문득 들판에 서성이는 미아들이
며칠 동안 붉게 떠 있던 미친 달덩이 서너 개가
기억에서 사라진 어린 날 눈길에 홀려 헤매던 내가
눈이 내리는 동안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사이
설목은 서둘러 꽃을 피웠고
열 번도 넘게 꽃을 피워 스스로를 고사시키고
숲 속에서 어떤 짐승은 재빠르게 짝짓기를 해대어 설국의 종족을 번식한다
그밤 눈에 갇혔거나
눈으로 활짝 피어난 시대에 잠시 살았던 몽유의 기록이 말끔히 녹아버리면
그것으로 돌아올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눈치채야 한다
흐린 날 어디선가 들려오는 비명과 소곤거림과
흐느낌과 낄낄거리는 소리
그러므로 나는 어디서 걸어 나왔는가
무엇이 또 눈을 내리게 하는가
이 설국에서 나는 추억이다
하염없이 이어진 눈길 위로 붉은 달은 미친 듯이 궤도를 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