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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32020174
· 쪽수 : 551쪽
책 소개
목차
창려문초 인
권1
권2
권3
권4
권5
권6
권7
권8
권9
리뷰
책속에서
큰 바닷가 큰 강 언덕에 웬만한 어류들은 견줄 바 못 되는 어마어마한 괴물이 하나 있습니다. 그 괴물이 일단 물을 만났다 하면 변화무쌍하게 비바람을 일으키고 하늘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일도 어렵지 않으나, 물을 만나지 못하면 그저 몇 자 몇 마디 되는 곳 안에서만 움직일 뿐이지요. 높은 산이나 큰 언덕, 광활한 길이나 험한 절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도 아닌데, 곤궁하게도 메마른 곳에 처박힌 채 스스로 물을 구해 올 재간 없어, 저 수달들의 비웃음을 받아온 지 여덟아홉 해가 되어갑니다. 힘 있는 자라면 그 곤궁함을 불쌍히 여겨 다른 데로 옮겨주는 것도 손 한 번 들고 다리 한 번 움직이는 수고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괴물은 남들과 다르다고 자부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비록 진흙탕에서 썩어 죽어간다 하더라도 내 차라리 즐거워하리라! 그러나 머리 숙이고 귀를 착 붙인 채 꼬리를 흔들어가면서 가련함을 구걸하는 것은 나의 뜻이 아니다!”
이 때문에 힘 있는 자가 이 괴물과 맞닥뜨린들 한참을 쳐다보아도 아무것도 못 본 것이나 다름없어, 이 괴물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지 못할 게 뻔합니다. 또 힘 있는 자가 이 괴물 앞에 나타났기에 고개 들어 소리 한번 질러본들 힘 있는 자가 괴물의 곤궁함을 불쌍히 여겨주지 않아, 끝내 손 한 번 들고 다리 한 번 움직여 그를 맑은 물가로 옮겨주는 것을 잊어버리지나 않을지 또 어찌 알겠습니까?
불쌍히 여겨주는 것도 운명이요, 불쌍히 여겨주지 않는 것도 운명입니다. 이 모든 게 운명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리 한번 질러보는 것, 이 또한 운명입니다. 지금 제 처지가 이와 비슷하기에, 거칠고 우매함을 범하는 죄조차 잊고서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합하께서는 가련히 여겨 살펴주십시오.
_「과목(科目)에 응하면서 누군가에게 주는 편지」 부분
만물은 평정을 얻지 못하면 소리 내 운다. 초목은 본디 소리가 없으나 바람이 흔들면 소리 내 울고, 물은 본디 소리가 없으나 바람이 치면 소리 내 운다. 솟구치는 것은 무언가가 그것을 쳤기 때문이고, 내달리는 것은 무언가가 그것을 막았기 때문이며, 끓어오르는 것은 무언가가 그것에 불질을 했기 때문이다. 금석(金石)은 본디 소리가 없지만 두들기면 소리 내 운다. 사람이 말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도무지 어쩔 수가 없어서 말을 하는 것이니, 노래를 하는 것은 생각이 있어서고, 우는 것은 가슴에 품은 바가 있어서다. 입에서 나와 소리가 되는 것들은 모두 평정치 못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_「맹동야(孟東野)를 보내는 글」 부분
만물은 평정을 얻지 못하면 소리 내 운다. 초목은 본디 소리가 없으나 바람이 흔들면 소리 내 울고, 물은 본디 소리가 없으나 바람이 치면 소리 내 운다. 솟구치는 것은 무언가가 그것을 쳤기 때문이고, 내달리는 것은 무언가가 그것을 막았기 때문이며, 끓어오르는 것은 무언가가 그것에 불질을 했기 때문이다. 금석(金石)은 본디 소리가 없지만 두들기면 소리 내 운다. 사람이 말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도무지 어쩔 수가 없어서 말을 하는 것이니, 노래를 하는 것은 생각이 있어서고, 우는 것은 가슴에 품은 바가 있어서다. 입에서 나와 소리가 되는 것들은 모두 평정치 못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_「맹동야(孟東野)를 보내는 글」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