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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21850
· 쪽수 : 260쪽
책 소개
목차
토끼의 묘 - 2009. 3월 (2009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저녁의 구애 - 2009. 겨울 (2010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작/ 2010 황순원문학상 최종후보작)
동일한 점심 - 2008. 겨울 (2009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관광버스를 타실래요? - 2008. 가을
산책 - 2008. 봄
정글짐 - 2009. 봄
크림색 소파의 방 - 2009. 봄
통조림 공장 - 2009. 여름 (2010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 2010 이상문학상 우수작)
해설 - 동일성의 지옥에서_김형중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인공이란 걸 의식할 수 없었으므로 그에게는 자연이나 다름없었다. 매연이 섞인 공기,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진 수종이 같은 가로수, 빌딩 숲 사이로 올려다보는 하늘 따위가 그가 자라면서 경험한 자연의 대부분이었다. 푸른 하늘과 청명한 공기, 광활하고 너른 평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따위는 애당초 그의 삶과 관계없는 것이었다. 그는 이제껏 검은 하수가 흐르는 단단한 아스팔트, 밤이면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흥건한 건물의 도시 골목, 매연을 뿜으며 날쌔게 달리는 택시의 불빛 같은 것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는 무겁게 침묵하고 차가운 공기를 내뿜고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나무로 가득 찬 숲과 그 숲을 품은 소도시가 싫어졌다. 모든 길을 감추는 숲에 비하면 한눈에 모든 길이 훤하게 들어오는 도시는 그야말로 천국에 가까웠다. _「산책」
일은 간단했다. 그가 있던 도시에서 온 문서를 정리하고 그 도시와 관련된 정보를 검색하여 간결한 형태의 서식으로 만들어 담당자에게 넘겨주면 되었다. 서식을 작성할 때면 그는 자신이 교무실에 남아 반성문을 쓰는 학생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매일 반복하는, 자료를 검색하는 일이나 서식을 작성하는 일은 진심이 담기지 않은 똑같은 말을 종이 가득 적으면서 사과를 하는 기분이었다. _「토끼의 묘」
끈에 묶인 두 사람은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1년 동안 친구들이 중재하지 않으면 손 쓸 수 없는 적대적인 사이로 전락해버렸다. 그들이 끈에 묶여 나누는 대화라고는 끈을 끊어버리고 싶다거나 평생 서로를 저주하겠다는 악담이었다. 그는 책을 덮었다. 결국 타인과의 완벽한 친밀감이란 동경에 불과하며 인간이란 타인과 최소한 2미터 이상의 거리를 가져야만 하는 존재인지도 몰랐다. 그는 복사실의 카운터와 쉴 새 없이 학생이나 강사 들이 지나다니는 복도까지의 거리가 대략 2미터쯤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는 언제든 누구에게든 그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왔다. 그 거리는 복사실을 찾는 사람들과 그 사이에 놓인 카운터의 가로 길이와도 같았다. 누구도 카운터 너머로는 들어오지 않았다. _「동일한 점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