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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24103
· 쪽수 : 495쪽
책 소개
목차
주요 등장인물
서막
1막
2막
3막
에필로그
발문 원죄-공포정치, 낯설게 하기_장정일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리가 그토록 청원서를 넣었건만, 이 망할 놈의 혁명정부에서는 우리의 요구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도 않고 결국 식료품의 최고 가격 고정제를 철폐해버렸어. 또 한 번 내려앉을 기근의 재앙으로 이제 파리의 지붕 밑이 온통 시름에 잠기리라는 건 되새겨봐야 마음만 아플 뿐 부질없는 일이지. 공화국이 생겨난 지도 어언 3년째지만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세상의 몫은 여전히 공평하기도 하구나. 한쪽이 배 불리 먹고 잘 차려입을수록 다른 한쪽에서는 헐벗고 굶주려야 하니……
어째서 공포정치의 엄중한 비수는 특정 대상만을 겨눠 무자비하게 엄단할 뿐 정작 사유재산의 침해와 약취 같은 반사회적 망동에 대해서는 이토록 관대할 수 있단 말입니까? 이것은 공화국을 온갖 불법과 탈선의 아수라장으로 망쳐놓고 있는 무정부주의적 난맥상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는 독재와 무정부주의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셈입니다, 여러분.
로베스피에르가 우리 부르주아들의 명백한 적이라는 사실. 그런데 부르주아의 적은 곧바로 이 공화정의 적일 수밖에 없소. 왜냐하면 공화정은 왕정과 귀족들의 전횡에 시달려온 부르주아들이 그 압제에서 벗어나 거둔 역사의 과실(果實)이기 때문이오. 그런데 지금 그 과실을 찬탈하려는 무리들이 공포정치와 혁명정부의 명분 밑에 숨어 포악한 준동을 서슴지 않고 있소. 이제는 우리가 나서서 이 준동을 엄히 다스려 잘못 흘러갈 수도 있을 역사의 물굽이를 바로잡아야 할 때요. 역사를 구체제로 퇴행시키려는 왕당파들과 마찬가지로 부르주아들의 손아귀에서 감히 그 과실을 찬탈하려는 작금의 무리들 또한 우리가 이 공화정 수호를 위해 극력 타도해야 할 불순 세력들에 지나지 않소. 방금 전 경제 정책의 기조에 대한 동지들의 입장이 저마다 다를 수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런 명제는 어떻소? 부르주아의 적은 곧바로 공화정의 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