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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24493
· 쪽수 : 368쪽
책 소개
목차
두 여자 이야기
여름의 맛
알파의 시간
오후, 가로지르다
카레 온 더 보더
제비꽃, 제비꽃이여
돼지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여름의 수사
1968년의 만우절
순천엔 왜 간 걸까, 그녀는
해설: 이 실패를 어떻게 풀까 - 양윤의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김은 추억의 음식으로 백 명이 짜장면을 꼽는다 해도 그 이유가 백 가지로 다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짜장면에 관한 추억은 지극히 사소하고 개인적인 기쁨일 테니까. 맛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깨달은 게 있다면 맛은 맛이기 이전에 한 개인의 추억이라는 사실이었다. 김은 끝내 공개할 수 없다는 요리집 주방장의 비법을 캐묻지 않았다. 알고 보니 비밀은 바로 조미료였습니다, 식의 조롱이 아니었다. 레시피보다 음식에 깃든 한 개인의 추억을 재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나는 풍경을 응시했다. 이제 간판의 계집아이가 나든 아니 든 상관없었다. 세잔의 생트 빅투아르 산이 세잔을 보듯 나의 간판이 나를 보고 있었다. 한 시인은 자신의 산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잔이 그 풍경을 받아들일 눈을 가지는 데에는 그때까지의 유럽 미술사의 모든 시간 플러스 알파가 필요했다고. 그 알파란 세잔이 시대보다도 앞질러 달렸던 바로 그만큼의 시간이 아니겠느냐고.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간판을 볼 수 있기까지 나에게도 나만의 알파의 시간이 흘러갔다는 생각이 든다.
김은 곧 이곳을 떠나 다른 연구소로 옮기게 될 것이다. 함박스테이크가 햄버그스테이그가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는 모든 단어들을 순화시키느라 남은 생을 바칠 것이다. 그녀가 가끔 혼자 중얼거리고 숨통을 틔우는 그 단어들을 하나하나 다 바꾸려 들 것이다. 식모가 가정부로 차장이 안내양으로 바뀌는 순간 덩달아 사라졌던 것들이 떠올랐다. 누군가 말했다. 한 개인의 사회적 자아는 그 개인의 언어에 깊은 자국을 낸다고. 똑똑한 김이 모를 리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