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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질 수밖에 없는

레슬링 질 수밖에 없는

채호기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2014-02-25
  |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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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질 수밖에 없는

책 정보

· 제목 : 레슬링 질 수밖에 없는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25339
· 쪽수 : 158쪽

책 소개

'문학과지성 시인선' 443권. '몸'의 시인이자 '수련'의 시인, 채호기 시집. 채호기는 마치 한 명의 간절한 구도자처럼 침묵 속에서 정진한다. 이 세계에 자신과 언어만이 존재한다는 듯이, 그 외의 것은 그저 흘러 지나가는 세속의 환영에 불과하다는 듯이.

목차

시인의 말

피부가 찢어져 노출되는 글자
창문/눈꺼풀/한밤의 침입/질 수밖에 없는 레슬링/중얼거림/항구의 목소리/팽창/눈은 생각한다/휴식/타임머신/모자/고통의 또 다른 여정/어서, 어서 해야만 하는데/trumpeter/사막을 걷는다/울 엄마/이별할 수 없는 단어/세상보다 어미가 필요했던/개머리초원/나무/외로운 여우/나비/글자들이 깨무는 너의 살/만년필/의자/잉크병/손가락/다도해/돌/손가락/파르르 떠는 언어들/음악/어떤 페이지/햇, 빛-볕/?/화가와 모델과 그/유리-글자/신경의 통로/물-가시들/검은 물의 운동/검은 돌/애무의 행로/종이에

종이에 박힌 침묵
얼음

해설 | 물질적 언어와 신비 - 박상수 137

저자소개

채호기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88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지독한 사랑』 『슬픈 게이』 『밤의 공중전화』 『수련』 『손가락이 뜨겁다』 『레슬링 질 수밖에 없는』 『검은 사슴은 이렇게 말했을 거다』 『줄무늬 비닐커튼』, 산문 『주고, 받다』(공저)가 있다. 김수영문학상, 현대시작품상을 수상했다.
펼치기

책속에서

모자라는 단어가 있다.
단어에서 그녀가, 물컹, 생겼다.
모자 쓴 그녀가 저기 산길을 간다.
책 속에 모자가 그녀를 가리킨다.
따라잡을 수 없다. 그녀가 앞서 간다.
발밑에 뾰족한 돌이 발바닥을 지그시 누른다.
그녀의 허리 밑 허벅지 위에 두 개의 돌
지금 그녀를 보고 있는 이 시간처럼 단단하다.
돌이란 단어를 들추면 그녀가 도둑게처럼 달아난다.
돌을 밟으면 몸속에 그녀의 말이 울려
터질 듯 팽팽해지며 그득해진다.
그녀의 목소리, 녹색의 새로 피어나는 잎
그늘 밑을 걸어간다. 그녀의 그늘에 젖어
처음 생긴 그녀를 알고 싶다.
가쁜 호흡이 그녀에게 말한다.
말없이 땀이 솟고 손안에 잡혀 두근거리는
새처럼 심장이 그녀의 등에 닿는다.
돌아본다. 보라색 엉겅퀴꽃이
회녹색 줄기 위에서 차분하다.
그녀가 말한다. 공동묘지 사이
한 무리 금잔화 위로 바람이 지나간다.
가볍게 손을 흔드는 노란색들
노랑이란 단어가 동공을 물들인다.
노란 현기증이 몸에서 빠져나와
산 위를 활공한다.
공기를 저어 나아가는 노란 해
그녀의 금빛 얼굴이 물 위에 뜨고
앞서가는 그녀의 뒷모습 위에
재빠르게 노을의 커튼이 떨어진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열매를
부리에 머금어본다.
돌이 그녀를 누르고 있다.
흘러가는 그 문장 위에서.

-「모자」 전문


[뒤표지글]

시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시간적·사회적 상황 속에서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과 시 안에서 언어로 살아가는 것, 두 가지다. 시인은 이 두 가지 삶을 사는 것이다. ‘시는 현실적 삶과 밀착되어 있다’라고 말할 때, 그 의미는 이 두 개의 삶이 가장 가까이 붙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시인은 현실을 소재로 하여 무엇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현실의 어떤 것을 언어로 번역하거나, 압축하거나, 형태 없는 혼돈이나 복잡함을 눈에 보이게 잘 정리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시인은 언어를 사는 것이다.
그런데 삶은 두 개일 수 없다. ‘우리 모두는 태어나서 한 번 산다’는 문장은, 우리 앞에 펼쳐진 수많은 가능성들 중에서 단 하나만을 살아야 한다는 무서운 현실을 말해준다. 우리는 매순간 막다른 골목에 몰리는 절박한 선택 속에서 출구 없는 삶을 살아간다. 산다는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함 속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한 발을 내딛는 것이다. 언어를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단어들 중에서 단 하나로 살아야 하니까. 시는 삶 앞의 거울이 아니다. 시인에게는 진짜도 허상도 없다.
그렇다면 두 개의 삶을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의 같은 삶을 두 개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나의 발을 동시에 두 곳에 내딛는 것이다. 시인에게 언어와 현실은 나눌 수 있는 것도, 다른 세계도 아니다. 시인은 현실을 사는 동시에 언어를 산다. 그런 뜻에서 시인은 단 하나의 삶 속에서 동시에 다른 두 개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물론 그것은 시인만이 할 수 있는 특권적 일은 아니다.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으려는 것을 시인이 할 뿐). 신체의 열, 언어의 열, 어떤 열기가 한 발 내딛으며 나를 지우고 무엇이 되어 또 한 발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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