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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28644
· 쪽수 : 255쪽
책 소개
목차
01
02
03
04
05
06
07
08
해설 텍스트 소셜리즘, 모든 이름들을 위한 바다 - 유운성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커피 맛있어요.”
역시나 아무 말이 없고 괜한 말들 그저 그런 말들 하나 마나 한 말들 입에 발린 말들 시시한 말들을 안 할 수 없을까 생각하지만 글쎄. 커피가 맛이 있었다는 말이 그 정도로 괜한 말은 아니지만 우경은 정말로 맛이 있었으나 그저 괜한 말로 들리게 말을 했으니 결국에는 하나 마나 한 말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 말을 안 하고 살 수는 없겠지 우경에게는 긴장감이라는 것이 섬세함이라는 것이 좀 부족했고 그런 것에 훈련이 덜 된 사람이었고 그러니까 병준과 그런 식으로 함께 살았던 것일까. 어쨌거나 우경은 지금에서야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하나 마나 한 말들과 낭비되는 말들로부터 무언가를 지키고 싶다면 말이 되지 않는 말 이상한 주제와 결말 없는 말과 어젯밤 꿈 이야기 같은 것을 마구 말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말이다. 입을 다물고 싶지만 입을 다물 수 없다면 아무 말이나 해버리는 것이 더 좋다고 우경은 생각했다. 어딘가에 윤기를 내기 위해 하는 말들로부터 보호받고 싶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런 말들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대체. 나 자신, 나의 마음과 기분 그런 것인가. 아니 아니 우경은 스스로의 기분을 보호하고 싶은 것이 아니고 오히려 자신의 기분을 위험한 곳에 내던지고 싶은 마음이었고 무언가를 잃고 싶지 않다면 그것은 이상한 말 그 자체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상한 말을 마구 함으로써 이상한 말을 보호하고 싶었다. 그저 그런 말 하나 마나 한 말 당신에게 사회적인 인간으로 보이기 위해 하는 말 모든 제스처와 같은 말로부터 말이다.
우경은 마치 백지에 선을 긋고 또 긋고 부산의 어떤 골목들을 헤매고 또 헤매면 어딘가에서 병준의 선과 만날 것이라고 어떤 부산에서 우리는 만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나. 병준, 우리는 이 부산에서 나와 이 길을 천천히 걸어가야 해. 너는 지금 부산을 헤매고 있는 거야 내가 너를 찾으려 세계의 많은 부산을 헤맸는데 너는 어느 부산에서도 보이지 않았고 나는 점점 어떤 부산이 남아 있나 얼마의 힘이 내게 남아 있나 걱정이 되었는데 바로 이 부산에서 너는 서 있었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 나는. 그것은 병준을 구하는 것인가 구하는 것이라면 하는 것인가. 우경은 다시 몇 번을 곱씹었던 질문을 던진다 병준을 구하고 싶은가, 병준을 살리고 싶은지, 병준이 살았으면 하는지 그것은 또한 아주 간절한 바람인지 하는 것들. 그제야 우경은 병준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바라는 자신이 느껴졌는데 그렇다면 병준이 사는 곳이 어디일지 어딘가의 부산에서 병준이 잘 지내고 있는 것이라면 그대로 좋은지, 병준이 중환자실을 나와 서서히 건강이 나아지는 것을 바라는 것인지 며칠 병원에 가지 않아 자신이 어떤 판단 기준이나 균형 감각 같은 것이 사라진 것인지 스스로도 혼란스러워 우경은 잠시 멍하게 앉아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둘 중 무엇에 가까운가. 아니 어느 하나가 없는 또 다른 하나는 가능한가. 그리고 그것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