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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28675
· 쪽수 : 320쪽
책 소개
목차
장/
눈먼 부엉이
뉴욕에서 온 사나이
창백한 말
미래의 책
우리들/
주말
건축이냐 혁명이냐
나는 카페 웨이터처럼 산다
여행자들의 지침서
만나는 곳은 변하지 않는다
작품에 대하여_일기/기록/스크립트 _ 정지돈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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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1980년대 초반 한국에서도 사데크의 책이 나왔습니다.
그게 바로 에리크가 찾는 장의 책 『눈먼 부엉이』였다. 백 부 한정으로 나온 책은 페르시아어와 한국어 대역본으로 가죽 양장에 금과 은으로 테두리를 장식하고 비단으로 수를 놓으려 했으나 당시 출판업자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냥 문고본으로 나왔다고 한다. 그럼에도 한국판 『눈먼 부엉이』는 1982년 라이프치히 국제도서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열한 권의 책에 선정되었는데, 그 이유는 “혁신적인 그리드와 투명한 아름다움이 빛나는 표지” 때문이었다. 에리크는 세계를 떠돌며 사데크의 판본 대부분을 모았다고 했다.
「눈먼 부엉이」
레이날도는 뉴욕에 자리를 마련했다. 뉴욕은 환상적이었다. 높은 빌딩과 고풍스럽고 세련된 극장, 아름다운 남자와 우아한 여자들. 겨울이 되면 눈이 왔고, 가을에는 낙엽이 졌으며, 여름에는 해변으로 갔고, 봄에는 바람이 불었다. 눈. 레이날도는 특히 눈이 좋다고 했다. 쿠바 사람들에게 눈은 여신 같은 존재야. 음악이고 꿈이고 섹스지. 레이날도가 말했다. 나는 레이날도에게 뉴욕에서는 행복했던 거냐고 물었다. 망명자는 도망치는 존재야. 행복을 느낄 여유가 없어. 레이날도가 말했다. 나는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는 거냐고 물었다. 레이날도는 의자 깊숙이 묻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나로부터 도망치는 거야, 친구. 나로부터.
「뉴욕에서 온 사나이」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역사가 끝났다는 말은 장의 입장에선 헛소리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각자의 세기에 살고 있었다.” 나나 미주가 21세기에 산다면 장은 20세기 초반을 살고 있었다. 나는 장이 이런 인간이라는 사실을 애초에 알았지만 미주는 어땠는지 모르겠다. 장은 내게 비행기 삯을, 미주에게 여행 경비를 빌렸다. 미주는 장에게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미주에게 모스크바에 오길 잘했다고 말했다. 붉은 광장은 시시했지만 창밖의 눈은 시시하지 않다고, 모든 게 변했어도 창밖에서 내리는 눈은 사빈코프가 본 것과 같을 거라고 말했다. 미주는 내일은 같이 학교에 갈 거니 잠이나 자라고 했다. 침대에 누워 창밖을 바라봤다. 작은 눈송이들이 창문을 쉬지 않고 두드렸다.”
「창백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