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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30135
· 쪽수 : 316쪽
책 소개
목차
전복 7
급소 39
절차가 있습니다 71
낫이 짖을 때 101
하울링 135
가시 자국-혈 2 169
코뮈니케이터 203
자망(刺網) 237
혈 271
해설/ 늪지에서 침을 놓는 법_ 김형중(문학평론가) 297
작가의 말 312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냉장고 냉동실의 문이 열려 있고 그 안에 작은 아이스박스에서 수많은 전복들이 언 몸을 비틀어 얼
음을 떨궈내며 기어 나오고 있었다. ……전복들의 행진은 느리고 매끄럽지만 완강하다. 나는 어느새 발
아래에 닿은 선두에게 길을 비켜준다. 거실 문에서 다시 막히는 걸 보고는 달려가 문을 열어준다. 계단
을 따라 부드럽게, 꾸준히 전복의 물결이 흘러내린다. 나는 1층까지 따라 내려간다. 전복의 흐름은 건
물 출입문 앞에서 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이어진다. 나는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더 이상 그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멍하니 서서 길 저편으로 이어지는 대열을 바라본다.
―「전복」 (pp. 37~38)
떠난다는 건 일상의 테두리 한쪽 끝을 길게 잡아 뺀 것에 불과했다. 나는 그저 부메랑에 지나지 않았다. 허공의 부메랑에게 주어지는 건 자유가 아니라 공포였다. 정신없이 회전하며 허공의 위태로움을 견디는 동안 벽에 안전하게 걸려 있던 시간이 그리웠다. 던져지는 힘과 솟구치는 각도와 돌아올 궤도를 정확히 계산해야 하는 탈주는 아무런 해방감도 주지 못했다.
―「절차가 있습니다」(p. 89)
그러니까, 종이의 것은 분명 글이겠으나, 흙의 것은 결코 글이 아닙니다. 흙에 그린 낫으로는 지푸라기 하나 벨 수 없고 흙에 그린 개는 도둑을 쫓지 못하는 것과 같사옵니다.
―「낫이 짖을 때」(p. 108)